도세품경 제1권
[법을 설하는 열 가지]
보살이 법을 설하는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깊고 묘한 법을 연설하고,
해설한 뜻에 대해 그때마다 들어갈 수 있게 하며,
여러 가지의 일을 강설하고,
모든 통혜(通慧)에 관한 일을 항상 많이 말하며,
또한 모든 도무극을 능히 분별하고,
여래의 열 가지 힘[力]의 일을 널리 보이며,
3세의 이치를 해설하고,
언제나 보살의 물러나지 않는 법[菩薩不退轉法]을 연설하며,
모든 부처님의 공훈(功訓)의 덕을 찬탄하고,
보살과 모든 부처님ㆍ여래의 평등한 출가를 널리 펴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의 설법에 대한 열 가지 일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합니다.
깊고 미묘한 법을 강설하고
모두 다 도의 뜻에 들어가게 하며
여러 가지 지혜를 연설하고
일체지(一切智)를 많이 선설(宣說)하네.
모든 도무극(度無極)을 연설하고
열 가지의 힘을 드러내 보이며
3세에 있어 거리낌이 없고
보살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네.
[받들어 행하는 열 가지]
보살이 받들어 행하는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모든 착한 덕의 근본을 쌓고,
모든 여래께서 강설하는 경전을 듣고 곧 능히 받아 지니며,
모든 것을 나타낼 때는 비유를 들어 해설하고,
온갖 것을 다루어 인도하면서 법문을 받들어 행하며,
총지(總持)와 도의 뜻[道義]과 지혜의 문[慧門]을 마음속에 품고,
의심과 모든 집착을 다 끊어 없애며,
모든 보살의 행을 완전히 갖추고,
온갖 여래의 변재로 평등함을 교화하고 설법하면서 그 빛나는 언사를 연출하며,
모든 부처님께서 즐기고 좋아하는 업을 모두 받아들이고,
그것을 건립함으로써 위없이 바르고 참된 데에 이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평등한 문[平等門]을 해설하면서 받들어 행하는 열 가지 일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합니다.
많은 덕의 근본을 쌓고
여래의 법을 찬탄하며
모든 법의 평등함을 관찰하면서
도(道)와 지혜의 문을 받들고 펴네.
모든 의심과 집착을 버리고
보살의 행을 완전히 갖추며
모든 법으로 세간을 위하면서
모두 도의 집[道室]에 들게 하네.
[변재를 분별하는 열 가지]
보살이 변재(辯才)를 분별하는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연설한 모든 법에는 어떠한 상념(想念)도 없고,
모든 경을 분별하되 어떠한 행함도 없으며,
모든 뜻의 변재[義辯才]에도 역시 집착함이 없고,
모든 법이 공(空)한 줄 알면서 무량(無量)을 널리 펴며,
모든 법은 다 부처님께서 세웠고,
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어떠한 의지함도 없는 것이며,
모든 법의 장구(章句)를 모두 능히 분별하고,
경전의 참된 이치의 뜻을 널리 펴며,
언제나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을 가엾이 여기고,
뜻에 맞추어 설법하면서 즐거움을 얻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열 가지의 변재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합니다.
경을 강설함에 상념(想念)이 없고
모든 것에 생각하는 행[想行]이 없으며
모든 법에는 집착하지 않고
모두 공하다는 것을 아네.
변재는 한량이 없고
모든 법은 부처님께서 세운 것이며
온갖 것에는 의지함이 없으면서
본래부터 없다는[本無] 것을 아네.
[자재함을 얻는 열 가지]
보살이 자재함[自在]을 얻는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중생을 깨우쳐 교화하는 것과,
모든 법을 환히 비추는 것과,
모든 덕의 근본을 닦는 것과,
최상의 지혜[無極慧]를 행하는 것과,
금계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선의 근본[善本]을 짓는 것과,
부처님의 도[佛道]로 이끄는 것[勸助]과,
행한 바에 정진하면서 물러나지 않는 것과,
악마들을 항복받아 그것을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과,
도의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의 도를 분명히 아는 것과,
사견(邪見)에 있으면서 정각(正覺)을 이루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자재함을 얻는 열 가지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합니다.
깨우치도록 중생을 교화하고
모든 법을 환히 비추며
덕의 근본을 받들어 행하고
끝없는 지혜에 자유자재하네.
마음에는 모두 집착함이 없고
정진하면서 게으르지 않으며
악마들을 항복받으면서
도의 마음[道心]에 자유자재하네.
[셀 수 없이 많이 베푸는 열 가지]
보살이 셀 수 없이 많이 베푸는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모든 세간의 재난[難]을 소멸[開化]하고,
중생의 본말(本末)도 셀 수 없이 많고 경전의 일도 한량없이 많으며,
모든 짓는 것도 역시 끝도 밑도 없고,
헤아릴 수 있는 모든 법도 그 끝은 다하기 어려우며,
많은 덕의 근본도 역시 짝할 이가 없고,
모든 악(惡)도 다 펼칠 수 없으며,
모든 뜻하고 원하는 바도 역시 끝 간 데 없고,
뭇 행[衆行]이 나아갈 바도 비유할 수조차 없으며,
모든 보살은 남이 따를 수 없이 뛰어난지라 짝할 이가 없고,
모든 부처님의 정각도 홀로 존귀하여 견줄 수가 없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셀 수 없이 많이 베푸는 열 가지의 일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합니다.
세간에서 꾀하는 것도 헤아릴 수 없고
중생도 셀 수 없으며
모든 법도 끝 간 데 없고
짓는 것 또한 한이 없어라.
덕의 근본은 필적할 것이 없고
모든 악도 머물 곳이 없으며
보살과 짝할 이 없고
모든 부처님도 견줄 이가 없어라.
[평등한 마음을 행하는 열 가지]
보살이 평등한 마음[等心]을 행하는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평등한 마음으로 덕을 쌓는 것과,
뜻과 원(願)이 똑같은 것과,
중생의 몸과 마음도 둘이 아닌 것과,
사람들의 죄와 복의 향하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과,
모든 법에 두루 노니는 것과,
모든 부처님 국토에서 청정함과 더러움이 동일하다고 보는 것과,
중생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돈독한 믿음에 들게 하는 것과,
모든 행과 허망한 생각에 대해 마음이 평등한 것과,
부처님의 10력(力)과 무외(無畏)에 들어가는 것과,
모든 것은 여래의 평등한 지혜에 의한다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열 가지의 평등한 마음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합니다.
평등한 마음으로 덕의 근본을 쌓고
온갖 원(願)을 일으키고 드러내며
중생에게 마음을 평등하게 지니고
죄와 복도 다름이 없다네.
모든 경전에 널리 들어가고
모든 부처님 국토를 평등하게 관찰하며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면서
다름이 없는 행[無異行]에 들게 한다네.
[지혜를 행하는 열 가지]
보살이 지혜를 행하는[行慧]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중생에 대해 환히 알면서 지혜에 돌아가게 하고,
모든 나라의 여러 국토에 두루 들어가되 아직 들어가지 못한 이를 들어가게 하며,
모든 탐욕의 그물에 노닐면서 더러운 것[臭穢]을 제거하고,
노니는 모든 세계에 대해 그 늘어남과 줄어듦[增減]을 알며,
모든 법은 저마다 다름이 있음을 분명히 알고,
혹은 또 한 가지[一品]일 때는 두루 돌아다니며 많은 세계의 음성으로 세간의 여러 가지 생각을 알며,
머무르는 데가 뒤바뀌면 생각하는 것도 저마다 달라지고,
한 마디의 언사로써 모든 법의 언교(言敎)에 널리 들어가며,
여래의 위신력과 변화로 법계의 온갖 중생을 건립하여 3세에 처하고,
모든 부처님 가운데 들어가서 그침없이 가르쳐서 모두 도(道)에 들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지혜를 행하는 열 가지의 일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합니다.
중생 세계를 믿고 알면서
모든 부처님 국토에 널리 들어가며
모두 다 시방에 이르게 하며
모든 세계를 평등하게 본다네.
모든 법에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고
헤아릴 수 없는 몸으로 들어가며
여래의 변화하는 바로써
삼계에 걸쳐 깨우치고 제도한다네.
[교만하지 않는 열 가지]
보살이 교만하지[自大] 않는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사람이나 기어 다니는 것이나 숨을 쉬는 것을 업신여기지 않고,
몸과 마음을 겸손히 하고 낮추면서 남을 가벼이 여기지 않으며,
나라의 토지로 스스로 뽐내지 않고,
설령 받듦과 공경을 받아도 스스로 교만한 생각을 품지 않으며,
좋은 음성을 낸다고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고,
행(行)과 원(願)이 빠짐없이 갖추어졌어도 아름답게 꾸미려 하지 않으며,
중생을 깨우치고 교화하면서 게으름을 떠나고,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서 언제나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품으며,
경전을 강설하면서 자기 자신을 찬탄하지 않고,
건립한 바가 있다고 스스로 교만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교만하지 않는 열 가지의 일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합니다.
중생을 업신여기지 않고
국토[刹土]를 얻어도 기뻐하지 않으며
받듦과 공경을 받아도 즐거워하지 않고
좋은 음성에서도 떠나가네.
모든 원한 바에 탐냄이 없으면서
중생을 깨우쳐 교화하며
으뜸가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서
큰 도[大道]의 지혜를 널리 펴네.”
이 법을 말할 때에 하늘ㆍ용ㆍ귀신과 세간의 사람과 아수라[阿須倫]ㆍ가루라[迦留羅]ㆍ긴나라[甄陁羅]ㆍ마후라가[摩睺勒] 등이 기뻐하지 않는 이 없이 다함께 도의 뜻을 일으켰고,
사자ㆍ범ㆍ이리ㆍ곰ㆍ사슴의 무리와 물고기ㆍ자라ㆍ악어와 아주 작은 벌레들까지도 모두 인자한 마음이 생겨 서로 해치려는 뜻이 없으면서 설법을 듣고 저마다 기뻐하면서 도의 뜻을 내었다.
모든 하늘들이 꽃을 뿌리되 마치 비 오듯 떨어졌고 여러 가지 이름 있는 향을 사르자 향기가 마치 구름이 일듯 일어났으며, 공후와 악기는 뜯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으니 그때 기뻐하고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