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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정행소집경 제5권
또 무슨 뜻으로 ‘근심[憂]’이라고 이름하여 설하셨는가?
이른바 모든 유정이 탐욕으로 말미암은 까닭에 근심과 두려움 속에 빠진 것이
마치 맹수가 불꽃에 둘러싸인 것과 같고,
심연(深淵)의 물고기가 육지에 놓이게 된 것과 같고,
대해에 들어가서 그 배가 파손되어 깊이 마음으로 근심하며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과 같고,
적은 물로 뜨거운 쇳덩어리를 적시는 것과 같다.
장차 죽음의 문으로 들어갈 것이니, 명(命)은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다.
비유하건대 솥에 콩을 삶는데 가득 차서 넘쳐흐르는데도 다시 장작을 더 집어넣는 것과 같다.
저 세간의 사람들은 몸이 집에 처했으면서도 근심의 핍박을 받는다.
모든 근(根)이 쇠하고 초췌해져서 마음은 잠시도 편안할 틈이 없는 것이
마치 우유병이 타오르는 불 근처에 있는 것과 같으니,
마땅히 오래 가지 않아서 곧 소멸하고 파괴될 것임을 알라.
또 무슨 뜻으로 ‘슬픔[悲]’이라고 이름하여 설하셨는가?
이른바 모든 유정은 먼저 진귀한 재물을 가지고도 능히 지키지 못한다.
몸은 다시 나태하고 해이해져서 가난하고 고통 받기에 이르며, 몸의 형상(形狀)이 발가벗겨져 드러나게 되며 안색이 초췌해지며 목구멍이 말라 타고 말뜻이 애처로워지며, 옛날의 부유하고 풍요로움을 생각하나 다시 능히 얻을 수 없다.
또 무슨 뜻으로 ‘괴로움(苦)’이라고 이름하여 설하셨는가?
이른바 모든 유정이 법답지 않은 행을 지어 몸이 법의 그물을 범하면 칼과 몽둥이나 독약에 당하고 또는 비인(非人)에게 꺾이고 찔리고 잔혹하게 해를 입거나 또는 단명하는 등 온갖 고초를 받는다.
또 무슨 뜻으로 ‘번뇌[惱]’라고 이름하여 설하셨는가?
이른바 모든 유정이 나쁜 말을 서로에게 퍼붓는 것이 마치 독화살에 맞는 것과 같아 모든 근(根)이 번뇌하고 걱정하여 즐거운 생각을 깨뜨리고 상실한다.
또 무엇을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라고 했는가?
혹은 모든 유정이 정법을 즐거이 닦았으나 능히 입해(入解)하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수고로우며 혹은 게으름으로 말미암아 많은 것을 구하지만 이루지 못하여 열뇌를 일으키는 것이니, 욕심을 내지 않고 구하지 않으면 마음이 곧 안온하게 된다.
또 무엇을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이라고 했는가?
이른바 좋아하는 권속이나 친구와 화합하고 기뻐하며 위로하나 홀연히 여의고 흩어지니 마음에 그리움을 품고 열뇌를 일으키는 것이다.
또 무엇을 ‘원망하고 증오하는 이와 만나는 괴로움’이라고 했는가?
이른바 저 유정이 탐욕에 즐거이 집착하고 재물과 이익을 많이 구하여 서로 간에 뺏고 경쟁하여 깊은 원한을 맺는다.
혹은 처자(妻子)의 은애(恩愛)에 속박 받는 바가 되는데, 마치 질곡(桎梏)과 같아서 자재할 수가 없다. 마땅히 알라,
여색(女色)은 사람을 미혹하게 하고 산란하게 하며, 그 말은 유연하여 마치 구모나화(拘牟那花)와 같아서 어리석은 이는 그것을 좋아하여 건장한 모습[色]을 깎아 버리고 없애서 오래지 않아 마르고 초췌해지니, 마치 교답마선(喬答摩仙)과 같다.
나아가 여러 천인들도 욕락(欲樂)에 많이 집착한다면 마치 땔나무가 불 가까이에 있으면 끝내 불타게 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까닭에 비구들은 마땅히 항상 멀리 여의어야 하니, 만약 저 욕심을 가까이 한다면 제일의 고통을 얻게 된다.
일체 세간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욕심의 불에 두루 널리 핍박받게 되어 온갖 고통을 초래하며 죽어서 악도에 떨어져서 저 열세 가지의 광대한 불더미에 둘러싸여 타게 된다.
부처님께서 세간의 중생들의 자부(慈父)가 되셔서 저들을 연민하신 까닭에 이 경을 설하셨다.
이른바 지옥은 열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등활(等活)이며, 둘째는 흑승(黑繩)이며, 셋째는 중합(衆合)이며, 넷째는 호규(號叫)며, 다섯째는 대호규(大號叫)이며, 여섯째는 소연(燒然)이며, 일곱째는 극소연(極燒然)이며, 여덟째는 무간(無間)이며, 아홉째는 당외(煻煨)이며, 열째는 시분(屍糞)이며, 열한째는 봉인(鋒刃)이며, 열두째는 검림(劍林)이며, 열셋째는 회하(灰河)이다.
이와 같은 지옥은 모든 악과 험난함과 한량없는 고뇌가 그 속에 모여 있는데, 무수한 유정들은 온갖 악업을 짓다가 목숨이 끊어지면 이 속에 들어가서 온갖 고통을 받는다.
그리하여 저 지옥의 옥졸에게 갖가지 체벌을 받으니, 그들은 뜨거운 철퇴로 화를 내며 때린다. 그러면 형체가 초췌해지고 문드러지며 주위에 피가 낭자하고 모든 골절의 마디마다 모두 불에 타버린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 발을 묶어서 불구덩이에 던지니 손을 들고 애타게 흔들며 추한 목소리로 부르짖으며 통곡하여도 저 염마(琰摩)의 졸개들은 매우 악독하고 두려워 형벌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보고는 곧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게 된다.
혹은 다시 당외(煻煨)지옥으로 쫓겨 들어가면 가죽과 육체와 근골로는 닳고 문드러지기에도 부족하다.
악업으로 말미암은 까닭에 아주 잠깐 환생(還生)하지만 다시 깊고 넓고 극히 뜨거운 시분(屍糞)지옥 속에 떨어진다.
일찍이 맡아본 적 없는 악취가 나고 고나파(酤拏波)라고 하는 철자충(鐵觜蟲)이 있는데, 그 벌레가 그 속을 오가며 죄인의 발을 씹고 살을 뚫고 뼈를 쪼아 골수를 취하여 먹는다.
또 무수히 많은 날카롭고 예리한 칼[鋒刀]을 차례로 배열하여 그것으로 길을 만들어 마침내 저 죄인이 발로 밟고 다닌다.
게다가 매서운 바람이 그 위로 몰아쳐 그 고통을 피하려고 칼날로 된 숲[劍林]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무수한 검봉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 몸을 찌르니, 잘리고 부서지지 않음이 없다.
다시 큰 강이 있는데 잿물로 가득 차 있어[灰河] 파도가 용솟음치면서 흘러 저 죄인을 삶는다.
그 양쪽 언덕에 여러 옥졸이 삼극차(三戟叉)를 잡고서 왔다 갔다 하면서 찌르니 너무나 지독한 고통을 당하여 어쩌다 기절하거나 또는 달아나 숨으려 하면 마치 물고기가 진흙탕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러면 곧 철 갈고리로 그 입술을 끌어당겨 밖으로 끄집어내는데, 큰 철망(鐵網)으로 뜨거운 땅에 흔들어 올려놓는다.
그때 큰 불이 매섭게 타올라 나부끼며 지져대고 다시 철 칼로 그 입을 쪼개어 열고는 곧 구리물을 마구 부어대며 혹은 뜨거운 철환(鐵丸)을 몰아쳐서 삼키게 한다. 그러면 잇몸과 목구멍과 혀가 제각기 타서 문드러지고 목구멍을 따라 내려와 모두 타버리고 만다.
다시 두 개의 돌로 그 몸을 끼우고 머리에서 발까지 자르고 가른다. 옥졸이 포악한 것이 마치 술 취한 코끼리 같아서 노하면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불꽃이 사방에서 솟아나와 저 죄인들을 몰아서 철상(鐵床) 위에 눕히고 실로 이들을 자르기도 하고 뚫기도 하여 불길이 사방에서 일어나니, 오로지 부르짖으며 통곡하는 소리만 들린다.
다시 산봉우리가 있어 공중에서 떨어져 저 죄인들을 때리니, 온 몸의 사지가 모두 부서져버려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가 한참 후에 소생한다.
또 여러 옥졸들은 그 모양이 추악하며 날카로운 도끼ㆍ몽둥이ㆍ도륜(刀輪)ㆍ화살촉ㆍ공이ㆍ대포ㆍ뜨거운 철로 된 지팡이 등 갖가지 고통을 주는 도구들을 들고 죄인들의 죄를 헤아려서 매질한다.
또 매섭게 불타오르는 수많은 불꽃의 꼬챙이들이 사방에서 와서 그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 마치 나무 그루터기를 태우듯이 하니, 모두 다 불타서 문드러지고 만다.
또 예리한 칼로 그 혀를 취하여 찌르거나 잘라서 백천 토막으로 나누며 나아가 일체의 몸과 사지를 빠르게 나누어 흩으니, 마치 뜬구름과 같다.
다시 죄인을 뜨거운 쇠 가마 속에 넣어 타 오르는 불로 사방에서 핍박하니, 그 탕이 끓어올라 넘치며 위 아래로 떴다 가라앉다 하며 마치 콩을 삶는 것처럼 온몸이 부풀고 터지며 살갗과 살점이 모두 없어지고 오직 뼈와 쇠사슬만이 남아서 땅에 잡아 건져내면 업(業)의 바람이 불어 다시 살아나 예전과 같아진다.
이와 같이 많은 괴로움들은 매우 두렵지만, 이 지옥에 떨어지는 자는 면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광대한 한빙(寒氷)지옥이 있어 큰 눈이 내려 쌓이니, 그 높이가 마치 산과 같다.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바람이 조금도 쉬지 않고 불어대며 큰 심연(深淵)이 있어서 얼음 절구를 이루었는데, 그 모양이 완연한 것이 마치 수정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여러 옥졸들은 드디어 저 죄인들을 모두 다 이 속으로 들어가게 하니, 추운 고통에 시달려서 신음소리를 낸다.
그런데도 두 개의 공이를 가지고 다시 서로 위아래로 빻아 대니 그 몸이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이 마치 거품덩어리가 모여드는 것과 같다.
하지만 업의 바람이 불면 살아나 예전과 다르지 않으니 오랜 시간고통을 받아 업이 다하여야 바야흐로 나갈 수 있다.
저 모든 유정들은 모두 염혜(染慧)와 사욕(邪欲)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남의 신색(身色)에 탐닉하고 집착하여 하찮고 사소한 즐거움을 탐하는 것을 버리지 않아서 많은 괴로운 과보(果報)를 받으니, 이러한 까닭으로 세존께서는 깊이 연민하시고 대비심을 일으켜 이 경을 설하셨다.
비구들아, 세간의 모든 고통의 인(因)은 태어남[生]을 근본으로 한다.
만약 태어남의 연(緣)이 없다면 윤회가 저절로 쉴 것이니, 하물며 미래의 한량없는 고통을 내겠는가?
태어남이 있는 까닭으로 말미암아 곧 색온(色蘊)이 있고,
색온으로 말미암아 수온(受蘊)이 있고,
수온으로 말미암아 상온(想蘊)이 있고,
상온으로 말미암아 행온(行蘊)이 있고,
행온으로 말미암아 식온(識薀)이 있다.
이와 같은 차례로 상속하여 일어나서 괴로움의 덩어리가 증장하며, 생사 윤회하는 것이 끝이 없다.
비유하자면 뭇 도적들이 성황(城隍)에 들어가서 제멋대로 노략질하며 뭇 백성들을 괴롭히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5온(蘊)은 저 식(識)이라는 성(城)에 의지하며 온갖 번뇌를 내어 모든 근(根)을 손상시킨다.
또한 늙음[老]ㆍ병듦[病]ㆍ죽음[死]은 모든 세간을 손상시키고 괴롭히길 좋아하니, 이는 사랑할 만하지 않다.
마치 세 종류의 원수에게 항상 내몰리고 쫓기는 것과 같으니,
첫째는 항상 잘못의 틈을 구하는 것이며,
둘째는 험하고 어려운 곳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그 목숨을 엿보아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비구는 항상 마땅히 복개정행(福蓋正行)을 수습하고 경전을 수지하여 설법대로 수행해야 하니, 설령 늙고 병들고 죽음의 많은 원한에 에워싸여도 두려움을 내지 않으며 험난한 악도(惡道)에서도 능히 벗어날 수 있다.
이 대장부는 두 세상의 이익을 위하니, 마치 불 속에 핀 연꽃처럼 매우 희유한 것으로 곧 적정묘락(寂靜妙樂)에 안주한다.
모든 비구는 저 복(福)의 체성(體性)이 바르게 나타내 보이는 바를 인(因)으로부터 과(果)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랑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또한 무루선법(無漏善法)을 일으켜서 몸과 입과 뜻의 업이 다 청정하게 되어 불퇴전(不退轉)에 안주하고 도의 기별[道記]을 얻으니, 마치 가을날 보름달이 성대한 광명을 놓는 것처럼 모든 세간이 다 이익을 입는다.
두루 크게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제한을 두지 않고 걸식하러 오는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 주니,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마음속에 기쁨과 즐거움을 내게 한다.
마치 싸움에서 이긴 장수와 같이 마음이 용맹스럽고 날래게 나아가며,
마치 선왕(善王)에게 의지하여 편안하게 거주하는 것과 같고,
마치 큰 바다로 모든 강의 흐름이 들어오는 것과 같고,
미로산(彌盧山)과 같이 안정되고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으며,
모든 중생이 부모처럼 받들고 모든 세간의 공양과 공경을 얻고,
가장 뛰어나고 으뜸가는 길상(吉祥)을 얻어서 친우(親友)와 붕속(朋屬)의 찬양을 받는다.
모든 소원이 다 이루어지며 결국에는 윤회의 고해(苦海)를 넘어서니,
이 뜻에서 밝힌 복(福)의 자성(自性)은 마치 쇠로 만든 그릇과 같이 견고하여 사랑할 만하기에 모든 중생의 가장 뛰어난 의지가 된다.
비복(非福)의 자성은 사랑하거나 즐길 만하지 않으니 마치 굽지 않은 병과 같아서 끝내 파괴되며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악도에 유전하게 하며,
마치 세상의 우산[蓋]와 같이 사람들이 잡고 사방으로 왕래하는 것이며,
모든 불꽃의 열을 차단하면 장인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래되지 않아 곧 무너진다.
이와 같이 복개정행을 소지하면 능히 태어남[生] 등과 같은 모든 열뇌와 지옥 불에 타거나 삶기는 일을 물리치게 되며, 온갖 선(善)이 이룬 바를 맡아 지니면 무너지지 않는다.
다음과 같으니라. 사위성에 사는 한 장자(長者)의 여자가 족성(族姓)의 남자와 짝을 이루어 후에 한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절제하지 않고 재산을 써버려 날이 갈수록 빈곤해지자 남자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내가 먼 지방에 가서 힘껏 살 길을 찾아보겠으니, 그대는 이 아이를 사랑으로 기르시오.”
오랜 세월이 지났으나 남편은 돌아올 줄 몰랐다.
한편 아이는 이미 장대해졌으나 점차 게을러졌고 끝내는 이웃의 처녀와 오가며 사랑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 여자는 곧 가지고 있던 보석 머리띠를 풀어서 그에게 주었는데, 어머니가 후에 그 보석 머리띠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를 알고 난 뒤에 곧 온갖 좋은 말로 가르치고 깨우쳤다.
“나의 아들은 비루한 일을 즐겨서는 안 된다. 마땅히 스스로 삼가고 지켜야 하니, 나의 뜻을 어기지 말라.”
매일매일 단속하여 놀러 다니지 못하게 하였고, 밤에는 침실의 문과 창에 빗장을 질러두었다.
어느 날 밤 아들은 탐욕을 누르지 못하여 잠깐 누웠다가는 곧 다시 일어나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문을 열어 주십시오. 내 마음대로 나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여기 그릇이 있어서 나갈 수가 없다.”
어머니가 엄하게 단속을 하기는 하였지만 도리어 욕심은 커져만 가서 끝내 악의를 일으켜 자신의 어머니를 해지고 말았다.
그는 죄를 짓고 나서 매우 당황하고 두려워하다가 마침내 가람(伽藍)으로 가서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저는 출가하고자 합니다. 거두어 받아 주소서.”
이때 여러 비구는 그가 왜 오게 되었는지를 묻거나 관찰하지도 않고 곧 삭발하여 주었다.
비구가 되고 난 뒤에 멀리 다른 나라로 숨어 들어가서 용맹 정진하여 지계(持戒)를 굳게 지켰으며 선정(禪定)을 닦고 익혔고 즐거이 경전을 독송하였다.
그곳에 살고 있던 한 장자는 그 비구가 이와 같은 덕을 갖추고 있음을 보고는 마음을 일으켜 공양을 올리고 그를 위해 가람을 만들어서 그를 주지로 살게 하였다.
그러자 팔방(八方)의 대중스님들이 모두 와서 의지하여 살게 되었는데, 이때 그 비구는 대중들을 위해서 대승경전을 널리 강설하였다.
그리고 다시 상응하는 선관(禪觀)을 닦고 익히며 4사(事)를 공급하였는데, 모자라는 것이 없게 하였다.
그리하여 여러 대중들은 열심히 수행하였고 조금도 게으르지 않아서 점차 나한과(羅漢果)를 증득하는 자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 비구는 병고(病苦)에 얽히게 되었는데, 묘약(妙藥)을 복용하여도 병세는 도리어 깊어갔다.
마침내 그는 대중 스님들을 불러 모아서 교묘하게 참회하면서 용서를 빌며 말하였다.
“그릇되게도 주지가 되어서 대덕스님들을 업신여겼습니다.
여러 제자들을, 어지럽게 한 것 또한 그러하니, 오직 모든 자비로서 저에게 환희(歡喜)를 보시하여 주십시오.
영원하리라 여겼던 것은 모두 다 없어지며, 높은 것 또한 떨어지기 마련이고, 모인 것은 헤어지게 되며, 태어난 것은 반드시 멸함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 말을 마치고 나서 홀연히 목숨이 끊어졌다.
그러자 여러 대중과 저 제자들은 모두 선리(善利)를 베풀어서 명복을 빌었고, 그런 뒤에 서로 의논하여 말하였다.
“우리 스승께서는 입적하셨는데, 아직 신식(神識)이 마땅하게 어느 곳에 나셨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제자들 가운데 성과[聖]를 증득한 자가 있어 곧 정관(定觀)에 들어가서 제천(諸天)을 시작으로 차즘 인간 세상과 귀신과 축생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흩어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널리 여러 지옥들 가운데를 관하다가 이에 그 스승이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자는 그 광경을 보고 나서는 커다란 의혹을 일으켰다.
‘우리 큰 화상(和尙)께서는 인간 세상에 계실 때 청정한 계율을 굳게 지키시고 다문변재(多聞辯才)로서 정진수행 하시기를 일찍이 잠시라도 그만둔 적이 없었고 8방의 대중스님들을 모두 거두어서 공양하였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이렇듯 극한 과보를 받는가?’
이때 제자가 다시 선정에 들어가서 관하여 곧 선인(先因)을 보니, 일찍이 그 어머니를 해쳤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과보를 가지고 있었던 까닭에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타오르는 불덩어리에 그 몸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저 옥졸이 갖가지로 꾸짖으며 말하기를,
“너는 인간세상에 있을 때에 매우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이러한 대역죄를 지었다.
지금 누구를 보낸들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옥졸이 곧 시뻘겋게 달구어진 철퇴를 가지고 그 머리를 때려 부수니, 그 피가 흐르다 기절을 하였는데 그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자 대아라한(大阿羅漢)이 된 제자가 이 사실을 보고 나서는 자비로운 원력을 움직여서 고뇌를 식게 하고 없애 주었으며 법의 위덕에 의지하여 숙명(宿命)을 알게 하였다.
삼보(三寶)를 염한 것을 인연으로 하여 그 선근(善根)을 이었으며 곧 스승의 목숨이 다하여 야마천(夜摩天)에 태어나게 되었고, 법이(法爾)로서 새로이 제천(諸天)의 아들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는 그 하늘에 살다가 이윽고 세 가지의 생각을 일으켰다.
첫째는 전생의 몸은 어떤 족성에서 생을 받았는가를 관하고,
둘째는 어떠한 곳에서 몸이 죽고 목숨이 끊어졌는가를 관하고,
셋째는 어떠한 복을 닦아서 천상에 날 수 있었던가를 관하였다.
저 천자는 이렇게 관하고 나서 곧 자신이 이전에 대역죄를 지은 것을 보았고, 부처님의 은혜의 힘을 입어서 이 하늘에 날 수 있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일심으로 다른 상(想)을 내지 않고 오직 부처님을 뵙고 친근히 하며 공양하여, 그럼으로써 큰 은혜를 갚기를 구해야겠다.’
그는 하늘 복의 힘으로 말미암아 저절로 뭇 보배와 영락을 갖게 되었으며, 그것으로 몸을 장엄하고 초야분(初夜分)부터 몸에서 광명을 내며 기타숲을 비추니 모두 다 밝게 드러났다.
그러고 나서 앞으로 가서 부처님께 이르러 머리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는 곧 천상의 온갖 색의 연꽃과 만다라화(曼陀羅華)를 부처님 앞에 뿌리니 그 꽃이 쌓여 부처님의 무릎을 넘었고, 공양을 올린 뒤에 한곳으로 물러나 좌정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저 천자(天子)가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아시고서는 곧 그를 위하여 4제(諦)의 법륜(法輪)과 3전행상(轉行相)을 널리 설하셨다.
그는 법문을 듣고 나서 깨달아 곧 견제(見諦)를 얻었으니 그 자리에서 예류과(預流果)를 증득하였고, 금강지(金剛智)의 저(杵)로써 신견(身見)과 삿된 교만의 여러 산들을 허물어뜨렸다.
이 4제법은 그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그리고 부모나 친구들이 능히 널리 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오직 불세존께서 우리가 흘리는 피가 바다를 가득 채우고 쌓인 뼈가 산을 이룬 것과 같음을 불쌍히 여기셔서 악으로 넘나드는 문을 닫아버리고 하늘에 태어나는 길을 열어주시며,
지옥과 아귀와 축생을 모두 다 구제하셔서 모두가 인천(人天)의 착한 과보에 안주하게 하시기 위함이다.
그때 저 천자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염욕(染欲)의 깊은 허물과 우환으로 말미암아
무간지옥 속에 떨어졌으나
부처님의 은력(恩力)을 입어 하늘에 태어날 수 있었으며
다시 열반도(涅槃道)를 증득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깨끗한 법의 눈에 의지하여
윤회의 모든 악한 갈래와
미래 생사의 흐름에서 영원히 벗어나서
고요한 보리의 언덕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모니주(牟尼主)를 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백천 생(百千生) 가운데서도 만나기 어려운 것이지만
나고 늙고 병드는 괴로움의 인(因)을 잘 초월하여
마땅히 세간의 광대한 공양을 받습니다.
보석 영락을 가지고 그것을 바치며
합장하고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도니 마음은 매우 기쁘도다.
그러므로 나는 인간과 하늘에서 깨달음을 내게 하는
이족존(二足尊)께 정례(頂禮)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