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3권
[태자의 어린 시절]
그때 보살이 왕궁에 있을 적에 5백의 권속들과 함께 입학하여 글을 읽게 되었는데, 그의 스승은 첫째의 글을 가져다 태자에게 읽게 하자 태자는 말하였다.
“이 글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 스승은 둘째의 글을 읽게 하였는데 태자는 보고서 다시 스승에게 아뢰었다.
“역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스승은 곧 5백 종(種)의 글을 태자에게 주자 태자는 말하였다.
“이 5백 종의 글을 나는 하나하나 모두 알고 있습니다. 만일 다른 글이 있다면 곧 나에게 주십시오.”
스승은 말하였다.
“이 세간에는 다만 이들 5백 종의 글만이 있을 뿐 이밖에는 없습니다.”
그때 태자는 곧 스스로가 베껴 써서 스승에게 읽게 하자 스승은 찬탄하며 말하였다.
“나는 옛날부터 눈으로선 아직 못 보았던 것입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범서(梵書)입니다. 이때에 저 범왕이 내가 장차 전륜왕의 자리를 이을 줄 알고 나에게 전하여 준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미묘한 법음으로써 스스로 읽고 외웠다.
이때에 대범 천왕은 공중에서 높은 소리로 찬탄하였다.
“이것은 바로 범천의 글입니다.”
스승은 하늘이 증명함을 듣고 깊이 믿고 앎[信解]을 내었다.
그때 태자의 외삼촌인 사나리(娑捺梨)와 또 사하이바(娑賀儞嚩)라는 한 분이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은 활을 잘 쏘았으므로 5백의 사람이 친히 그 재주를 배우고 있었다.
또 이 두 사람은 서로가 말하였다.
“저 제바달다(提婆達多)는 그 성품이 추악하고 마음에 질투가 많으니 온갖 활쏘기의 법을 널리 말하여 주지 맙시다. 만약 가르쳐 주면 반드시 장차는 생명을 해치리다.
저 실달다는 자비스럽고 총명하며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구제할 것이므로 전하고 익혀 줄 만합니다.”
이와 같은 활쏘기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멀리 쏘기[遠射]이니 나아가는 화살이 아주 멂이요,
둘째는 소리를 듣고 쏘기[聞聲射]이니 그 음성을 듣고 곧 쏘게 됨이요,
셋째는 쏘아 맞히기[中射]이니 나아가는 화살이 뜻대로 맞음이요,
넷째는 과녁에 가까이 쏘기[親的射]이니 나아가는 화살이 거리가 멀지 않음이요,
다섯째는 물건을 끊는 쏘기[斷物射]이니 화살을 받는 물건이 뚫기고 끊어지지 않음이 없는 그것이다.
이와 같이 보살은 다섯 가지의 쏘기를 잘 알았다.
[제바달다와 코키리]
그때 비사리(毘舍利)성에 하나의 큰 코끼리가 있어서 형상이 단정하고 큰 세력을 갖추었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함께 의논을 하였다.
“가비라성의 정반대왕에게 실달다라는 한 태자가 있는데 관상하는 이가 보고서 전륜왕의 위(位)를 지녔다고 하니, 이 코끼리를 몰아다가 바치십시다.”
이에 보석과 영락이며 값진 보배의 갖가지로써 장식하고 몰고 가비라성으로 가서 왕궁의 문에 이르렀더니,
이때에 제바달다가 문에서 나오다 코끼리를 보고는 문지기에게 힐문하였다.
“이 코끼리는 어디서 오는 것이오?”
문지기가 대답하였다.
“비사리성의 마을 사람들이 실달다께서 전륜왕의 분수를 지니고 있다 하여 이 코끼리를 몰아다 바친답니다.”
이때에 제바달다는 이 일을 듣자마자 마음에 시새움을 내며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저 실달다가 무슨 왕위를 지녔다는 말이냐?”
그리고는 곧 무기를 가지고서 코끼리를 죽여버렸다.
그때 난타(難陀)가 이 죽은 코끼리를 보자 제바달다가 성을 내서 죽여버린 것을 알고, 난타는 그와 용기며 힘을 다투어 보려 하여 곧 코끼리의 꼬리를 붙잡고 손으로 던지매 코끼리는 본래 있던 자리에서 일곱 걸음 밖으로 떨어졌다.
이때에 실달다는 그 죽은 코끼리가 본래 있던 자리에서 떨어져 있음을 보고서 이는 난타가 위력을 보이기 위해서 손으로 코끼리의 꼬리를 붙잡고 그 곳에다 던져 놓았음을 알아차렸으므로,
그때에 실달다 태자는 스스로의 위신력을 나타내어 그 한 손으로써 코끼리 꼬리를 붙잡고 공중을 향하여 던지자 일곱 겹의 성을 지나는 것이 마치 흙덩이 던져지듯 하였다.
이때에 비사리성의 코끼리를 바쳤던 이들이 실달다에게 큰 위력이 있음을 보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우리들은 멀리서 코끼리를 몰고 와
전륜왕께 바치려 하였었는데
이러한 흉악한 사람을 만나
즉시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난타는 손으로 꼬리를 붙잡아
코끼리를 일곱 걸음 밖으로 던졌는데
보살께선 크신 위신력으로
코끼리를 던짐이 흙덩이 버리듯 하십니다.
불설중허마하제경 제4권
[제바달다와 활쏘기]
그때 제바달다는 손에 활과 화살을 가지고 가비라성을 나와서 활쏘기를 가르치려 하였는데, 실달다 태자는 알아채고 5백의 권속들과 함께 역시 나라의 성을 나와서 같이 활쏘기를 하였다.
이때에 제바달다는 곧 화상을 가지고 멀리서 하나의 나무를 쏘았는데 그 나무에 화살이 맞자 시위처럼 되며 넘어졌다.
실달다 태자도 하나의 나무를 쏘았는데 화살의 힘이 매우 커서 나무가 두 도막으로 끊어졌으나 엄연하여 움쩍하지를 아니하자,
제바달다는 나무가 여전함을 보고서 화살이 맞지 않았으리라 의심하면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항상 듣건대 태자께서는 다섯 가지의 활쏘기 하는 법을 아신다고 하던데 어찌하여 나무를 쏘았는데도 맞히지를 못하십니까?”
이와 같이 말을 하여 마치자, 제석 천주가 공중에서 생각하기를
‘내가 모름지기 오늘에는 보살의 신통과 위력을 나타내야겠구나.
만약 그렇지 아니하면 어떻게 중생들이 저 보살이야말로 온갖 일들을 잘 통달하셨는줄 알겠느냐.’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곧 큰 바람으로 변화하여 화살이 맞은 나무에 불자 갑자기 땅으로 넘어지는지라 이때에 제바달다는 곧 저절로 놀라며 탄식하였다.
그때 태자는 또 일곱의 다라수(多羅樹)와 일곱 겹으로 된 쇠북과 일곱 겹으로 된 쇠돼지를 놓아두기로 하고서 모두에게 쏘게 하매 때에 제바달다는 스스로의 위력을 나타내며 활을 당겨 쏘자 하나의 다라수를 꿰뚫었고, 난타는 다음으로 둘의 다라수를 꿰뚫었다.
실달다 태자는 곧 따라서 쏘자, 있는 바의 일곱 다라수와 일곱 겹으로 된 쇠북이며 쇠돼지 등을 모두 꿰뚫고 지나가서 그 화살을 땅에 들어가서 용왕의 궁전까지 닿았다.
그때 용왕은 보살의 화살을 보고 손으로 받들었고, 화살이 들어간 곳에서는 물이 위로 솟구쳐 흘렀으므로 곧 신심이 있는 바라문과 장자들이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으며, 모든 비구(比丘)들은 언제나 와서 쳐다보며 예배하였다.
그때 실달다 태자는 이에 보배 연을 타고 왕성으로 돌아왔는데, 한 관상하는 이가 태자를 보고서 말하였다.
“열두 해에 이르기까지 만약 집을 떠나지 아니하면 전륜왕이 되어 4주(洲)를 거느리고 천의 아들에게 둘러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