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흔적골산~우산봉~갑하산 산행일 : 2015년 3월28일 토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반석역~흔적골산~우산봉~갑하산~갑동~현충원역
(산행 지도)
나이를 먹으면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 예전엔 별거 아닌 부상이 이젠 잘 낳지도 않음시롱 질질 끌며 나를 괴롭힌다. 모처럼 토요일 퇴근한 다음날이 휴일이라 태안의 가의도로 섬 비박 산행을 가려 했는데 또다시 도진 팔꿈치의 부상이 내 발목을 잡긴 했으나 사실 그건 핑계고... 비를 예고한 날씨보다 이젠 열정이 식은게 그 원인이다.
퇴근해 집에 도착하자 마자... 마눌이 차려준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자 초록잎새가 얼른 자기를 따라 나서라 채근하며 베낭을 둘러 멘다. "어딜 가~?" 오늘은 내가 산행 대장 할테니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며 그냥 오기나 하란다. 흐미~! 복 터졌다. 오늘은 맨몸에 그저 딸랑 딸랑 마눌 뒤나 한번 따라는 가는데 햐~!!! 언제 저렇게 꽃을 피어 올렸는지 ? 순백의 하이얀 목련꽃이 바쁘게 마눌뒤를 쫄랑대며 따르던 산찾사를 잡았다. 이젠 완연한 봄이다. 차암~ 이쁘다. 오늘따라 신경질이 날 정도로 하늘도 이쁘다. 딘장~! 은근 쏘가지가 난다. 그냥 섬으로 비박 산행을 떠날걸 날씨가 너무 아깝단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는 후회해야 아무 소용 없는일... 이미 저멀리 사라진 마눌뒤를 부지런히 쫓던 산찾사는 그래서 아주 소심하게 신경질을 부렸다. 왜케 빨랑 가는겨~!!!!
지하철.... 토요일 오후라 그런가 사람들로 북적댄다. 마눌이 어린아기를 안고 있던 젊은 새댁에게 자리를 양보한 얼마 후... 솜털이 보송 보송한 어린 여중생이 내 소매끝을 잡더니
"조오기~ 앉으세요~"
옴마야~!!! 야가 왜 그란다냐~? 나가 아적 그럴 나이는 아닌것 같은디... 이런적 처음이다. 약간 충격을 먹은 산찾사.... 세월엔 장사가 없다더니 내 나이가 벌써~? 아니야~ 모자를 눌러쓰면 귀밑머리가 하이얗게 세여서 쟈가 그렇게 생각 했을 꼬얌~ 모자만 벗으면 그 많던 머리숱이 이젠 반쯤으로 줄어들긴 햇어도 아직은 죄다 새카만데... 앞으론 모자 쓰지 말까~? ㅋㅋㅋ 온갖 궁상맞은 생각과 상념에 젖은 나를 일깨우는 마눌 초록잎새.
내려 모 해~!!!
반석역 3번 출구로 나오자 마자 재들 모하는 거징~? 초등학생들과 부모들이 헌책과 옷들을 내놓고 팔고 있었다. 서로 필요한 물건들은 물물교환도 하며... 학생들에겐 참 교육의 현장을 보는것 같아 초록잎새랑 둘러 봤는데 나중에 손자가 생기면 모르까 사줄만한 물건이 없어 그냥 발길을 돌려 가던길을 간다.
반석역에서 내려 얼마쯤 도심의 거리를 걸어 찾아든 숲속.... 완벽한 도심 탈출이다. 솔숲에서 뿜어저 나오는 향기에 못된 성질이 수그러 든다. 숲속은 그래서 좋다. 못 떠나 아니 안 떠난 후회로 은근 솟구치던 울화가 씻은듯 사라진 얼마 후...
등로는 38선 철책처럼 완벽차단을 자랑하는 울타리를 따라 이어지다
등로정비가 아주 잘 된 계단길을 타고 올라서면..
비로소 터지는 조망에 분주하던 발걸음에 휴식이 주어진다.
다시 이어진 걸음... 와우~!!! 멋진 정자가 반긴다. 순간 드는 생각... 먹을것 잔뜩 지고 올라와 여기서 한밤을 보내야지.. ㅋㅋㅋ
많이 걷지 않아서 좋고 시내 야경도 차~암 좋을것 같으니 더 좋고.... 사람들도 그리 많이 찾지 않아 한적하다니 최적의 조건이다.
"언제 올겨~?" "그럼요.." "서방님 가신다면 나야 언제나 콜~!" "더군다나 이곳에선 술 떨어지면 여기서 가까이 사는 통장언니 한테 즌하 한통만 하면 그 언니는 맥주를 박스로 메고 올라 올 걸요~" "흐미~!" "좋긴 한데 그 언니 난 무서워~!" "맥주 한박스 내가 지고 올라 올께 부르지 마~!"
자리 하나 찜~ 해두고 다시 이어진 걸음은 세종시로 향하는 삼거리를 지나
우산봉으로 향한다.
솔숲의 오솔길... 부드러운 육산이라 더 맘에 든 숲속길을 걸어 걸어서...
조망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암릉에 걸터앉아 세월을 보내기도 하며
걸어 오르다 보니 이런~! 이런~! 이게 웬일이랴~? 아까보다 더 좋은 비박지 발견.... 물론 적당한 발품을 팔면 육신이 고달퍼도 조망은 더 좋다.
팔각정 옆엔 넓직한 헬기장까지 있던 이곳이 바로 흔적골산이란다...
이곳 저곳 둘러보느랴 미적대는 산찾사... 오늘 산행 대장님 은근 화가 나셨다. 빨랑 안 오세유~ 서방..
잽싸게 쫓아가던 산찾사를 또 잡아놓은 그림같은 풍광들....
미세먼지가 있어 아쉽기는 하나 세종시가 이렇게 자세하게 보이는곳도 드물다.
푸르른 날엔 가끔은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 보자 그럼... 히야~!!!! 어쩜 저리도 맑고 투명할 수 있는지 ? 순간... 안나푸르나의 산중에서 올려다 보던 잉크빛 하늘이 그리워 진다. 밤에는 또 어땟는지 ? 까맣게 잊고 지내던 은하수를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소릴 마눌한테 했다가 지청구를 잔뜩 들었다. "그 좋은델 그래 혼자 그렇게 떠나야 해쓰~?"
이궁~! 일단 먼저 도망가고 보자....
사는게 뭐라구.... 그저 가슴 떨릴때 떠나야 하건만 다들 다리가 떨릴때 떠나려 하는 어리석음을 몰라서 그런게 아니라 삶에 찌들어 그런걸 어쩌랴~!!!
산에 들어 저렇게 내려다 보면 어느새 새록 새록 솟아나던 세속의 욕망과 욕심을 어느 정도는 덜어 낼 수 있으니 참으로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아름다운 풍광에 한참을 우리 둘은 이곳에 앉아 멍을 때렸다.
이젠 거의 다왔다. 푸르른 저 하늘 아래 맞닿은 봉오리가 바로 우산봉....
그 봉오리 우산봉에서 일단 정상증명 인증샷 하나 날린 후...
사방팔방 조망이 확보된 우산봉의 넓직한 공터를 둘러보며 세상구경 실컨 하다가....
갑하산을 향한 오솔길을 걸어 간다. 이길은 초록잎새랑 숱하게 걸었던 등로라 익숙하다.
신선봉까지 걸어가며 우리가 밟고 오르고 내렸던 능선을 가르키며 추억을 되살리던 이길은
최고의 조망처 신선봉에 이르러 하늘아래 그 모습을 온통 부끄럼 없이 들어낸 계룡산의 미색에 우리 부부가 잠시 허우적 댄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이젠 내려가야 할 시간. 바삐 서둘던 우리의 발걸음이 갑하산을 넘긴다.
갑동으로 향한길.... 솔향기에 취한 우리의 발걸음은
봄의 전령사 진달래가 맞아준다. 참으로 세월 빠르다. 춥다 춥다하던게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온 천지가 봄 꽃....
갑동으로 내려 도로를 건넌 우리 부부....
버스의 기다림이 지루해 그냥 걷기로 했다. 현충원역까지 그 까잇거 뭐~ ? ㅋㅋㅋ 다음부턴 절대 걷지 않으련다. 숲길은 몰라도 아스팔트의 길고 긴 포장도로를 걷는건 고역였다.
시청역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데 일기예보가 신통하게 맞아 떨어지려는 듯 맑았던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 들더니 한 두 방울씩 비가 내린다.
오늘은 산행대장님이 고생을 하셨으니 특별히 산찾사가 저녁차림의 수고로움에서 해방을 시켜 줬다. 청국장 간판만 보고 들어선 음식점... 의외로 가격대비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있어 좋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대전 근교산행으로 이코스가 맘에 든다. 앞으로 종종...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자주 다녀오게 될 듯. 같이 가실 수 있는분 계심 언제든 환영.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산행 모습을 한편의 동영상으로....) |
출처: 산찾사 & 초록잎새 원문보기 글쓴이: 산찾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