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와 나는 우리 대학 교수들의 이혼율이 궁금했던 적이 있다.
이때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아는 이혼한 교수들을 기억에서 더듬었고,
그러면서 어떤 사건이 얼마나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느냐에 따라
그 사건의 규모를 판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회상하기 쉬운 정도에 의지한 어림짐작을
우리는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availability Heuristic)이라 불렀다.
한번은 평범한 영어 문장에 나타나는 철자와 관련해 단순한 질문을 던지는 실험을 했었다.
철자 K를 생각해보라
단어에서 K가 첫 번째 자리에 오는 경우가 많을까, 세 번째 가리에 오는 겨우가 많을ㄲ?
단어 만들기 보드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특정 철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떠올리기가 특정 철자가 세 번째에 오는 단어를 떠올리기보다 훨씬 쉽다.
어떤 청자든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응답자들이 실제로는 세번째 자리에 더 빈번히 오는 철자(이를테면K,L,N,R,V)까지도
첫 번째 자리에 오는 경우를 과장해 생각하려니 예상했다.
이 역시 어림짐작에 의존한 탓에, 판단에서 예상 가능한 편향을 드러내는 경우다.
한 예로 , 최근에 나는 오래전부터 품고있던 막연한 생각에 의문을 품었다.
간통은 의사나 변호사보다 정치인에게서 더 흔히 일어난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나는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설명도 준비해두고 있었다.
권력의 최음제 효과니, 가정에서 멀어져 살고픈 유혹이니, 하는 설명이다.
그러다가 정치인의 범법 행위는 변호사나 의사의 범법 행위보다 세상에 알려질 확률이 높다는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관에서 나온 애초의 내 생각은 전적으로 기자들의기 사 선택,
그리고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에 의존하는 내 성향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아모스와 나는 여러 해 동안 사건에 확률을 부여할 때, 미래를 예측할 때, 가설을 평가할 때,
빈도를 추정할 때 등 다양한 경우에 개입하는 직관적 사고의 편향을 연구하고 입증했다.
그리고 공동 작업을 시작한 지 5년째 되던 해,
여러 분야 학자들이 읽는 〈사이언스 Science〉에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어림짐작과 편향 Judgement Under Uncertaintyy:Heuristics dnd Biases〉이었다.
(이 책 끝에 전문을 실었다.)
우리는 여기서 직관적 사고의 단순화 성향을 이야기하고, 그런 어림짐작이 나타나는,
그리고 판단에서 얼림짐작의 역할을 보여주는 편향 약 20 가지를 설명했다.
과학사가들이 자주 언급하는 말에 다르면,
어느 시기든 특정 분야 학자들은 그들 분야에서 기본적인 단정을 공유하는 성향을 보인다.
사회과학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특정한 시각으로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면서,
인간의 행동을 토론할 때마다 그 시각에 의지한 채 웬만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이를테면 1970년대에는 인간 본성을 두고 두 가지 생각이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인정되었다.
하나는 인간은 대체로 합리적이며, 인간의 생각은 대개 건정하다는 것이다.
또하나는 두려움, 애정, 증오 같은 감정은 인간이 합리성에서 멀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인리라는 것이다.
우리 논문을 이 두 가지 단정을 직접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은 채 그 단정에 도전했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에 나타나는 체계적 오류를 밝혔고,
그 오류의 원인을 사고를 방해하는 감정이 아닌 타고난 인지 체계에서 찾았다.
우리 논문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주목을 받았고,
사회과학에서 대단히 많이 인용되었다.(2010년에 300여 건의 학술 논문이 우리 논문을 인용했다.)
다른 분야 학자들도 우리 논문을 유용하다고 보았고, 어림짐작과 편향이라는 개념은
의학 진단, 법적 판단, 정보 분석, 기타 철학, 재정, 통계, 군사 전략 등 수많은 분야에서 생산적으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왜 어떤 주제는 대중의 마음에 각인되고 어떤 주제는 간과되는지 설명할 때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어떤 주제의 상대적 중요성을 평가할 때
그 주제가 기억에서 얼마나 쉽게 되살아나는가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회상 용이성은 언론이 그 주제를 어느 정도나 다루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자주 언급되는 주제는 , 그렇지 않은 주제가 기억에서 쉽게 빠져나갈 때도,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머문다.
그리고 언론이 무엇을 보도하기로 선택하는가는 언론이 현재 대중의 의중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렸다.
권위주의적 정권이 독립된 언론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령 극적인 사건 또는 유명인은 대중의 관심을 쉽게 자극하는 탓에,
언론은 일상적으로 그런 주제에 광적으로 매달린다.
한 예로 ,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뒤 여러 주 동안 다른 뉴스를 보도하는 채널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반면에 이르테메면 교육 수준 하락이란든가 생애 마지막 해의 과도한 의료 투자처럼
매우 중요하지만 극적인 재미가 없는 뉴스는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쓸 때 나 역시 "거의 보도되지 않은" 뉴스를 선별하면서 회상 용이성에 영향을 받았다.
내가 예로 꼽은 주제는 그나마 자주 언급되는 것인데,
똑같이 중요하지만 회상이 쉽지 않은 주제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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