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산책] 『발심수행장』④
사람 몸 병고 가득하니 젊었을 때 정진하라
喫甘愛養 此身定壞 着柔守護 命必有終
助響岩穴 爲念佛堂 哀鳴鴨鳥 爲歎心友
아무리 맛난 것으로 사랑해 돌봐도 이 몸은 반드시 무너지는 것. 부드러운 옷으로 감싸고 보호해도 이 목숨은 필히 끝나고 마는 것. 메아리치는 바위굴을 염불당으로 삼고 애 닳게 우는 기러기를 친구로 삼으라.
인신(人身)의 덧없음을 숱한 경전은 노래하고 있다.
『유마경』은 “이 몸은 감각이 없으니(원문은 무지:無知) 초목, 와력(기와)과 같다. 이 몸은 작용함이 없으니 바람에 의해 움직여 질 뿐이다. 이 몸은 부정(不淨)하니 더러움이 가득 차 있으며, 또한 이 몸은 공허(空虛)하니, 목욕, 의식(衣食)의 힘을 빌린대도 반드시 닳아 없어질 것이며, 이 몸은 재앙 그것이니, 404병에 의해 침식당한다. 신체구성의 사대(四大)에 각기 101병이 있다”라 했고,
“사대(四大)가 잠시 모여 있어 편의상 이름 지어 몸이라 하는 바, 이 사대(四大)에 주재자가 없는 터이므로 몸에도 자아(自我)가 없다”라고 지적한 『유마경』의 말씀은 인신의 허무함과 병고가 가득하니,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에 수행을 하라는 것이다.
인간이란 시간과 공간을 통해 보더라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머무를 수가 없는 것이며, 그 진정한 참 주인은 깨달아야만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무상(無常) 함이 우리의 참 존재인데, 이 몸뚱이 하나 건사하기 위해 행여 잘 못 될 새라, 맛난 것 먹이고 좋은 것 입히고, 찍어 바르고, 거들먹거리는 등 위세하며 지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과 함께 할 때 인간은 초라한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가까운 산과 강이나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자연의 숨결, 또한 조그마한 공원의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평화로울 수 있고 행복하다. 인간의 위선 앞에 자연은 그저 그렇게 인간의 허점투성이를 감싸 안아 치유하며 올곧게 살도록 가르친다. 그러나 자연에서 치유되어 나으면 곧바로 사회로 회향하여서 자연의 공덕을 잊지 않아야 된다.
拜膝如氷 無戀火心 餓腸如切 無求食念
忽至百年 云何不學 一生幾何 不修放逸
절하는 무릎이 차서 얼음과 같더라도 따뜻함을 그리워 말고, 주린 창자가 끊어질 것 같더라도 먹을 것 구하는 마음을 없애라. 홀연히 백년에 이를 것이니, 어찌 배우지 않을 것이며 일생이 얼마라고 놀고 닦지 않겠는가?
경허 스님의 참선곡에 “예전 사람 참선할 제 짧은 틈도 아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 제 잠 오는 것 성화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예전사람 참선할 제, 하루 해가 가게 되면 다리 뻗고 울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한가”라며 수행할 때 사무치지 못한 자신의 게으름을 책망 하였던 것이다.
가끔80년대 해인사에서 정진할 때의 풍경이 언뜻언뜻 상기 되곤 한다. 그 무렵은 국가경제도 좋았던 진 탓인지 절 집의 공양도 그리 빈곤치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툭하면 반찬투정을 하는 학승들에게 한 노스님의 “스님들! 예전에 수행할 때는 김치 한 조각에 그저 밥한 그릇을 다 먹었습니다. 그래도 밥만이라도 더 주었으면 하는 때가 있었지요.” 하는 말씀에 젊은 승려들은 아무 말도 못하게 말았다. 요사이는 오히려 물자의 혜택이 윤택하여 도를 추구하는 마음이 옅어지고 인욕하는 마음이 없다고 우려하는 분이 많다.
『제법집요경』은 인욕에 대해서 이렇게 논하고있다.
“인욕에 안주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치장(第一藏嚴)이요 가장 뛰어난 보배요, 인욕은 뛰어난 양약이어서 능히 분독(忿毒)을 치료하며, 인욕은 공덕의 창고이므로 마음을 조복하여 번뇌에 어지럽히는 바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인욕은 천상에 태어나는 사다리여서 윤회의 공포로부터 탈출하게 하며, 이를 수행하면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또 인욕은 공덕의 물이어서 맑고 그득하여 아귀의 목마름을 구하고 방생(傍生:축생)의 죄악을 씻어준다.”고 하였다.
부처님의 마지막 유언 “방일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은, 짧고 짧은 인생길을 정진으로 매진하라고 당부하신 것으로 유명하다.
법공 스님 (동국대 강사)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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