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이제 소비가 아니라 관계인 시대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과 누추함 속에서 기쁨을 찾는 ‘착한’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대한민국 마을여행>은 이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한겨레신문 여행ㆍ레저 담당 이병학 기자가 2년간 전국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대한민국 마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체험여행 가이드로, 여행지로서의 우리 마을을 조망하며 대중교통 정보와 주변 볼거리, 맛집 등 여행팁도 풍부하게 실었다. 별빛 총총한 하늘을 보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가족과 연인들, 외갓집 같은 시골마을에서 전통과 자연을 체험하고 싶은 아이들, 보약 같은 밥상과 저렴한 비용으로 1박 2일 알차게 머물다 오고 싶은 알뜰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색 국내 여행지를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마을로 떠나는 착한 여행
공정여행, 이른바 착한 여행은 여행에서의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새로운 여행 문화다.
현지의 전통과 문화, 자연을 존중하고 체험하면서 여행에 쓰는 경비가 지역 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게 하는 여행의 형태를 말한다.
국내에서 착한 여행을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마을여행이다.
마을이란 사람이 함께 모여 몸 비비고 사는 곳이다. 수백 년을 이어온 생활방식과 공동체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우리 어머니ㆍ아버지의 고향이자 우리 몸의 뿌리 같은 곳이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소박한 식사를 하며 어르신들 옛이야기를 듣고 시골집에서 유쾌한 하루를 보내는 여행. 바로 도시 사람ㆍ농촌 사람이 더불어 만드는 아름다운 여행의 장면이다. 어른들은 고향의 향수를 느끼고, 아이들은 자연과 전통을 배우고, 주민들은 소득과 보람을 올리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여행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더욱 키워가야 할 여행방식이다.
휴먼 다큐의 감동과 생생함이 녹아 있는 마을 이야기
책 내용은 구수한 팔도의 사투리와 함께 마을 내력과 실상을 오롯이 기록한 인터뷰가 주를 이룬다.
여행기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감상보다는 객관적인 정보와 마을 사람들의 육성을 그대로 실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감을 전해준다. 그중엔 새로운 발상으로 마을의 변화를 이끈 드라마틱한 사연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호호백발 어르신들만 사는 고적한 마을이 몇 사람의 용기와 도전으로 활기찬 체험마을로 변신한 경우다.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돼 윗마을에 더부살이하고 있던 동네를 천연염색 하는 젊은 부부가 도시민들의 체험장으로 탈바꿈시킨 제천 산야초마을, 한때 ‘시덥잖은 젊은이’로 통했던 젊은이가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물고기 양식마을을 물고기 체험마을로 변신시킨 완주의 원반교마을, 엄격한 마을 법도 속에 한평생 억눌린 삶을 살았던 종가마을 할머니들이 행사운영 주체가 되어 이름난 농촌체험마을로 변화시킨 고령의 개실마을 등 한 편의 휴먼 다큐처럼 특별하고 감동적인 사연을 접할 수 있다.
변화의 계기가 외부에서 주어진 경우도 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마을의 표정과 분위기를 바꾼 경우로, 청북 청주의 수암골, 전북 진안의 백운마을이 그런 곳이다.
어느 쪽이든 모두 전통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며 힘써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마음 속에서 힘찬 응원가를 불러주게 되는 우리 마을 이야기이다.
여행 속에서 소통과 나눔의 의미를 배우다
그러나 모든 마을이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변신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애쓴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의견이 갈리며 어려움을 겪는 마을들도 있었다.
책은 그런 마을의 사연과 갈등도 숨김없이 기록했다.
또한 마을의 개념을 농어촌 지역으로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접근해 전주의 막걸리 골목과 포항의 죽도시장 등 사람이 모여서 훈훈한 정과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마을 여행지 목록에 넣었다.
대를 이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마을 골짜기와 바위, 숲의 옛 지명과 그곳에 얽힌 옛날이야기도 주민들의 육성을 받아 적어 기록했다. 이런 이름이 더 이상 불려지지 않는다면 골짜기도, 바위도 결국 의미를 잃고 사라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래된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 땅의 전통문화 한 자락이 사라짐을 뜻한다.
자녀들을 도회지로 보내고 홀로 남은 어르신들이 지금 우리땅의 옛 마을 공동체를 지키고 있다.
세련되고 깔끔하진 않지만, 고집스럽게 투박한 옛 삶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
“많은 분들이 여행길에 이런 동네에 들러, 이야기 나누고 손잡아드리고 특산작물 한 보따리씩 제값 쳐서 사가지고 오면 좋겠다”고 이병학 기자는 당부한다.
안락한 생활에 익숙한 도시 사람으로선 좀 불편하고 덜 쾌적하긴 해도 푸근하고 따뜻한 여정이 될 거라고 그는 확신한다.
이병학 기자가 만난 대한민국 마을과 그곳에 붙박여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통하고 나누는’ 여행의 참 의미를 일깨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추천사>
밤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빛, 타닥타닥 나무 타는 냄새, 머리가 시원해지는 맑은 공기……
고향의 정취 그윽한 웰빙 여행을 꿈꾼다면 농어촌 체험여행이 정답이다.
<대한민국 마을여행>이 그 길을 친절히 안내한다.
한겨레 이병학 기자의 우리 마을 취재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것에 대한 집념 어린 기록이기도 하다.
어르신들만 사는 고적한 마을이 활기찬 체험마을로 변신한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감동을 준다.
- 김인식 전 농촌진흥청장(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