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에 근무하시던 할아버지는 강원도 철로공사일로 집에 계신시간보다 외근하느라 강원도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하나뿐인 외동 손녀와 떨어져지내는게 싫었던 걸까 어린나를 데리고 다니시며 흡족한 웃음을 지으시던 할아버지덕에 세살적부터 강원도 구석구석 추억여행지도가 만들어졌다 어디론가 떠나는 버릇도 생겼었다
툭하면 어디론가 떠나는 버릇이 생긴건 할아버지의 넉넉한 웃음이 부르는 손짓때문이였다 중년 조금 지나기까지 여행을 즐기며 살았다
열아홉살때 였다 방학이 시작 되자 미리 계획했던 대로 집을 나섰다 포항에서 7번국도를 따라 영덕을 지나 강릉까지 올라갔다가 강릉에서 서울로 돌아 올 계획이였다
버스터미널에서 포항가는 버스를 탔다 옆자리창가에 먼저 앉아있던 아가씨가 힐끗 쳐다보며 미소를 건넨다 누가 옆자리에 앉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스므살 초반쯤 되 보이는 아가씨가 앉아 있어서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서로 눈빛교환을 하다가 어디 가느냐 무슨일로 가느냐 어디사느냐 자연스레 길동무가 되었다 그녀는 영덕에서 쌀집하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이고 서울에서 일본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약혼자가 일본사람이여서 내년에 결혼해서 일본에 들어갈꺼라했다 나는 일본어를 좀하는터라 서로 일어로 말하기도 하면서 포항에 도착하니 급격히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그녀가 거쳐하는곳이 퇴계로 대한극장쪽이라 내가 사는 장충동에서 그리 멀지 않아 서울에서 자주 만나자고 주소를 써 교환 했다
포항에 도착 하니 그녀가 오늘은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며 권유한다 미안해서 거절하자 아가씨 혼자 위험할수 있다며 남동생이 군대가서 방이 비어있으니 그방 쓰며 된다며 손을 잡아끄는 그녀 성화에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포항에서 영덕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만원이였다 맨뒷자리 끼어앉을수 있는 곳을 찾아 그녀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소달구지 탄 것 같이 덜컹거렸는데 기분이였지만 그게 꽤나 재미있었다 덜컹일때 마다 그녀와 몸이 부딪치고 비벼대는게 우스워 깔깔대며 같이 웃던 그녀가 그립다 그녀에 집에 도착하자 쌀가게 밖에서 기다리던 그녀부모님이 딸을 껴안으며 반가워하다 뒤에 서있는 나를 보고 누구냐는 물음에 그녀가 간략하게 나를 소개한다 잘 왔다며 어서 방으로 들어가라며 반갑게 안내하는 정이많고 인자한 분들이였다 평생 살면서 7번국도를 사랑하게 해 준 사람들이다 방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밥상이 들어왔다 밥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네명 밥중 내밥만 하얀쌀밥이였다 서울사람은 보리밥 못먹을것 같아 따로 쌀밥을 했단다 사실 그때난 잡곡밥은 먹어본적이 없었는데 어찌알고 쌀밥을 했을까 다음날도 나만 쌀밥이였다 정성들여 내 온 밥상엔 영덕에서 잡히는 싱싱한생선 꽃게등 신경써서 한상가득 차린 밥상을 받았던 밥상을 잊을수 없다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가족들 며느리삼고 싶다며 손을 잡아주시던 분들 아들방이 아들 사진으로 도배가 되듯 걸려 있었다 잘 생긴 훈남이였다 동생 제대하면 장충동에서 만나자며 약속을 했지만 그후 그녀에게서 몇 번 연락이와서 두세번 만나고 일본으로 약혼자 따라 급하게 가게 되었다며 떠난 후 소식이 없었다 나도 사는게 바빠 간혹 생각은 났지만 잊고 살아왔다 영덕 얘기만 나오면 그녀가 생각나고 영덕 쌀집에 사는 그녀 부모님이 떠오른다 어떻게 지낼까~? 지나칠때마다 생각은 나면서도 한번도 찾아 보지 못했다 이번 영덕 화재 뉴스를 들으면서 아직도 그분들은 영덕에 살고 있을까 작으만한 키에 상냥한 그녀는 일본에서 잘 살고 있을까 부모님집은 불났는데 괜찮은걸까 궁금해진다 진작 찾아뵐껄 찾아뵙지 못한 후회도 성난 파도처럼 밀려온다 낯선 철없는 소녀에게 베푼 고마움의 시간들이 생생한 현실처럼 다가온다 생선가시 발라 밥그릇 위에 놓아주면서 많이 먹으라며 마치 딸대하듯 흐믓하게 바라보시던 두분의 얼굴과 상냥한 딸이 날 보고 있다 그집에서 먹은 밥상은 평생 가장 맛있는 밥상이였다 그보다 더 맛있는 밥상은 없었다 지나는 나그네에게 내 준 사랑과 정이 듬뿍 담긴 정성들인 밥상이였으니까
영덕에 계신 고마운 아저씨 아주머니 그리고 언니 잘 지내시나요 무심한 세월이 훌쩍 지나 소녀가 할머니가 되었네요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건강하게 만수무강 하시고 이번 화마에 피해없이 안전하게 잘 지내시구요 수십년 지나 영덕시내 어딘지 기억이 안나지만 머리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따라 영덕시내 쌀집들을 탐문해서라도 찾아뵐게요 부디 건강하게 잘사시는모습 뵙고 싶습니다
지기님의 글을 읽고 또 눈물... 마음방 여기저기 담아놓은 나의 추억... 그 책장을 넘겨 봅니다 잔잔히 잔잔히 느껴옵니다 영덕... 나의 첫사랑 그니의 고향~ 잘지내고 있을까? 그니도 나와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을까? 내 삶속에 담겨있는 그니... 그립다 보고 싶다 인생아 내 인생아...
저도 황지에 첫사랑이 있시유~!! 눈 내리는 겨울에 미끄러질까봐 비싸고 또 예쁜 부츠를 사줬더니 아~, 글쎄 그 신발신고 떠났지요ㅜㅜ (사실은 임신을해서 그리 됐답니다) 윤명숙 너도 할망구가 됐을테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지만 ㅋ~ 아니, 아니, 소설을 써야겠구먼유~!!
첫댓글 포항
영덕
강릉
7번국도
한번드라이브
여행가고싶네요
예전에 주말마다 우리 같이 많이 다닌곳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
잊을수 없는 추억들
그때 같이 다니던 회원들은 몇명 안남았어~
다들 잘 지내겠지~~^^
하~, 쏘데스까 !
저도 14년째 아들이 일본에 있답니다.
영덕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이
가슴 한켠을 지배하고 계셨군요!
좋은 기억은 평생을 간다는
옛 선인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한편의 드라마같은 경수필에
감동을 품고 머물다갑니다 감사합니다.
7번 국도의 추억
그게 중요하지 않네요
추억 일기장이 너무 정겨워...
내가 왜!
왜 눈물나게 서러워질까?
추억속 옛이야기가 너무 그리워서..
남의 일기장에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 갑니다
아우님의 잊혀지지않는 생생한 추억들도
7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책한권이상 분량이 쏟아져나올듯 한데
맛뵈기라도...^^
지기님의 글을 읽고
또 눈물...
마음방 여기저기 담아놓은 나의 추억...
그 책장을 넘겨 봅니다
잔잔히 잔잔히 느껴옵니다
영덕...
나의 첫사랑 그니의 고향~ 잘지내고 있을까?
그니도 나와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을까?
내 삶속에 담겨있는 그니...
그립다
보고 싶다
인생아
내 인생아...
향수님은 영덕에 첫사랑이있었군요
저는
남친이
울진에서 군복무했었는데
가끔씩 벌이야나비야 울진을 면회 다녔는데...
그애랑 결혼 했으면 내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지~~ㅎ
핸섬했던 남친이 살짝 그리워지네요~^^
안녕하세요 향수님!
또 한편의 명작소설의
테마가 숨겨진 비밀이 있었군요!
추억은 감성을 부추키는 카타르시스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묘미가 아닐까요?
아름다운 추억 소중히 간직 하옵소서~!!
저도 황지에 첫사랑이 있시유~!!
눈 내리는 겨울에 미끄러질까봐
비싸고 또 예쁜 부츠를 사줬더니
아~, 글쎄 그 신발신고 떠났지요ㅜㅜ
(사실은 임신을해서 그리 됐답니다)
윤명숙 너도 할망구가 됐을테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지만 ㅋ~
아니, 아니, 소설을 써야겠구먼유~!!
여기저기 첫사랑 하트가 다투어피는 봄꽃이 되어 카페가득 필것 같은 느낌입니다~허허
@맑은하늘
@백화 문상희 첫사랑은
참 생각만해도
풋풋하고
달달하지요~
@맑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