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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보살본행경 중권
7. 보시하기 어렵고 계 지키기 어렵다
예전에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현자(賢者)가 있었는데, 이름은 수달(須達)이었다. 거처하는 집이 가난하여 재산이 없었으나 지극히 도덕을 믿었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경법(經法)을 설하시는 것을 들었다.
부처님께서 수달에게 물으셨다.
“재가 보살은 마땅히 보시를 해야 하는가, 보시하지 말아야 하는가?”
수달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땅히 보시를 행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많이 보시해야 합니까, 조금 보시해도 됩니까? 마땅히 좋은 뜻으로 보시해야 합니까, 좋지 않은 뜻으로 보시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수달에게 말씀하셨다.
“대체로 보시에 있어서 비록 보시하는 바가 많아도 과보를 얻음이 적을 수도 있고, 보시가 비록 적어도 과보를 얻음이 많은 수도 있으니, 어떠한 것이 많이 베풀고도 적게 과보를 얻는 것인가?
비록 많이 보시하더라도 지극한 마음이 없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며, 크게 기뻐하지 않고, 스스로 크다고 뽐내며,
보시를 받는 사람이 삿되고 전도된 견해를 믿어 바른 견해를 지니지 않아서 수행자[快士]가 아니면 베푸는 바가 비록 많아도 얻는 과보가 적나니,
마치 농사를 짓되 척박한 땅 가운데에는 씨를 뿌린 것이 비록 많더라도 열매를 거두는 것이 매우 적음과 같다.
어떠한 것이 적게 베풀어도 큰 복을 얻는 것인가?
베푸는 바는 비록 적어도 기쁨으로 주고 정결한 마음으로 주고 공경하면서 주고 보답을 바라지 않고 주며,
보시를 받는 사람이 다시 훌륭한 수행자[快士]여서 부처님, 나아가 벽지불ㆍ사문 4도(道)에서 정견(正見)에 응하는 사람이라면 베푸는 바가 비록 적어도 얻는 과보가 클 것이니,
마치 좋은 밭에 심은 것이 비록 적어도 열매를 거두는 것이 매우 많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또 수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니, 과거 세상에 이 염부제에 전륜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파다발녕(波多★寧)이었다. 왕은 천 명의 아들을 두었고 사천하를 주관하였는데, 이 염부제에 8만 4천의 나라가 있었다.
그때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은 비람(比藍)이었고, 몸이 금빛이고 단정하여 비할 데 없었으며,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천지가 변하는 운세와 병을 가라앉히는 의술을 알았으며,
위로 천문을 알았고 아래로 지리를 살폈으며,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실정을 알아서 일체 전적(典籍)에 꿰뚫어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다.
사람됨이 어질고 자애로워 일체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니 왕이 매우 사랑하고 공경하였으며, 8만 4천의 모든 왕과 나라의 인민들이 또한 다 받들어 공경하여 스승을 삼았다.
비람 대사가 대왕이고 파다발녕이 대왕이 아니었다. 왜냐 하면 파다발녕왕은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바르게 하는 데 하나하나 물어서 인도하였으며 비람 대사가 교화하였으니, 모든 왕과 신민들이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때 대왕이 비람으로부터 경전을 인도하여 받고 또한 다시 8만 4천의 모든 작은 나라의 왕과 여러 신하들과 태자와 모든 인민에게 널리 말해서 모두 비람을 따라서 경전을 배우고 지혜를 익히게 하니,
모든 왕과 신민들이 다 비람을 따라서 경전을 인도하여 받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고,
모두 ‘이것은 범천이 내려와서 우리를 교화하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이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였다.
이때 8만 4천의 모든 왕들이 지혜를 배우고 마음과 뜻이 열리고 풀어지자,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8만 4천의 모든 작은 왕들이 금과 은으로 장식한 흰 코끼리 한 마리와 역시 금과 은으로 장식한 준마 한 필과 역시 금과 은으로 장식한 소 한 마리와
단정하기 비할 데 없으며 7보와 영락과 아름다운 옷으로 꾸민 아리따운 여인 한 사람과
금 발우에 은싸라기를 담고, 은 발우에 금싸라기를 담고, 유리(琉璃) 발우에 금싸라기를 담고, 파리(頗梨) 발우에 금싸라기를 담아서
금으로 수레를 만들고 7보(寶)로 장식하여 각각 모두 8만 4천 개를 공물로 비람 대사에게 바쳤다.
그때 대왕 파다발녕이 모든 작은 왕들이 비람에게 공양하였다는 것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나도 마땅히 비람 대사에게 재보를 바치리라’ 하고,
즉시 8만 4천의 옥녀들을 7보의 구슬과 아름다운 옷으로 그 몸을 꾸미고,
8만 4천의 흰 코끼리를 순금으로 장식하고,
8만 4천 필의 말을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8만 4천 마리의 소를 다 금으로 장식하고,
8만 4천 금 발우에 은싸라기를 담고,
8만 4천 은 발우에 금싸라기를 담고,
8만 4천 유리 발우에 금싸라기를 담고,
8만 4천 파리 발우에 금싸라기를 담고,
8만 4천 대의 수레를 다 금으로 장식하여 비람에게 올렸다.
비람이 받은 후에
‘이 재보와 코끼리ㆍ말ㆍ수레 따위 일체의 소유가 모두 다 항상한 것이 아니어서 견고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대왕에게 말하였다.
‘소유한 재산은 모두 다 항상한 것이 아니어서 없어지는 법입니다.
저는 이것을 쓰지 않고 보시하여서 모든 궁핍한 이를 제도하려고 합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여러 신하들에게 신칙하여 북을 쳐서 염부제 안에 영을 내리기를,
‘가난한 자ㆍ외로운 자ㆍ늙은이ㆍ바라문 범지는 모두 다 모여라. 비람이 곧 큰 보시를 하리라’라고 하였다.
인민들이 영을 듣고 구름처럼 일어나서 모이니, 강한 자와 약한 자가 서로 도와 모두 다 와서 이르렀다.
이때 비람이 바라문의 손을 씻어 주고자 하여 물병을 기울였으나 물이 나오지 않자 크게 근심하기를,
‘지금 나의 큰 보시에 무슨 잘못이 있는가. 뜻이 청정하지 않은가, 보시하는 바가 좋지 않은 것인가? 무엇 때문에 물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하였다.
그때 하늘 사람이 허공에서 비람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지금 보시하는 것은 대단히 좋아서 비할 데 없고, 그 마음이 정결하여 능히 지나칠 자가 없으니, 그대의 공덕은 천하(天下)에 제일이며 더 높을 수 없다.
다만 보시를 받을 사람들이 다 삿되고 거짓되고 뒤바뀐 견해를 가진 무리들이요, 맑고 고결한 수행자의 무리가 아니어서 그대가 씻어 주는 존경을 받을 만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비람이 하늘 사람의 말을 듣고 뜻이 열리어서 곧 맹세하여 말하였다.
‘지금 내가 보시하는 바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리니, 소원하는 바대로 될 것이라면 내가 붓는 물이 마땅히 내 손 안으로 떨어지게 하소서.’
서원을 마친 후 문득 물병을 기울이니 물이 곧 흘러 나와서 저절로 자신의 손바닥 가운데로 떨어지니,
모든 하늘들이 허공에서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가 소원한 대로 오래지 않아서 성불하리라.’
그때 비람이 가난한 이에게 의복과 음식과 일체의 필요한 것을 보시하였는데, 12년 동안에 코끼리ㆍ말ㆍ진보(珍寶)ㆍ옥녀(玉女) 등을 다 보시에 써 버려서 저장하여 쌓아 둔 것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수달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람 바라문이 지금의 나였느니라.
그때 내가 보시한 것도 좋았고 그 마음도 좋았으나 받는 자가 좋지 않아서 비록 보시한 것은 많았으나 얻은 과보는 매우 적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의 법이 참되고 미묘하고 청정하며, 제자가 참되고 바른지라, 비록 베푸는 것이 적어도 과보를 얻음이 매우 많다.
이에 비람이 12년 동안 염부제의 모든 인민들에게 보시를 행한 그 공덕을 헤아리건대,
한 명의 수다원에게 보시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그 복이 훨씬 많아서 그 위를 넘어선다.
설사 백 명의 수다원에게 보시한 것에다가 전에 비람이 염부제 사람들에게 베푼 복의 과보를 합치더라도
한 명의 사다함에게 보시한 것만 같지 못하니 이 복이 훨씬 많아서 그 위를 넘어선다.
바로 백 명의 사다함과 백 명의 수다원에게 보시한 것과 나아가 전에 비람이 염부제 사람들에게 보시하여 얻은 복의 과보가
한 명의 아나함에게 보시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그 복이 배나 많아서 그 위를 넘어선다.
백 명의 아나함과 백 명의 사다함과 백 명의 수다원에게 보시한 데다가 전에 비람이 염부제 사람에게 보시하여 얻은 복의 과보가
한 명의 아라한에게 보시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그 복이 훨씬 많아서 그 위를 넘어선다.
바로 백 명의 아라한과 백 명의 아나함과 백 명의 사다함과 백 명의 수다원에게 보시하고, 거기에 전에 비람이 염부제 사람에게 보시하여 얻은 공덕이
한 명의 벽지불에게 보시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그 복이 훨씬 많아서 그 위를 뛰어넘는다.
바로 백 명의 벽지불과 백 명의 아라한과 백 명의 아나함과 백 명의 사다함과 백 명의 수다원에게 보시하고, 거기에 전에 비람이 염부제 사람들에게 보시하여 얻은 공덕을 합치더라도
탑과 승방과 정사(精舍)를 일으키고 의복과 와상(臥床)과 음식으로 공양하며, 과거ㆍ미래ㆍ현재 사방의 여러 승려와 사문과 도사(道士)들에게 그 필요한 바를 공급하여 얻은 공덕을 헤아리면
그것이 앞의 것보다 뛰어나며,
비록 탑과 승방과 정사를 일으키고, 벽지불과 아라한ㆍ아나함ㆍ사다함ㆍ수다원에게 보시하고 아울러 전에 비람이 염부제 사람들에게 보시하여 지은 복덕을 겸하더라도
부처님 한 분께 공양한 것만 같지 못하니, 이 공덕은 매우 많아서 가히 헤아릴 수 없다.
비록 부처님께 공양하고 탑과 승방과 정사를 일으키고, 나아가 벽지불ㆍ아라한ㆍ아나함ㆍ사다함ㆍ수다원과 아울러 전에 비람이 염부제 사람들에게 보시한 만큼의 공덕을 합해도
어떤 사람이 하루에 세 번 스스로 8관재(關齋)에 들어가는 것만 같지 못하다.
만약 5계(戒)를 지키면 얻은 공덕이 이전에 얻은 보시의 복덕보다 백천만 갑절이나 되어서 가히 비유할 수 없으며,
다시 계를 지킨 복과 이전에 일체를 베푼 것과 부처님의 공덕과 나아가 벽지불과 4도(道)의 무리에 보시한 것을 합하여 모으고, 전에 비람이 염부제 사람에게 보시한 복덕을 모두 합하여도
한 식경 동안 좌선을 하고 중생을 자비로 생각하는 공덕만 못하여서 이 공덕이 앞의 것보다 백천만 배도 넘는다.
전에 비람이 염부제 사람에게 보시한 것과 나아가 4도와 벽지불에 보시한 것과 탑과 승가람을 일으키고 위로 부처님께 공양하며, 계를 지키고 좌선하고 중생을 자비로 생각하는 모든 덕을 합하여도
법을 듣고 마음에 품으며, 4제(諦), 항상하지 않음, 고통, 공함, 몸이 아닌 법과 니원의 적멸(寂滅)을 생각하는 것만 못하니,
앞에 지은 일체 공덕에 비하여서 이것이 가장 존귀하고 제일이어서, 더 높은 것이 없다.”
이에 수달이 법을 듣고 한량없이 뛰었고, 몸과 마음이 청정하여 아나함의 도를 얻었다.
오직 다섯 개의 금전(金錢)이 있었는데, 하루에 1전을 가지고 부처님께 공양하고, 1전은 법에 바치고, 1전은 승려에게 베풀고, 1전은 자신이 먹고, 1전은 근본을 삼으니, 날마다 이와 같이 하면 언제나 1전이 남아 있어서 마침내 다함이 없다.
곧 5계를 받고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오늘 욕심이 이미 끊어졌는데, 집에 있으면서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수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그대가 오늘 마음과 뜻이 청정하여서 다시 애욕이 없다면,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서 모든 부녀들에게
‘이제 나는 욕심이 이미 없어졌으니 그대들은 각기 즐겨 하는 바를 따르되, 남편이 필요한 자는 마음대로 좋은 바를 따라가고, 만약 여기에 있으려고 한다면 마땅히 옷과 음식을 주리라’라고 하라.”
수달이 가르침을 받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집에 돌아가서 모든 부녀들에게 물었다.
“나는 이제 애욕이 아주 없어져서 다시 애욕의 일이 없을 것이니, 그대들은 만약 남편이 필요하거든 각기 좋아하는 바를 따라가고 여기에 있으려고 한다면 옷과 음식을 궁핍하지 않게 공급하리라.”
모든 부녀들이 각각 뜻을 좇아서 그 즐겨 하는 바를 따라서 하였다.
그때 한 부인이 보리를 볶아서 가루를 만드는데 염소가 와서 당겨서 보리를 볶을 수가 없었다.
부지깽이를 가지고 염소를 때렸는데 부지깽이 끝에 있던 불이 염소의 털로 옮겨 붙었다.
염소가 털에 불이 붙어서 뜨겁자 코끼리 우리로 달려가서 문지른 것이 코끼리 우리를 태웠고 아울러 왕의 코끼리가 화상을 입었다.
코끼리의 몸뚱이가 불에 데어서 터지자 문득 원숭이를 죽여서 코끼리의 몸에 붙이는 약으로 썼다.
하늘이 공중에서 게송을 설하였다.
성내어 싸우고 다투는 곳
마땅히 그 가운데 머물지 말라.
산양과 염소가 서로 싸울 때
파리와 나비가 거기서 죽고,
여종과 암염소가 받고 치는데
애매한 원숭이가 앉아 죽었네.
슬기로운 자는 멀리하나니
어리석은 사람과 함께 있지 말라.
바사닉왕(波斯匿王)이 신하에게 신칙하여 한계를 짓되,
‘지금부터 밤에 불을 피우지 말고, 등촉도 밝히지 말라. 만약 범하는 자가 있으면 금 1천 냥으로 벌하리라’라고 하였다.
그때 수달이 도를 얻고 집에 있으면서 밤낮으로 좌선하는데, 처음 선정[定]에 들 때 등불을 켜고 좌선하다가 밤중에는 쉬고 닭이 울면 다시 등불을 밝히고 좌선하였다.
그러다가 사찰하는 자가 그를 잡아서 등불을 들고서 왕에게 말하였다.
“마땅히 벌금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수달이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내가 빈궁하여서 백 전도 낼 수 없는데, 무엇으로 임금님께 벌금을 바치겠습니까?”
왕이 성내고 꾸짖어 옥에 가두도록 신칙하니 수달은 곧 옥에 갇혔다.
사천왕(四天王)은 수달이 옥에 갇혀 있는 것을 보고, 초저녁에 내려와서 수달에게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돈을 주어서 왕에게 벌금을 바치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수달이 대답하였다.
“왕이 스스로 기뻐하면서 뜻이 풀려야 하니 돈을 쓰지 않아도 되리라.”
사천왕을 위하여서 경을 설하여 마치니 천왕이 문득 갔다.
한밤중이 되자 천제석이 다시 내려와서 보았다.
수달이 또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하여 마치니, 제석이 곧 돌아갔다.
다음으로 새벽녘에 범천이 다시 내려와서 수달을 보자 곧 그를 위하여 설법하였다.
그러자 범천이 또 돌아갔다.
그때 왕이 밤에 망루[觀] 위에서 감옥을 보니 그 뒤에 불빛이 있었다.
왕은 다음날 곧 사람을 보내어서 수달에게 말하였다.
“좌선하고 불피워서 갇히게 되었거늘 부끄러움이 없이 계속하여 또 불을 피우느냐?”
수달이 대답하였다.
“제가 불을 피운 것이 아닙니다.
만약 불을 피웠다면 당연히 연기와 재의 표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수달에게 말하였다.
“초저녁에 네 개의 불이 있었고, 밤중에 불 하나가 먼저 것보다 배나 큰 것이 있었고, 새벽녘에 또 다른 불 하나가 먼저보다 배나 되었는데, 불을 피운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된 것이냐?”
수달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불이 아니었습니다.
초저녁에는 사천왕이 내려와서 나를 보았고, 밤중에는 제2천제가 와서 나를 보았고, 새벽녘에는 제7 범천이 와서 나를 보았는데,
이는 하늘의 몸에서 나는 광명의 불꽃이요, 불이 아니었습니다.”
신하가 그 말을 듣고 곧 가서 왕에게 아뢰니 왕이 이와 같음을 듣고 곧 마음이 놀라고 털이 곤두섰다.
왕이 말하였다.
“이 사람의 복덕이 이처럼 수승하여 특별하거늘 내가 이제 어떻게 헐뜯고 욕보이겠는가?”
곧 신하에게 신칙하여 말하였다.
“속히 석방하여 내보내되 지체하지 말라.”
곧 석방하여 가도록 하였다.
수달이 벗어나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물러앉아서 법을 들었다.
바사닉왕의 장엄한 행차가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인민들이 왕을 보고 모두 자리를 피하여 일어나는데, 오직 수달만이 마음이 법미(法味)에 취하여 왕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자,
왕이 마음속으로 괘씸하게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나의 백성인데 교만한 마음을 품고 나를 보고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드디어 노여움을 품었다.
부처님께서 그 뜻을 아시고 법을 설하지 않으셨다.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디 경법(經法)을 설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왕을 위하여 법을 설할 때가 아니니, 어찌하여 때가 아니라고 하는가?
사람이 화냄[瞋恚]ㆍ분노ㆍ번뇌[結]를 일으켜 풀지 않거나 만약 음란함을 탐하여 여색에 빠지거나, 교만하여 스스로 대단하고 귀하다고 여겨 공경심이 없으면 그 마음이 더럽고 흐려져서 묘법(妙法)을 들어도 능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지금은 왕을 위하여 법을 설할 때가 아닙니다.”
왕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속으로 스스로
‘여기에 앉아 있는 사람 때문에 오늘 내가 두 번이나 위신이 꺾이었고, 또 성을 내서 법을 듣지 못하였다’라고 생각하였다.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가다가 밖에 나와서 좌우에게 명령하였다.
“저 사람이 만약 나오거든 곧 그 머리를 베어 오라.”
말을 마치고 나자 그때 4면에서 호랑이ㆍ사자 등의 독하고 해로운 짐승들이 몰려와서 왕을 둘러쌌다.
왕이 이것을 보고 크게 두려워하면서 곧 부처님의 처소로 다시 이르니,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대왕은 어찌하여 돌아오셨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러이러한 일을 보고 두려워서 돌아왔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을 압니까?”
왕이 말했다.
“알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아나함의 도를 얻었습니다.
앉아서 이 사람을 향해 악의를 일으켰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니, 만약 돌아오지 않았다면 왕은 반드시 위해를 당하여 온전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왕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크게 두려워하면서 곧 수달을 향하여 참회하면서 절하고 양피(羊皮) 네 포를 수달 앞에 깔고 말하였다.
“당신이 나의 백성으로서 나를 욕보였으므로 실로 매우 참기 어려웠습니다.”
수달이 다시 말하였다.
“나는 빈궁하여 보시를 행한다는 것이 역시 매우 어려웠습니다.”
시라사질(尸羅師質)이 나라를 위하여 평정하다가 도적에게 잡혔는데,
도적이 말하였다.
“나를 보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내가 마땅히 너를 놓아 주리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죽이리라.”
시라사질이 스스로
‘지금 거짓말을 한다면 법이 아닌 일을 하는 것인데, 만약 지옥에 떨어지면 누가 마땅히 나를 놓아 줄 것인가?’라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도적에게 말하였다.
“차라리 내 머리를 바치더라도 마침내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도적이 문득 그를 놓아 주었다.
위해가 닥쳐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행실을 삼가고 법을 바르게 함은 실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하늘이 있었는데 이름이 시가라(尸迦羅)였다. 스스로
“내가 8관재를 받고 높은 누각 위에 누웠는데 하늘의 옥녀가 와서 내 처소에 이른 것을 금계로 지키면서 받지 않음은 실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네 사람이 각각 스스로 이와 같이 말하고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설하였다.
빈궁하여 보시하기 어렵고
호귀(豪貴)하여 인욕하기 어렵네.
위험한 경우에 계 지키기 어렵고
한창 젊을 적에 욕망 버리기 어렵네.
게송을 설하고 나니, 부처님께서 거듭 경법을 설하셨다. 왕과 신민들이 다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절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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