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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굴마라경 제2권
[목건련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존자 사리불(舍利弗)과 대목건련(大目揵連)은 신통의 힘으로 기러기처럼 허공에 날아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 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앙굴마라를 보고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었다.
그때 대목건련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뛰어나도다. 용감하고 슬기로운 이여,
수승한 업을 잘 닦는구나.
의당 부처님을 빨리 따라가서
출가하여 깨끗한 계행 닦아야 하오.
모든 범행 닦는 이와 함께
허공을 날아 기원(祇園)에 왔사오니
부처님께서는 곧 가엾이 보시고
출가하여 구족계 받음 허락하소서.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그를 우러러보며
기러기같이 허공을 날고
둥근 달같이 밝고 깨끗하게 하소서.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것이 세상의 신통이며
어떤 것이 신통의 근본입니까.
신통 제일이신 어른께서는
말씀하TU서 나의 의심 풀어주소서.
그때 대목건련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 깨끗한 보시 닦아
신과 수레를 항상 보시하거나
비구로서 깨끗한 계행 지니어
가까이하는 애욕을 멀리 떠나면
이와 같은 두 가지 인연으로
신통의 힘을 빨리 얻으리.
그때 앙굴마라는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 대목련이여
모기만한 행만 닦아서는
제일 진실한 신통은
분별하여 알지 못하네.
모기처럼 허공을 날아왔으나
모르거든 잠자코 계시오.
자기와 남이 이익되는 일 행하여
빨리 중생 편케 하기 바랍니다.
이와 같이 방편 닦으면
최상의 신통 빨리 얻으리.
설법하는 이를 위안해 주며
고난을 당한 이에게
몸을 버려 구호해 주면
최상의 신통 빨리 얻으리라.
중생 건지는 일을
나는 지금 빨리 행하리니
기타숲(祇陀林)에 가서는
당장 큰 신통 얻으리라.
이와 같이 한량없는 법을
마하연[摩訶衍]이라 하나니
한량없고 또 한량없어서
여래라고 불리워집니다.
[사리불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앙굴마라는 이 게송을 말하고서 즉시 또 게송을 말하여 사리불에게 물었다.
사리불이여, 어떤 것을
세상에서 큰 지혜라고 하며
지혜는 어디에서 생깁니까.
말씀하여 의심 풀어주소서.
그때 사리불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5계(戒)를 잘 두호하고 지니면
큰 지혜를 능히 성취하되
목숨 마쳐 다시 몸 받을 적에도
지혜와 함께 항상 태어나고
그 명성은 멀리 퍼지며
그 지혜는 흔들리지 않으리.
그때 앙굴마라는 또 게송을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항상하여 불멸함’을 말씀하시고
거기에서 큰 지혜 생긴다 하셨으며
부처님께서는 그 큰 지혜는
설법에서 생긴다고 말씀하셨도다.
아, 사리불이여
모기와 같은 행만 닦아서는
지혜의 진실한 이치를
분별하여 알지 못하리.
비루하다. 모기만한 지혜여
모르거든 잠자코 계시오.
[아난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존자 아난(阿難)이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 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 서서 앙굴마라를 보고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이 생겨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거룩하다. 앙굴마라여
이미 수승한 업 닦았으니
나는 지금 따라서 기뻐하노라.
속히 9부의 경을 외울지어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물었다.
여래께서 그대를 칭찬하시되
많이 들음이 가장 으뜸이라 하셨는데
어떤 것이 세상에서 많이 들음이며
많이 들음이란 어디에서 생깁니까.
그때 아난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9부의 경을 외우고 익히며
인색함 없이 남에게 말해주면
여기에서 많이 들음 얻어서
불가사의한 법 모두 지니리라.
그때 앙굴마라는 또 게송을 말하였다.
모든 여래를 찬탄하되
필경 항상하여 사라지지 않는다 하면
그는 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많이 들은 이라고 말하리.
아, 아난이여
모기만한 행만 닦아서
많이 들음으로 들어가는 법문을
분별하여 알지 못하는군요.
비루하다. 모기와 같은 지님이여,
모르거든 잠자코 계십시오.
[라후라와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존자 라후라(羅睺羅)가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 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섰다. 그리고 앙굴마라를 보고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이 생겨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거룩하다. 앙굴마라여
이미 수승한 공덕 닦았으니
나는 지금 따라서 기뻐하노라.
계율 존경하여 빨리 지닐지어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물었다.
여래께서 그대를 칭찬하시되
계율 존경함이 으뜸이라 하셨는데
어떤 것이 세상에서
깨끗한 계를 존경함입니까.
그대는 부처님이 사랑하시는 아들이니
말씀하여 나의 의심 풀어 주소서.
그때 라후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전일한 마음으로 공경히 지니면
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계율을 존경함이라 하리.
그때 앙굴마라는 또 게송을 말하였다.
만일 모든 여래를 두고
세상에서 제일 항상함이라 한다면
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계율을 존경함이라 하리.
아, 라후라여
모기만한 행만 닦아서는
가장 진실하게 계율 존경함을
잘 알 수 없습니다.
비루하다. 모기만한 행이여
모르거든 잠자코 계십시오.
[아나율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존자 아나율(阿那律)이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 아래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앙굴마라를 보고 따라 기뻐하는 마음이 생겨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기이하다. 앙굴마라여
수승한 업을 잘 닦았으니
나는 지금 따라서 기뻐하노라.
그대는 오래지 않아 천안(天眼) 얻으리.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물었다.
여래께서 그대를 칭찬하시되
천안(天眼)이 제일이라 하셨는데
어떤 것이 세상의 천안이며
천안은 어떻게 생깁니까.
그대는 지금 곧 말씀하여
나의 의심 해결해 주소서.
그때 아나율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밝은 등불 보시함을 늘 좋아하며
설법하여 사람 깨우쳐 주면
그로 말미암아 천안(天眼) 얻어서
장애 없이 사무쳐 보리라.
그때 앙굴마라는 또 게송을 말하였다.
여래의 깊은 법장(法藏)을
애써 부지런히 방편껏 말하여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
필경 가장 수승한 눈 얻으리.
아, 아나율이여
모기만한 행만 닦아서는
천안이 생기는
수승한 방편을 알지 못하는군요.
비루하다. 모기와 같은 눈이여
모르거든 잠자코 계십시오.
[사문타사와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존자 사문타사(沙門陀娑)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 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앙굴마라를 보고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이 생겨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기이하다. 앙굴마라여
수승한 업을 잘 닦으니
나는 지금 따라서 기뻐하노라.
마땅히 참는 행을 닦을지어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것이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인욕(忍辱) 성취함이며,
어떻게 하면 인욕이 생기는지
말씀하여 그 의심 풀어 주소서.
그때 사문타사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전단향을 오른 팔에 바르거나
칼로 왼쪽 손을 베이더라도
평등한 마음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최상의 인욕이 생기리니,
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최상의 인내와 조복함이라 하리.
그때 앙굴마라는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의 법장(法藏)을 말하여
온 세상 무지한 이와
악견 사견 내는 이에게 보여 주면
나[我]를 버리고 아(我) 없음 닦으리.
이것을 부처님 정법이라 말하니
그 말 들어도 겁내지 않으며
교만함 떠나 몸과 목숨 버리고서
여래의 법장 널리 말해주면
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최상인 인내와 조복함이라 말하리.
아, 사문타사여
모기와 같은 행만 닦아서는
최상의 인욕 방편이
생기는 것 알지 못하는군요.
기갈과 차고 더운 고통을
모기들도 참고 견디나니
비루하다. 모기 같은 참음이여,
모르거든 잠자코 계시오.
[만원자와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존자 만원자(滿願子)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 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 서서 앙굴마라를 보고 크게 기뻐하여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거룩하다. 수승한 업 닦았으니
나는 지금 따라서 기뻐하노라.
그대는 일체 중생을 위하여
위안하고 법을 연설하라.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물었다.
여래께서 그대를 칭찬하시어
설법하는 중에 으뜸이라 하셨는데
어떤 것이 설법함이며
어떤 것을 뜻을 안다고 합니까.
부디 설법하시는 이께서는
이 의심을 풀어주소서.
그때 만원자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처님과 그리고 성문인
성인들이 얻지 못하는 법을
바로 깨닫고 잘 통달하여
중생을 위해 널리 말하노라.
여기에는 무슨 뜻이 있는가?
과거 여러 부처님께서 온갖 법에서 방편을 다하여 구하여도 중생계와 나[我]와 남[人]과 수명(壽命)을 얻을 수 없으며, 현재와 미래의 여러 부처님과 삼세의 온갖 성문과 연각이 모든 법에서 방편을 다하여 구하나 역시 모두 얻을 수 없었다는 뜻이 있다. 나도 이와 같이 중생들을 위하여 중생계와 나와 남과 수명(壽命)을 떠났다고 말하며, 나가 없는 법을 말하며, 공한 법을 말하여 이렇게 설법하노라.”
그때 앙굴마라는 만원자에게 말하였다.
“아, 만원자여, 모기만한 행만 닦아서는 설법할 줄을 알지 못하는구나.
가엾다, 모기 같은 이여. 모르거든 잠자코 계시오. 여래의 비밀한 말씀을 알지 못하고 법에 나가 없다고 말하여 우치한 데에 떨어졌으니 불나방이 등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 부처님ㆍ여래께서 얻을 수 없다는 것은 과거의 여러 부처님ㆍ세존께서 일체 중생에게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如來藏)은 없는 것인가 하고 찾아 보아도 그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며, 현재의 여러 부처님ㆍ세존께서 일체 중생에게 온갖 방편을 다하여 나[我]가 없는 성품을 찾아보아도 그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며, 미래의 여러 부처님ㆍ세존께서 일체 중생에게 온갖 방편을 다하여 제 성품[自性]이 없는 것을 찾아보아도 그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며 삼세의 일체 성문과 연각이 일체 중생에게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은 없는 것인가 하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이치입니다.
또 여러 부처님ㆍ세존께서 얻을 수 없다고 하신 것은 이런 뜻입니다.
과거의 여러 부처님ㆍ세존께서 온갖 법에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세상에서 말하는 나를 찾아 보았는데,
나라는 것이 엄지손가락만 하다거나 멥쌀ㆍ깨ㆍ보리ㆍ개자만 하다고 하며, 푸르다고 하거나 누르다ㆍ붉다ㆍ희다고 하며, 모나다ㆍ둥글다ㆍ길다ㆍ짧다는 등, 이런 가지가지 모양과 같다고 하기도 하며,
혹은 심장에 있다고 하거나, 혹은 배꼽의 위아래에 있다고 말하며, 혹은 머리와 눈과 모든 몸의 부분에 있다고 말하며, 혹은 몸에 두루 있는 것이 마치 진액과 같다고 말하며,
이렇게 한량없이 가지가지로 허망하게 생각하는 것이 세속에서 닦는 나와 같다고 하며,
또는 항상 머물러 있고 안락함이며 휴식함이라고 말하나니
이와 같은 나에 대해서는 일체 부처님과 성문과 연각은 모두 다 그를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법을 바로 깨달아서 중생을 위하여 말해 주나니 이것이 바로 여래께서 말씀하신 정의이며 그대가 아까 허망한 생각으로 말한 바와 같지 않은 것입니다.
또 여러 부처님ㆍ여래께서 얻을 수 없다고 하신 것은 이런 뜻입니다.
과거의 여러 부처님ㆍ세존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찾아도 여래장의 작용은 얻을 수 없으니 여래의 성품은 바로 작용 없는 데서 일체 중생에게 한량없는 상호(相好)를 청정하게 장엄한 것이며,
현재의 일체 부처님ㆍ세존도 온갖 방편을 다하여 찾아도 여래장의 작용을 얻을 수 없으니 여래의 성품은 바로 작용 없는 데서 일체 중생에게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한 것이며,
미래의 일체 부처님ㆍ세존도 온갖 방편을 다하여 찾아도 여래장의 작용은 얻을 수 없으니 여래의 성품은 바로 작용 없는 데서 일체 중생에게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삼세의 일체 성문과 연각은 여래장이 있기는 하나 눈으로 보지 못하니 그 인연을 말한다면
마치 라훌라가 계율을 존경하므로 깨끗한 물을 살펴보나 벌레를 분명하게 보지 못하여,
‘이것이 벌레냐, 벌레가 아니냐, 이것이 작은 먼지냐’고 하다가
오래오래 자세히 관찰하고서야 차츰 작은 벌레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10지(地) 보살도 그와 같아서 자기 몸 안에서 자성(自性)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되 이런저런 한량없는 모든 성품에 대하여 갖가지로 달리 봅니다. 여래의 장(藏)에는 이와 같이 들어가기가 어려우며 위안하여 설법하기도 매우 어렵나니, 말하자면 극도로 나쁜 세상이 되었을 때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중생을 위하여 여래장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 보살마하살과 사람들 중에 제일 영웅은 바로 여래’라고 말합니다.
아나율과 같은 이는 천안(天眼)이 으뜸이어서 참으로 공중의 새 발자국을 분명히 보나, 육안(肉眼)만 있는 사람과 함께 다닐 적에 저 육안뿐인 사람은 아니나율이 새 발자국이 있다고 아는 것을 보거나 믿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육안만 있는 어리석은 범부인 성문과 연각은 부처님 경(經)에서 여래장이 있다고 말한 것을 믿을 뿐이니 어떻게 부처님 경계의 성품을 보겠습니까. 성문과 연각도 오히려 딴 것으로 말미암아 믿거든 어찌 날 적부터 눈이 먼 범부가 딴 것으로부터 받지 않고 스스로 알겠습니까.
나는 과거 부처님께서 이 경지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겁(劫)의 맨 처음이었던 때에는 네 가지 맛이 있었는데 그 때의 중생은 네 가지 맛을 먹었지만 지금에는 흙을 먹는 셈이니 그것을 오랫동안 익혀 왔기 때문에 지금에도 그것을 버리지 않습니다. 일찍이 과거 여러 부처님의 처소에서 여래장을 닦은 이도 그와 같아서 오랫동안 닦고 익혔기 때문에 지금도 믿고 좋아하며 오랫동안 닦고 익혀서 여래의 은혜를 갚습니다.
또 미래에도 설법하는 이의 처소에서 여래장을 듣게 되고 듣고서는 믿으며 좋아하는 것이 저 흙을 먹는 것과 같으니 다른 중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믿으며 좋아하는 이는 바로 여래의 아들이며 여래의 은혜를 갚습니다.
비유컨대 올빼미는 오랫적부터 부끄러워하는 생각이 없고 은혜 갚을 줄을 알지 못하여 그 묵은 습성 때문에 지금에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저 모든 중생도 그와 같아서 과거 세상 때부터 부끄러워하는 생각이 없습니다. 이미 부끄러워함이 없었으므로 지금도 부끄러워함이 없고 미래에도 부끄러워함이 없을 것이며, 여래장을 듣더라도 믿거나 좋아하지 않으니 이미 믿거나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지금도 믿거나 좋아하지 않으며 미래에도 믿거나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유컨대 원숭이는 그 얼굴이 몹시 추루하고 항상 놀라는 생각이 많으며 그 마음은 조급하고 들뜬 것이 물과 파도가 용솟음치는 것 같으니 그 묵은 습성 때문에 지금에도 그 버릇이 그치지 않는 것처럼, 저 모든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과거ㆍ미래ㆍ현재에 마음이 항상 경솔하고 들뜨며 여래장을 듣더라도 믿거나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치 올빼미와 부엉이가 낮에는 눈이 잘 보이지 않고 밤에만 보여서 어둠을 좋아하고 밝음을 싫어하듯이, 저 여러 중생도 그와 같아서 삿됨을 좋아하고 바름을 싫어하여 부처님과 여래장 보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며, 과거ㆍ미래ㆍ현재에도 믿거나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 올빼미와 부엉이가 어둠을 좋아하고 밝음을 싫어하듯이,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삿된 소견을 닦아 익혀 외도의 바르지 못한 말에 물들면 그 묵은 습성 때문에 지금에도 그 짓을 버리지 못합니다. 저 모든 중생도 그와 같아서 오랫동안 무아설의 비밀한 교리만을 익혀 왔기 때문에 저 삿된 말에 물든 어리석은 범부와 같이 과거ㆍ미래ㆍ현재에도 비밀한 교법을 알지 못하고 여래장을 듣더라도 믿거나 좋아하지 않으며 그 밖의 중생을 모두 그렇게 여깁니다.
만일 과거에 일찍이 여러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양하며 받들어 섬긴 사람이라면, 여래장을 들으면 손가락 튀기는 순간에 잠깐 듣고 받들지니 이의 착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모든 근(根)이 잘 성숙되며 날 적마다 훌륭하고 부귀하며 자재로워집니다.
이들 중생은 지금도 잘 성숙되었고 태어나는 곳마다 훌륭하고 부귀하며 자재로워지나니 그는 옛적에 일찍이 여러 부처님을 만나 여래장을 잠깐 얻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래의 세상에서도 여래장을 들으면 당연히 믿고 좋아하며 말씀과 같이 수행할 것이며, 모든 감관은 잘 성숙되고 부귀하며 자재롭고 좋은 몸과 기력을 완전히 갖추며 지혜는 밝게 통달하고 범음(梵音)은 청정하여 누구든지 그를 사랑하고 좋아할 것입니다.
혹은 전륜성왕이 되며 혹은 왕자가 되며 혹은 대신이 되기도 하여 어진 덕을 갖추고, 모든 교만과 방자함을 떠나며 졸음의 번뇌를 항복받고 부지런히 닦고 배우며 온갖 방일하는 것이 없고, 또 그 밖의 공덕을 모두 다 성취합니다. 혹은 제석ㆍ범천왕ㆍ세상지기 4천왕이 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일찍이 여래장을 들은 공덕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그 몸은 항상 편안하여 병과 고통이 없고 수명은 길며 여러 사람들이 사랑하고 공경합니다.
여래께서 항상 머무는 큰 열반의 감로법을 갖추 들으면 그는 굳건하고 편안하게 세상에 오래 머무르면서 세상에 순종하여 함께 즐기며, 부처님은 애욕으로부터 생긴 것이 아님을 알아서 널리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알려 주며 연설하니 이런 지혜와 공덕과 이익으로 태어나는 곳마다 아들과 손자가 많고 부모는 장수하며 항상 인간 천상의 모든 쾌락을 누리고 양반인 것과 훌륭함이 모두 다 구족할 것입니다. 이것은 일체 중생에게 항상 머무는 여래장에 모두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며, 미래와 현재의 천상 인간에 있는 온갖 쾌락을 항상 갖추게 되리니 항상 머무는 여래장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중생이 과거ㆍ현재ㆍ미래에 5취(越)에서 몸이 불구가 되거나 생사에 윤회하면서 온갖 고통을 받는 것은 여래장을 믿지 않고 업신여겼기 때문입니다.
어떤 중생이 여러 부처님을 거쳐 섬기며 가까이하고 공양하며 여래장을 듣고는 믿고 좋아하며 받아 지니고 비방하지 않고 여실히 잘 위안하며 말해 준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부처님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반면에 부처님을 배반하는 중생들이 여래장을 들으면 곧 비방합니다. 저 중생들은 스스로 그 종자를 불태워 버리니 아, 그들은 참으로 괴롭기만 합니다. 믿지 않는 사람은 3세 동안 몹시 불쌍한 존재니 설법하는 이는 이와 같이 말하여 여래를 찬탄하고 진실한 법에 머물도록 해야 합니다.
만일 설법하는 이가 그와 같이 말하지 않으면 이는 여래장을 버리는 것이니 사람은 설법하는 자리에 오를 수도 없고, 전타라(旃陀羅)와 같이 큰 수레와 코끼리를 탈 수도 없습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이 생기는 것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생하지 않는 것이 바로 불성(佛性)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相好)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자성(自性)의 진실치 않음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진실한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자성의 무상함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무상 아닌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이 항상하지 않음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항상한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이 변하는 것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변하지 않는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이 고요하지 않음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고요한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이 무너지는 것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무너지지 않는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이 깨뜨려지는 것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깨뜨려지지 않는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에 병(病)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병 없는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에 늙고 죽음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늙거나 죽는 것 아닌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일체 부처님께서 온갖 방편을 다하여 여래장의 때[垢]를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니 때가 없는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 일체 중생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상호를 청정하게 장엄합니다.
기름이 물에 섞일 수 없듯이, 이와 같은 한량없는 번뇌가 여래의 성품에 덮인 것이요, 불성이 번뇌에 섞일 수는 없습니다. 이 불성이 번뇌 안에 머무른 것이 그릇 안에 있는 등불과 같나니 그릇이 깨지면 등불이 나타납니다.
그릇은 번뇌를 비유하고 등불은 여래장을 비유하니, 여래장을 설명하는 이는 여래이기도 하며 보살이기도 하고 혹은 성문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연설하는 이는 그가 감당하는 정도를 따라 번뇌가 있기도 하고 번뇌가 없기도 합니다.
만원이여, 꼭 알아야 하나니 나는 그 사람을 ‘바르게 깨달은 이’라고 말합니다.
수(受)를 깨는 자는 억이나 되는 번뇌 그릇을 깨뜨린 후에야 마치 손바닥 안에 있는 아마륵(阿摩勒) 과일을 보듯 자기 성품을 볼 것입니다.
해와 달을 먹구름이 덮고 있으면 그 광명이 나타나지 않다가 구름의 가리움이 제거되면 광명이 나타나 비추듯이, 여래장도 그와 같아서 번뇌가 덮이면 그 성품이 밝게 나타나지 못하다가 번뇌를 벗어나 크게 밝음이 널리 비추면 해와 달같이 불성이 밝고 깨끗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가엾습니다. 만원이여, 모기 같은 행만 닦았고 설법할 줄을 알지 못하니 아무 말 하지 말고 빨리 가시오.”
[손다라난타와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손다라난타(孫陀羅難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앙굴마라를 보고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이 생겨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거룩하다. 앙굴마라여
수승한 업을 이미 닦았으니
여래의 미묘하신 몸을
의당 방편껏 구할지어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물었다.
세존께서 그대를 칭찬하시되
단정함이 제일이라 하셨으니
어떤 것이 이 세상에서
단정함이 가장 특출남이며
어떠한 인연으로 단정하게 됩니까.
말씀하여 이 의심 풀어 주소서.
그때 손다라난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손 씻고 열 손가락 모으고서
부처님 사리에 정성껏 예배하며
병든 사람에게 항상 공양하면
이 인연으로 단정하게 되리라.
그때 앙굴마라는 또 게송을 말하였다.
부처님 몸은 힘줄과 뼈 없나니
어떻게 사리가 있습니까.
여래는 본래 사리를 떠났으며
수승한 방편의 법신(法身)이었습니다.
여래께서는 불가사의하시어
믿지 않는 이 믿고 좋아하도록
교묘한 방편을 써서
사리를 보이셨을 뿐입니다.
방편으로 사리를 남겨두심은
이것이 바로 부처님 법이니
세상에서 본래부터
청정 자재하신 이에게 공양합니다.
하늘 남자와 하늘 여인이
귀의할 만한 것이 아닌
저 가지가지 모든 형상에다가
사리탑을 세우나니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이 방편을 참으로 안다면
이 방편인 지혜로 인하여
단정한 몸 얻을 것이니
그대가 먼저 말한
망상(妄想)이 단정한 인연 아닙니다.
아, 손다라난타여
미묘한 모양 알지 못하고
모기 같은 몸매 갖추었으니
모르거든 잠자코 계십시오.
[우바리와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존자 우바리(優波離)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앙굴마라를 보고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이 생겨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기이하다. 앙굴마라여
수승한 업을 이미 닦았으니
나는 지금 따라서 기뻐하노라.
그대는 깨끗한 계율 닦을지어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물었다.
여래께서 그대를 칭찬하시되
계율 지니는 중에 으뜸이라 하셨는데
어떤 것이 계율 잘 지님입니까.
이 의심을 곧 풀어 주소서.
그때 우바리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온갖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착한 일 받들어 행하며
방편껏 깨끗한 마음 닦으면
이것이 계율 잘 지님이라네.
그때 앙굴마라는 또 게송을 말하였다.
법과 계율 헐고 무너뜨리며
법답지 않은 나쁜 비구에게는
그의 일체 생활도구와
6물(物)을 응당 뺏어버리고
잡아 벌을 주거나 내쫓으며
방편껏 조복해야 하리.
그것은 수행자가 사용할 물건이요
계율 파괴하는 이의 물건 아니니
비유컨대 큰 나라의 왕께서
애지중지 몸에 지니던 칼이
만일 백정의 집에 있다면
법에 으레껏 잡아 뺏어야 하되
제왕이 소중히 여기는 기물이
나쁜 사람에게 있어서는 안 되듯이
이와 같이 청정한 수행자가
응당 사용해야 할 물건이면
법 무너뜨린 이가 가질 수 없나니
그러므로 도로 회수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에
계율을 제일 잘 지니는 이로서
돌길라(突吉羅)도 범하지 않고
위의도 또한 그르다고 아니하리.
이와 같이 계율 지니는 이는
여래의 가르침 완전히 갖추리.
여래께서는 온갖 중생 보시기를
마치 라훌라와 같이 여기십니다.
아, 우바리여
모기 같은 행만 닦아서는
계율 잘 지님 알지 못하니
모르거든 잠자코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