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나찰소집경 상권
[보살이 가사를 입을 때]
그때 보살이 가사(袈裟)를 입을 때 세상 인간의 법칙이 되고자 중생들을 위하여 세속을 버리고 도에 나아갔으니, 이는 곧 큰 깃대와 일산이었다.
이렇게 국왕의 지위와 처자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모든 의심을 끊었었다.
이때 보살이 가사를 입을 때 이러한 이로움을 더하는 공덕이 있었으니, 일찍이 듣건대 과거의 삼먁삼불타가 동산에 놀고 구경하자, 꽃과 열매가 무성하였다.
그 동산 안의 인민들이 구경하다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보고 싫증내거나 만족함이 없었으며 인민들이 들끓었으나, 그 동산 속엔 온갖 소리가 없었다.
가사를 입었으니 세 가지 빛이 맑고 밝았으며, 귀에 메아리치는 해탈의 소리가 부드럽고 온화하여 일체 중생들이 스스로 귀의했다.
이때 가사를 보호함에 온갖 공덕이 있는지라, 그 티와 더러움을 버렸느니라.
이로 인연하여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또한 스스로 이름을 몰라도
그와 더불어 서로 응하고
또한 잘 목욕하지 않지만
항복한 까닭에 여기 왔네.
빨리 항복시킨 그 과는
베어도 아까울 것 없고
입으로 잘 말을 가르쳐도
반드시 스스로 무너지고 패하네.
비록 다시 이렇게 관하니
나와 이 뜻을 말하노라.
내 그에게 은혜를 베풀어
이 고뇌의 근심을 참는다네.
이미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마음을 항복시키고 나서 곧 이와 같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괴로움과 근심을 일으키지 말라
이와 같이 간탐함이 있다면
그 열매 비록 작더라도
악한 과보 한량이 없으리라.
그때 보살은 한가롭게 즐기며 고요히 그 동산에 있었다.
청정하고 온갖 어지러움이 없고 또한 온갖 일이 없었다.
거기 이르는 사람은 두려움을 품어도 마음으로 즐겨했으니, 일찍이 들으니 선인(仙人)들의 살던 곳이라, 극히 미묘하고 비길 데 없었으니,
자세히 말하자면 위와 같다. 선인의 살던 곳은 그 온갖 일을 다하여 남음이 없었다.
바로 그때 보살은 토끼의 몸이었다. 토끼는 선인들 주처에 의지해 있었는데, 이때 선인들이 산으로 내려옴을 보고 곧 게송으로 선인들에게 말하였다.
사람의 몸이 세간에 처하니
매우 묘하여 비길 데 없네.
이미 인간에 남을 얻어서
산 숲 동산에 처하였네.
훌륭하도다, 이 선인이여,
좋은 빛의 얼굴을 가까이하니
온갖 티와 나쁨이 없고
마음을 스스로 항복 받았네.
살해함을 일으키더라도
한도를 알아 제압하고
능히 몸소 마음을 조복해
경계의 생각이 없네.
이미 경계의 먹을 것을 버렸으므로 내가 출가한 까닭은 해탈의 길을 구함이니,
마음과 뜻이 결정되어 감로를 버리지 않고, 그 희망을 버리고 공덕을 뜻하며, 함께 산 숲속에 있으니, 이러한 삼매는 뜻에 온갖 어지러움이 없고 이미 이 산 숲에서 즐겼다.
마치 밤엔 달이 비추고 해가 낮에 비추듯 능히 어질고 은혜로운 자비가 있으므로 이 산 숲에 살았다. 그러나 그 선인이 젊었을 때 그 산속에 살아 이제 늙었으니, 어떤 인연으로 이것을 버릴 것인가 하였다.
그 선인은 곧 이런 말을 하였다.
“스스로 그 마음을 조복하노라.”
배나 더 크게 기쁨을 내어 이런 말을 하였다.
“만약 선인이 간다면 누가 여기 살기를 즐기랴.”
보살인 토끼는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내 이제 이 콩이나
멥쌀과 그 밖의 곡식이 없으나
마음을 스스로 항복하여
이 산 숲에 살기 바라네.
그때 아유삼불(阿維三佛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성취하고, 드디어 그곳에 머물러 세간을 밝게 비추며 한가로이 있음을 즐겼다. 이런 까닭에 마땅히 그 산 숲에 머물렀다.
문득 이런 게송을 읊었다.
경계가 매우 조용한지라
산 숲에서 고업(苦業)을 행하네.
항상 한가롭고 고요히 있음을 즐겨
마땅히 스스로 생각하고 지나네.
몸을 해탈하는 공덕으로
마음과 뜻이 항상 온화하고 즐겁네.
지혜가 매우 미묘하여
산 숲을 친근하기 알맞네.
그때 보살은 이 벗을 친하려는 마음이 있어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제 자식을 돌보듯 하여 듣던 대로 산 숲에 있으면서 널리 말한 것은 계경(契經)과 같았다.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산 숲에는 온갖 과일이 없으나, 모든 법의 해탈은 참는 법으로 해탈한다.’
이때 보살은 기나긴 밤중에 이런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법을 해탈하고, 그 인민들에게 부딪쳤으나 시끄러움이 없었다.
거기서 단정히 앉아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새가 머리 위에서 집 짓는 것을 본 뒤부터는 머리 위에서 젖먹이는 것을 알고 항상 새알이 떨어질까 두려워 몸도 꼼짝 않았었다.
그리고 곧 관찰하여 몸 버림을 행하여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은근한 힘으로 즐거움을 내어 그것을 포섭하였다. 그러자 새 새끼가 이미 나래가 돋쳤다. 이미 나래가 돋쳤으나, 아직 날 수 없었으므로 마침내 버리고 가지 않았다.
이때 이런 사랑을 행하니 어떤 기이함이 있었고 또한 두려워 떨지도 않았다. 중생도 아직 스스로 이러함을 알지 못하였다.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그는 이 일을 성취하니
수천의 인간보다 크네.
또한 그를 시끄럽게 하지 않으므로
이 덕은 위없다네.
그러므로 그 부처님은
가장 으뜸가는 신선이라네.
그래서 도량에 있으므로
공덕이 스스로 구비하였네.
[보살이 자비를 닦을 때]
그때 보살이 자비를 닦을 때 스스로 힘의 세력이 있어 무거운 짐을 질 만했다.
일체 중생을 내가 해탈시켜서 공덕의 이익을 더하리라 하고,
모든 괴로움을 벗을 힘이 없는 사람에게 세간의 근심을 덜어 주고,
구호함이 없는 사람에게 구호를 하고,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 희망을 지어 주고,
힘과 세력이 없는 사람에게 힘과 세력을 지어 주며,
모든 질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의사가 되고,
늙은 사람에게는 젊은 뜻을 나타내고,
젊은이에게는 힘이 있음을 나타내 보였었다.
일찍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도를 행할 때 무수한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였는데, 불이 동산을 태울 때 비구들이 큰불과 연기를 보고 부처님께 쫓아가 부처님을 찬탄하고 부처님 앞에 머물러 섰는데,
그때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나와 같이 짝할 이 없이
3세(世)의 공덕이 구족하거니
이런 지극히 정성된 말로
악한 것을 속히 쉬게 하리라.
이 게송을 읊자, 사납게 타오르던 불은 곧 꺼졌다.
이때 비구들은 미증유함을 찬탄하며, 이것은 모두 부처님의 은덕이라고 크게 기뻐 부처님께 각각 이런 말로 찬탄하였다.
“아직 이런 일이 없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한가롭고 고요한 곳에 있었으니, 거기에는 갖가지 종류의 빛이 있었다.
그때 에 나는 아직 등정각(等正覺)을 성취하지 못하였으므로 나는 방황하는 나그네였다.
나이 어려서부터 사람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미묘한 행을 구하였느니라.
바로 그때 건차국(褰茶國)은 인민들이 매우 번성하고 토지가 비옥하여 대나무가 많고 갈대가 숲을 이루고 수목이 울창하였다. 그러나 불이 일어나 매우 치성하여 산과 못을 점차 태웠으니, 이러한 변괴는 널리 계경(契經)에서 말한 것과 같았다.
그때 뭇 새떼들이 각각 알을 낳고 새끼들이 아직 날개가 돋치지 않기도 하고, 혹은 날개가 돋으려 하기도 하여, 혹은 땅에 떨어지고 혹은 머리가 깨어지기도 하였으나, 또한 마음대로 날지 못하였고, 혹 주리기도 하였으나, 그 불이 사납게 탐을 보고 각각 날아가려 하였다.
나는 그때 이 불을 보고 나서 또한 몸도 보호하지 못했으나, 무수한 백 천만 겁의 공덕으로 이렇게 구호할 마음이 있었다.
나는 곧 청정하게 이 마음을 내기를
‘그 중생들을 이 큰 화난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하였다.
그리고 내가 곧 그 불을 끄자, 불은 즉시 꺼지고 말았다.
나는 그때에도 그 나라의 불을 끄고 이 슬픈 마음을 내었거늘 하물며 슬픔을 성취한 오늘이겠느냐. 오늘 불도 그렇게 멸한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적게 소생(所生)함을 말미암아
본래 일체의 변화를 보노라.
일체가 모두 다 파괴되나니
그래서 중생들을 어여삐 여기노라.
그 불이 곧 꺼지자, 오래되지 않아 지혜의 밝음으로써 세상 인간의 불을 껐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