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월상녀경 하권
[사리불 등이 월상녀를 시험하다(3)]
그때 장로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월상녀의 변재는 매우 희유합니다.
어떻게 이 같은 개갑대룡(鎧甲大龍)들과 함께 문답을 잘하는지요?
꿋꿋이 서서 앉지도 않고 또 몸을 굽혀 여러 보살들에게 예배하지도 않습니다.”
이때 월상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비유컨대 아무리 작은 불일지라도 그 태우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을 다 태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존자 사리불이시여, 모든 보살과 부처님도 그와 다름이 없어서 모든 행 가운데 일체 번뇌를 태우려고 하실 때에는 자타의 것을 막론하고 번뇌를 모두 능히 태우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사리불은 다시 월상녀에게 물었다.
“네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그때의 불국토는 마땅히 어떻겠느냐?”
월상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저의 미래 불국토 가운데는 이와 같은 조그마한 행[小行]ㆍ조그마한 지[小智]와 좁고 열등한 명자(名字)가 없고, 반드시 지금 사리불과 같은 이가 계시는 그러한 불국토를 나는 가질 것입니다.”
사리불은 다시 말하였다.
“월상이여, 너는 이미 말하기를
‘일체 법계와 여래의 체가 평등하여 다름이 없다’고 하였으니,
지금 견해와 우열(優劣)이 어떻겠느냐?”
월상녀는 말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비유컨대 큰 바다와 소 발자국에 고인 두 물은 평등하여 다름이 없으나,
소 발자국은 저 큰 바다와 같이 한량없고 가없는 중생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존자 사리불이시여, 모든 부처님과 성문이 비록 법계와 같으나
성문은 능히 모든 부처님과 같이 한량없고 가없는 일체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사리불이시여, 비유컨대 겨자(芥子) 안에 있는 허공과 시방세계에 있는 허공, 그 두 허공은 다름이 없으나
겨자 안에 있는 허공은 시방세계에 있는 허공과 같이 마을이나 고을도 용납하지 못하고 또 수미산이나 큰 바다도 건립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존자 사리불이시여, 비록 하나의 공(空)과 무상(無想)과 무원(無願)에서 모든 부처님과 성문이 같으나,
저 성문은 능히 모든 부처님ㆍ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와 같이 한량없고 가없는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지 못하는 것입니다.”
장로 사리불이 말하였다.
“이와 같이 월상이여, 부처님과 성문이 얻은 해탈이 어찌 평등하지 않단 말이냐?”
월상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모든 부처님과 저 성문의 해탈이 동등하다는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사리불이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네가 말한 이와 같은 일은 그 모양이 어떠한 것이냐?”
그녀는 다시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제가 지금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존자께서는 저를 위하여 뜻대로 말씀하여 주십시오.”
“존자께서 마음의 해탈을 증득하실 적에 능히 이 삼천대천세계가 손바닥과 같이 평평하도록 하셨으며,
또는 수목과 모든 산이 다 낮아져서 당신에게 향하게 하셨으며,
또는 일체 모든 악(惡)을 다 제거하셨으며,
또는 일체 중생의 번뇌를 다 제거하셨습니까?
일체 모든 하늘이 정례(頂禮)하게 하셨으며,
또는 마군들을 모아 30유순까지 꽉 차서 오게 하셨으며,
또는 한결같은 생각으로 지혜를 일으켜 마음의 해탈을 얻으셨으며,
또는 능히 일체 마군의 권속을 항복하셨습니까?”
이에 사리불은 월상녀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그와 같은 모든 일에서 하나도 하지 못하였다.”
그녀는 다시 말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보살은 그 보리도량에 있어서 능히 이와 같이 뛰어나고 미묘한 모든 일과 또 한량없고 가없는 훌륭한 일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성문의 해탈과 모든 부처님의 해탈이 이 같은 승부(勝負)와 우열의 차이가 있는데, 존자께서는 어찌 부처님 여래와 성문의 해탈이 평등하다는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월상녀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좋다, 좋다. 월상아, 너는 지금 능히 이 같은 걸림없는 변설(辯說)을 잘 하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