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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영락경 제2권
4. 용왕욕태자품[3]
[보살의 침묵]
[이때에 보살이 다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만일 비어 고요한[空寂] 법을 설한다면 중생들은 믿지 않고 의심을 갑절이나 낼 것이고,
설사 내가 다시 형질의 법을 말할지라도 근원을 다할 수 없겠거늘 하물며 멸도이겠느냐?
마땅히 적멸하고 고요해서 성현의 침묵이어야 하느니라.’
[천자 보영]
당시 천자(天子)가 있었으니 이름은 보영(寶瓔)이다.
성인의 마음을 통달하여 부처의 성품과 똑같이 행하고,
6도(道)를 맑게 꿰뚫어서 한 모습[一相]임을 밝게 깨닫고,
여덟 가지 법을 영영 여의어서 번뇌에 처하지 않고,
법륜을 굴려서 부처님 가르침을 선포함을 감당하며,
네 가지 진리의 성스러운 지혜가 밝아서 더러움을 없앴고,
5분여래법신(分如來法身)을 갖추었고,
여섯 가지 걸림 없는 신통의 도과(道果)에 이르렀으며,
형상과 정신이 함께 노닐어도 저촉해 걸리는 바가 없으며,
7각의를 얻어 스스로 영락(瓔珞)했고,
여덟 가지 도를 갖추어서 갖가지 법들과 함께하지 않으며,
4무외(無畏)를 얻고 힘이 금강 같아서 허물어뜨릴 수 없었으며,
보살과 성현의 침묵을 알아 중생에게 법의 가르침을 펼치지 않았다.
[법륜 굴리기를 청하다]
그때 천자 보양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한 채 앞에 나아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지금 부처 눈[佛眼], 법의 눈[法眼], 슬기 눈[慧眼], 하늘 눈[天眼]으로 중생의 부류를 관찰하는 것은 성현의 법률에 맞지 않으므로 저는 지금 육안으로 시방 항하 모래수의 찰토(刹土)를 관찰해 보니,
응당 증득을 받을 이와 선정을 닦는 이와 혹은 1주(住)에서 10주(住)에 이르는 이가 있으며,
다시 선남자(善男子)가 막 성불하고자 해서 불퇴전(不退轉)의 일생보처를 얻어 도량에 나아가 보리수를 장엄하는 이를 봅니다.
이 무리들은 응당 일생보처의 보살로부터 모든 법이 둘이 아닌 평등한 법을 듣고서 도에 뜻을 두고 원(願)을 세우면 모두 다 성취할 것입니다”
이때 보영 천자는 은근히 권청하기를 세 번, 네 번하고 나서 다시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금빛 얼굴은 존귀하기 비할 바 없고
얼굴 모습은 백 개 잎사귀의 꽃,
땅에 떨어지면서 스스로 호칭을 부르시니
그 소리 범천소리보다 뛰어나도다.
지혜의 못을 건립해서
법을 설하시니 있고 없음 아니로다.
중생에게는 항상 상념 있지만
고요하여 둘[二]을 일으키지 않으시네.
광명이 시방을 비추시니
모든 어둠에 다 밝음을 보이시니,
만나기 어려운 인간 중의 존귀한 분이므로
지금 거듭 스스로 귀의합니다.
무수한 세대를 고행하면서
자(慈)와 비(悲)가 쌍(雙)으로 있기 어렵고
공훈을 벌써 갖추셨으므로
지금 저는 거듭 스스로 귀의합니다.
바로 존귀한 발을 찬탄한다면
발뒤꿈치ㆍ무릎ㆍ넓적다리ㆍ뼈ㆍ허리
가죽ㆍ털의 일곱 군데가 평평하고
똑바로 있으니 좌우가 균형 이루네.
손과 팔ㆍ손가락ㆍ발가락은 가늘고 섬세하며
손바닥 무늬는 비단 무늬 같고
두려움 없는 넓고 긴 혀는
천 개 잎사귀의 연꽃무늬 같아라.
머금으신 이[齒]는 꼭 마흔 개
그 빛깔은 마치 흰 눈처럼 하얗고,
법문을 설하실 때면
입술 모습은 구슬의 광명 같아라.
여덟 가지 소리는 남녀의 것도 아니고
또한 암수의 소리도 아니니,
시방세계를 감동시켜서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다네.
귀 볼 두 군데에 귀고리 있어
마치 공중의 밝은 달과 같고,
눈에는 검고 흰 부분이 뚜렷해
위아래로 다 함께 깜빡이도다.
머리털의 빛깔은 감청색이고
육계(肉髻)의 털은 오른쪽으로 돌아
상호(相好)가 끝없어서
잘 보면 금산(金山)과 같아라.
온갖 덕으로 영락하신 몸
또한 많은 꽃이 펼친 듯하니
뭇 티끌 없애 버리시고
삼계를 홀로 걸으시는 존귀한 이여.
이 중생의 무리들이
널리 시방으로부터 모여서
위없는 지극한 길의 요체인
존귀하고 바른 법을 들으려 하나이다.
하늘도 사람도 용도 귀신도
사유하고 배우는 법을 목마르게 우러르니
온갖 것들 불쌍히 여기심으로
빨리 법륜을 굴려 주옵소서.
그때 시방세계의 대범천왕과 84억의 식건천왕(識乾天王)이 가장 으뜸이었는데, 그들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드러내놓고 꿇어앉아 합장한 채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지어 부처님을 다음처럼 찬탄하였다.
집착이 없으셔서 뭇 더러움 버리셨고
번뇌는 다하고 욕심의 더러움도 없어서
하나를 행하셔 존귀한 교법에 응하시고
뜻의 공(空)하여 슬기 없음에 노니셨네.
본래 투시타 천궁에 계실 적엔
법을 설함이 사수(駟水)의 흐름 같더니
어째서 지금은 고요하시어
슬기의 밝은 꽃을 피우지 않나이까?
존귀한 광명은 어둠을 비추시어
3세(世)의 어둠을 없애 버리시고
10력에 더러움 없으시나니
오직 바라노니, 이제 법을 설해 주소서.
오늘 시방세계에서
여러 높은 보살들이 모여들어
모두 다 일찍이 굴린 바 없는
법문을 듣고자 하나이다.
뜻이 청정하여 무루(無漏)를 행하시니
마치 별 가운데 달과 같으시고
부처님 상원(相願)을 이미 지나쳤으니
오직 바라노니, 이때 법을 설해 주소서.
중생은 지금 빠진 채로
나고 죽는 바다에서 유전(流轉)하나이다.
바라노니, 평등의 배로써
저 빠진 이를 건져주소서.
기이한 광명은 너무나 높고 우뚝해서
해와 달의 정기를 덮어 가리고
열뇌(熱惱)의 근심을 억제해 막으니
청정하여 뭇 흠[衆瑕]이 없도다.
존귀한 분 본래 서원을 지으시니
용맹함은 이지러지거나 훼손됨 없고
자비와 평등의 뜻으로
법문 설하시니 더하고 덜함 없어라.
계는 선(禪)의 적멸로 갖추시고
신족의 힘[神足力]은 두려움 없어
공한 모습의 무서움 없는 법을
바르게 받아서 강계(疆界)에 노니시네.
본래 6바라밀의 법 행하시어
근심 걱정하는 마음 품지 않으시고,
뜻을 낮추고 공경히 예를 드려서
스승과 어른을 공양해 받들도다.
그러므로 존귀한 육계(肉髻)는
감히 자세히 본 자가 없거늘
어찌 욕망을 베푸는 마음으로
여래의 목[頂]을 보려고 하는가?
시방을 불쌍히 여겨 세상에 출현하사
걸음을 딛으시어 온갖 중생[群萌] 제도하시나니
뭇 사람이 모두 목마르게 우러러 보나니,
오직 법 바퀴 굴리심을 보여주소서.
그때에 식건범천왕(識乾梵天王)이 이 게송으로 찬탄한 뒤에 일어나서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는 본래의 자리에 도로 가 앉았다.
이때에 석제환인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드러내고 의복을 정돈한 뒤에 꿇어앉아 합장한 채 세 번 스스로 이름을 일컫기를
“저는 천제석인데 이름은 구익(拘翼)이라고 부릅니다”라고 하면서
보살 앞에 앉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말씀 없이 고요함에 응하시고
가르치지 않아도 행이 스스로 갖춰지고,
익히지 않아도 무제(無際)에 응하고
자연히 무위(無爲)에 응하시네.
본래 모습 없는 보시[無相施]를 행하셔서
지금 공하여 없는 과보[空無果] 받으셨도다.
마땅히 허공신(虛共神)에게 절해야 하지만
적멸하여서 말자취가 없도다.
세상에 계시면서 먼저 깨치어
위태롭고 재앙 있는 사람 편안케 하시고
정견(正見)의 길로 인도해 보이시니
눈멀고 어두운 중생 바른 행 받았도다.
중생들이 미혹한 지 오래되어
감로의 법문 듣고자 하오니
바라노니, 무진장(無盡藏) 여시어
하늘과 세상사람 윤택케 하소서.
자비를 행하여 덕의 근본 닦으시고
훌륭한 방편도 더하고 덜함 없어
함이 없는[無爲] 가르침 널리 펴시어
온갖 사람을 만족케 하소서.
세상에 태어나 존귀한 분 만나기 어렵고
바른 법 또한 만나기 어려우니
성현의 모임을 만나고 싶어도
또한 다시 얻을 수 없나이다.
지나간 세상 여러 부처님
여기에서 정각(正覺)을 이루셨나니,
바라건대 존귀한 이여, 이때 이 영화를
탐하는 세상을 굽어 살피소서.
존귀한 분, 본래 한가하고 청정함 즐겨하셔
함이 없는 도[無爲道]를 사유하시어
본래의 서원 벌써 성취하셨으니
어찌하여 분주한 곳에 계십니까?
남섬부주의 다섯 솥의 끓는 물은
끓는 솥의 불길보다 더욱 극열하니
저는 오직 바라노니, 빨리 출가하여
세상의 탐욕과 욕망의 속박 여의게 하옵소서.
제가 지난 세상의 여러 부처님의
등각(等覺) 이루신 것 생각하오니
즉각 보리수[樹王] 밑에 나아가서
아침에 앉으셔서 저녁에 도를 이루셨습니다.
존귀한 분, 이제 만일 제게 의심 있어서
제가 바야흐로 생사를 즐긴다고 여기신다면,
은혜와 애착은 썩은 성(城)과 같나니
이 쾌락을 어찌 탐낼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는 나고 죽는 근심만 있고
오직 도(道)는 영원히 적멸하기만 하니,
은혜와 애착은 지나가는 번개와 같고
허깨비와 같아서 참되고 바르지 않나이다.
세간은 모두 어둡고 어두워
5온(蘊)으로 덮였나니
오직 바라노니, 슬기의 광명 여시어
널리 비추어 눈을 얻게 하소서.
변화하는 그 형태는 무수하지만
응당 앞의 중생에게 맞게 하시어
그 본래 행원(行願)에 따라
각각 선(禪)의 힘과 행을 충족토록 하소서.
바로 지금 어찌하여 고요하게 되어서
최상의 법륜을 굴리지 않으십니까?
오직 바라노니, 이때 펼쳐 연설하셔서
굶주리고 목마른 이를 배부르게 하소서.
본래 지은 바 복을 생각하오니
정말로 미미하고 적을 뿐이지만
천왕의 지위를 이루면서부터는
거느린 바에 한계가 없나이다.
온갖 과거에서 여래 등정각(如來等正覺)이신
네 부처님과 한 분의 보처(補處)께
공양을 올리고 모시었는데
이 존귀한 분은 아직 오시지 않으셨네.
무수억(無數億) 나술(那術) 동안
나고 죽음에 빠진 지 오래이니,
바라건대, 크나큰 서원의 수레를 몰아서
저 언덕으로 옮겨 제도해 주소서.
감로의 싫증 없는 법과
8해탈의 집착 없음과
더러움 없고 물든 티끌 없음을
이제 오직 설해 주길 권청하나이다.
존귀한 분, 이제 혹시 선정에 드시면
응당 제도할 나라를 제도 않으셨으니,
바라건대, 집착의 마음이 요지부동인
이들 무리들을 먼저 교화하사이다.
허공의 성품은 물드는 일 없고
평등하고 탄탄하여 하나뿐이로다.
취(趣)하지 않으면 보게 되질 않나니
오직 바라건대, 의심두지 마소서.
깊고 묘한 무극(無極)의 곳간은
못난이가 지켜 보관할 바가 아니라네.
이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을 만났으니,
바라건대, 확 열어서 나타나게 하소서.
존귀한 분이 본래 원(願) 바라밀을 발해서
똑같은 날에도 때를 바꾸지 않으셨는데,
지금은 어찌하여 잠자코 침묵만 하시면서
스스로만 제도하고 나머지는 제도하지 않으십니까?
이때 석제환인이 이 게송을 설해서 부처님을 찬탄한 뒤에 부처님을 세 번이나 돌고 다시 본래의 자리에 들어가 앉았다.
그때에 이름을 노해(怒害)라고 하는 마왕(魔王)이 여러 마군의 무리를 거느리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발아래 절한 뒤에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직 원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오랜 동안 의심을 품고 있어서 참다운 도[眞道]를 얻지 못하였나이다.
이제 비할 데 없는 법륜을 설하심을 듣고자 하오니, 오직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드리워서 바른 교법을 펼쳐 주십시오.
저희들은 오래도록 처하여도 법률(法律)에 들어가지 못하였나니, 비록 저마다 마음으로는 공한 지혜를 사모하고 있었으나, 아직 크게 교화하는 가르침의 법을 만나지 못하였나이다.”
그때 마왕이 즉각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억백천 겁에
집착 없으신 분이 때가 되자 출현하시니
마치 꽃이 티끌의 물을 여읨과 같으나
마음의 청정함은 그보다 뛰어나도다.
겁수(劫數)가 다함없도록
고행을 쌓아 거치면서도
네 가지 큰 서원 버리지 않으시니
금강이라도 막지는 못하리라.
입으로 여덟 가지 걸림 없음 설하시어
천상과 세간에 가득 찼으니
받는 이는 영원히 만족하여
늙고 죽는 근심 다시는 없어라.
한 생에서 백 생에 이르기까지
명호와 온갖 종성(種性)의
갖가지 근원을 모조리 알아
비할 바 없는 지혜로 교화하시네.
10주(住)에서 본제(本際)에 돌아와
물러나 이루었다가 오히려 다시 나아가
가장 훌륭하게 이 어려움을 제도하시니
때로 연설하여 의심을 두지 마소서.
항하 모래 수효의 지나간 부처님
모두 이 동산 속에 노니면서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어
제도하신 사람이 한량없나이다.
장차 닥쳐올 세상의
부처님들로 하여금 도과(道果)를 이루게 하여
모두가 반드시 이곳에서
존귀한 법륜을 굴리시게 하소서.
일찍이 듣사오니 여래장(如來藏)은
여래의 비밀스럽고 중요한 슬기로서
이름하여 말하기를 ‘보엄토
보살 영락경’이라 하네.
오늘이 바로 그때이니
만나기 어려워서 만날 수도 없나니
여러 가지 고액(苦厄)을 빼내어 건져주셔서
이로부터 도의 지혜를 펴주소서.
혹 어떤 중생의 무리는
처한 몸의 고통을 싫어하고 근심해
미묘한 법을 듣고서
4대(大)의 법을 없애고자 하나이다.
다시 도검(道檢)에 들어가서
생멸의 무상을 아는 이는
공하여 없는 도를 듣고서
있는 바 없음을 다 알고자 하나이다.
다시 바위굴에 처하여서
스스로 지키면서 다른 상념 없고
몸은 영원한 그릇이 아님을 알아서
집착하는 상념을 일으키지 않나이다.
비록 다시 도의 근원 생각하지만
아직 듣지 못하여 깨닫지 못하나니
오직 바라노니, 존귀한 이여, 신을 내리시어
저로 하여금 의심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눈은 푸른 연꽃 같아서
밝게 보심에 걸림이 없고,
3세(世)는 고통으로서
티끌에 물들고 더럽혀졌다고 관찰하시네.
존귀한 분은 본래부터
여러 부처님께 공양함을 거쳤고
가장 하천한 사람에게도 겸손하여서
지금은 형상 없는 계(髻)를 얻으셨도다.
모습에서도 모습에 집착치 않고
온갖 좋은 빛깔을 빌지 않으시니,
그 때문에 온갖 현성(賢聖)들
그 정수리를 능히 볼 수 없어라.
눈썹 사이의 청정한 광명이
무수한 나라를 널리 비추자,
광명을 보고 뜨거운 고뇌 없애니
마치 여름에 짙은 그늘 만난 듯하네.
존귀한 분께서 한 번 사자후를 하면
여러 외도들을 항복시키고
삿된 소견의 숲[邪見林]을 꺾어 부수길
마치 광명이 어두움을 영원히 없애듯 하도다.
말씀을 설해도 그 말씀이 망령되지 않아
뜻하는 건 반드시 이루어지나니,
법을 설하면 법의 진제(眞諦)이고
도에 이르면 도의 근원이로다.
생각하건대, 존귀한 분 옛적에 여기서
12소중(小中) 겁 동안 계시면서
전전(展轉)하면서도 함께 서로 이어져서
전륜왕의 종자를 끊이지 않게 하셨어라.
스승을 따르며 높고 밝음 구해서
약간의 지혜를 취하고
체(體)의 무극을 장엄하니
형상이 없어서 이름 지을 수 없네.
믿음이 없으면 믿음으로써 세우고
근기의 힘은 이지러짐이 없고
무서움 없어서 피차(彼此)를 여의니,
오직 바라건대, 이때 연설해 주소서.
삼계에서 존귀함은 다함이 없고
정법으로 일체를 통어(通御)하며,
잘못된 법은 성도를 파괴하나니
‘나’라는 상념을 영원히 없애소서.
여러 사람들은 몸에 탐착하여
습관으로 익혀서 여의지 못하고
세상 고통에 얽매이고 있으니
어찌해야 빠져나올 기약 있으랴?
지혜 광명은 세간을 비추어
탐내고 애착하는 마음 빼어 없애고
자기도 제도하고 다시 남도 제도하니
인간 가운데 가장 있기 어려운 일이어라.
은혜로운 베풂은 ‘나’가 없어서
이미 삼계 밖을 벗어났으니,
한 때[一時], 한뜻[一意]의 생각이
평등하여 남녀가 없다.
중생은 뒤바뀐 소견을 품었기로
공하여 없는 지혜[空無慧]에 도달치 못하고,
뜻을 발하여 5욕(欲)에 집착해서
몸에 실제 쓸모가 있다고 계교하도다.
이 때문에 5취(趣)에 떨어져
비상한 증득을 보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저 있다 없다는 상념을 없애었노라.
선(禪)에 들어가 탐욕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의 영화와 사치 영원히 없애서
이 덧없는 형상이
있음도 아니요 없음도 아니라고 관찰하도다.
큰 사랑으로 중생을 제도함이
광대하고 끝없어서
숙원이 이제 이미 성취되었으니
빨리 일어나 다시 앉으소서.
이 이글이글 타는 사람을 보니
유전(流轉)하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존귀한 분은 고요히 침묵만 할 뿐
말도 없고 설하시는 것도 없나이까?
세상에 다섯 가지 어려움[五難] 있으니
불(佛)ㆍ법(法)ㆍ승(僧)을 뵙지 못함과
믿음을 체(體)로 삼는 중도의 나라에 태어남과
부모를 다섯 가지 일이라고 하네.
광명의 빛깔은 빛깔이 없으니
형질ㆍ모양을 볼 수 없어라.
장차 멸진정에 들려 하면
이내 고요하여 음향이 없도다.
대중이 멀리서 모여드니
가루라와 건달바들인데,
존귀한 분이 장광설(長廣舌)로 무위(無爲)를
싫증내지 않고 연설하심을 듣도다.
법이 있음은 불가사의하며
화(化)해도 그 화함을 자각하지 못하고
본말을 알게 하고자 하나니,
이 또한 일찍이 없던 것이라네.
보살이 불퇴전(不退轉)이라도
또한 아직 그 법을 얻지 못했거늘
하물며 다시 도의 문[道門]에 향해
근본 요체를 알고자 함이랴?
존귀한 분, 이제 네 가지 무리의
지취(志趣)에 약간의 종자 있음을 보시고
다행히 그들을 위해 법을 연설하사
저마다 제도를 입게 하나이다.
중생이 3유(有)에 물들어
속박의 여읨을 구하고자 하나니,
항상하는 상념이든, 항상하는 상념이 아니든
모조리 비춰 멸진을 향하게 하소서.
마군의 귀신 억천(億千) 명이
모두 시방으로부터 와서
불기인(不起忍)을 얻어서 믿으며
행지(行地)에서 물러나지 않나이다.
다시 억천의 대중은
뜻이 저희들을 따르나니
이들 족성자는
견고한 경지에 반드시 이르리라.
다시 무수한 사람이 있는데
행지(行地)에서 유(有)에 집착하지 않고
모조리 공(空)의 무상(無相)을 구해
나아가면서 도량으로 향하나이다.
나한(羅漢)은 뜻이 스스로 낮아
품류를 따라 그 세속에 들어가서
설하는 고통이 얕지 않지만
끝내 일체지(一切智)는 없나이다.
역시 보살의 인(印)은
저 성도(成道)의 과(果)를 이루었지만,
대승의 행을 품수(稟受)하면
본래 없고 약간도 없네.
존귀한 분 본래 초발심에서
4의지(意止)를 닦아 익히시고
행지에는 높고 낮음이 없으니
오직 도는 지혜로부터 통할 뿐이네.
가령 무앙수(無央數)
항하 모래의 여러 겁수 동안
고행하면서 삿된 생각 않으니
바로 지금 모조리 원(願)을 성취하리.
미래의 온갖 항하 모래 수의
부처를 이루고자 하는 이,
서로 서로 원을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지금처럼 깨달음에 도달하리.
여래는 크게 사랑하시고 불쌍히 여겨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스스로를 위하지 않나니,
보시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어서
이 때문에 6바라밀의 지혜를 이루셨도다.
과거와 미래와 지금 현재에도
나고 멸함은 본래 무궁하나니,
생겨나는 것은 생겨남 스스로 공했으니
본래의 근원을 알려고 하지 마라.
10행(行)은 사람 몸을 여의고
5행은 법의 왕이 되니,
사유(思惟)로 본원(本原)을 멸하고
사랑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큰 법 펼치소서.
혹 다시 다른 때에
다니거나 앉거나 누워서도 생각하여
이로 말미암아 총지를 얻어서
네 가지 변재에 강계(疆界)가 없네.
보살이 온갖 것을 불쌍히 여겨서
항상하는 상념이 있다고 셈하지 않고
세상이 비상(非常)에 처함을 생각함으로서
편안하게 영원히 안락함에 이르렀도다.
신력(神力)과 4무외,
각도(覺道)의 여덟 가지 평등한 행,
여래의 18법(法)을
존귀한 분은 지금 이미 갖추셨도다.
중생은 스스로 생각을 내서
얻음도 없고 얻을 수도 없다고 하면서
드디어 스스로 심연(深淵)에 떨어져
해탈문(解脫門)으로 향하지 않도다.
이때 노해 마왕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나서 도로 본 위치로 돌아갔다.
그때 도리(忉利)의 여러 하늘이 온갖 하늘 무리를 거느리고 부처님 처소에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절한 뒤에 한쪽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옛적부터 복업(福業)이 있어서 성스러운 얼굴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신(神)을 남섬부주 안에 내려 법륜을 펼쳐서 삼천세계의 왕이 되옵소서.”
그리고 다시 꽃향기 나는 구물두(拘勿頭)꽃ㆍ분타리(分陀利)꽃ㆍ수건제(須乾提)꽃을 여래의 위에 뿌렸다.
이때 여러 하늘이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세웅(世雄)이 이제 내려와 걸으시며
이 남섬부주에 왕이 되셨으니,
이미 여덟 가지 한가하지 않은
중생들이 사는 곳에 태어나셨도다.
영원히 여의어서 물들어 집착하지 않고
안으로 생각이나 상념을 내지 않아
숨[息]도 없이 고요히 멸하니
바라노니, 법을 갖추어 연설하소서.
높으신 덕은 불가사의하고
공훈도 기록할 수 없지만
뭇 모습으로 몸을 영락하시니
마치 달이 별 가운데 밝은 듯하네.
행이 다하여 근본을 짓지 않고
도량에 단정히 앉아서도
또한 스스로 심식(心識)이 없거늘
어찌 세상의 집착에 물들랴?
뭇 행의 근본을 벌써 지났고
덕은 온갖 정(情)에 충만하며
음향은 범천도 지나쳐서
하늘 가운데 하늘에 스스로 돌아가도다.
근본의 지음은 네 마군을 말미암고
마군은 나고 죽음을 여의고자 하네.
여덟 가지 평등은 오염되지 않아서
스스로 등륜(等倫) 없음에 돌아간다네.
존귀한 분은 이제 한 법에 나아가
열반에서 일어나거나 멸하지 않네.
뜻을 멸하니 뜻이 생겨나지 않고
과보의 증득을 보지 않네.
존귀한 분은 본래 두 가지 행을 닦아
지(止)가 멸하고 관(觀)을 일으키지 않으니
행이 다해도 다함을 보지 않아
세웅(世雄)으로 가장 으뜸이로다.
여래의 세 가지 법의 근본은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으로
열반의 길에 나아가니
이익도 없고 물드는 바도 없네.
원을 세움이 너무나 굳건하여
행을 쌓아도 어기는 바 없어,
집착 없는 행을 염(念)하지도 않고
또한 3유(有)에도 처하지 않네.
신족(神足)에 네 가지 업(業) 있어
인연 따라 그 수명대로 머물러 있고,
행은 끝없음을 지나치니
자인(慈仁)은 가장 으뜸이로다.
이미 태어나면 5탁(濁)에 처하지만
모여서 합하면 시비가 없네.
참된 사람[眞人]에겐 물든 행 없어
권도(權度)를 행해 중생에게 들어가네.
평등하게 5근(根), 신혜(信慧),
정진(精進)의 힘을 행하여
물들지 않고 뒤바뀐 소견 버리니
청정하기 가장 으뜸이로다.
존귀한 덕은 하늘과 세간을 지나서
여덟 가지 법에 영원히 집착하지 않아
정의 뜻[定意] 어지럽지 않으시니
이 까닭에 가장 훌륭한 분에게 절하나이다.
존귀한 분께서 신을 내리셔서
삼천세계를 진동하고
오래도록 잠자는 중생을 깨우쳐
이 3세(世)의 근심 여의게 하네.
이때 도리천의 여러 하늘이 이 게송을 설해서 부처님을 찬탄하고 난 뒤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보살이 몸을 영락하기로 생각하심]
그때에 보살은 속으로 생각하길
‘이제 이 대중의 모임에는 모조리 다 시방세계에서 널리 모인 6통의 성지[六通聖智], 일생보처의 4등(等)을 갖추고 있다.
모두 다 구름같이 모인 것은 법을 듣고서 불퇴전의 경지를 얻고자 함인데,
이제 내가 차라리 무외법(無畏法)과 뭇 행의 덕의 근본을 잡을 수 있다면,
지나간 세상의 부처님들이 행하신 법칙처럼 그 몸을 영락하리라’하고는,
즉시 평상위에서 자연무성삼매(自然無性三昧)에 들어가 정(定)의 뜻을 분별하여 부처님이 행하신 바를 관하시었다.
‘보살의 영락은 8만 품이 있으며, 그 덕이 특수하여 비유할 수 없다.
보살마하살로서 이 영락 법문을 얻은 이는 문득 능히 한뜻으로 도량에 나아가서 도의 자취에 들어가지 못한 중생을 저 언덕에 능히 이를 수 있게 하리라.’
이때에 세존께서 넓고 긴 혀의 모습[廣長舌相]을 내놓으시고 광명을 삼천대천세계에 널리 비추시면서 사부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하늘ㆍ용ㆍ귀신들아, 살펴 듣고 살펴 들어서 잘 사유하고 생각하여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보살의 모습 없는 영락을 연설하겠노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영락으로 몸을 장엄함을 얻는다면, 문득 어떤 장애도 없음에 능히 나아갈 수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