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31일 토요일. 여전히 덥다.
아침에 동네 산책을 한다. 해가 떠올라 날이 밝아오는데 공기는 신선하고 아주 조용하다. 벽돌로 지어진 토굴 유적지가 보인다. 마을을 쳐다보니 아주 낮은 집들과 수직으로 솟은 야자수들이 동네를 지키고 있다.
조용한 아침이다. 숙소는 깨끗하다. 흰색 타일과 흰색 벽은 아주 투명해 보인다. 아침 6시 30분에 식사를 한다. 숙소에서 제공해 준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주인장이 식탁 위에 잔뜩 올려놓았다.
요리한 것이 아니라 모두 구매해 온 것들이다. 빵과 과자, 잼 버터, 요플레와 요쿠르트, 삶은 계란과 대추야자, 그리고 커피와 물 등이다. 아내와 둘이서 조용히 식사를 한다. 집안의 고요가 깨지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왔다. 7시 30분에 출발한다는 가베스 행 버스를 타기위해서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마을 젊은이들이 여러 명 기다리고 있다. 큰 버스를 탔다. 버스비는 두당 2.6디나르(1,040원)다.
버스는 20분 정도 달려 마을을 넘어가더니 빈 공터에 들어선다. 여기서 모두 내리란다. 내리자마자 버스는 사라지고 긴 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들어온다. 여기에 모두 탄다. 왜 여기서 갈아타는지 알 수 없다.
긴 버스는 우리를 태우고 신 마트마타에서 또 손님을 태우고 가베스로 간다. 오전 8시 30분 경 가베스 시내에서 우리는 모두 내렸다. 거의 한 시간을 달려온 셈이다. 여기가 종점이란다.
루아지 터미널을 물어서 다시 걸어간다. I Love Gabes 라는 커다란 글씨가 로터리 안에 세워져 있다. 차들과 물건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로터리 안에는 조형물이 폐품처럼 세워져 있다.
분주하게 다니는 사람들과 차들이 엉켜 거리가 복잡하다. 루아지 터미널에서 타투윈 행 루아지를 찾았다. 버스 티켓을 파는 사무실 앞에는 행선지별 가격표가 길게 붙어있다. TATOUINE은 11.3디나르다.
사람들이 금방 찼다. 청소년들이 주로 탔다. 오전 9시 10분에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달린다. 한참 후에 국도로 들어선다. 작은 마을 앞 검문소에서 군인 둘이 검문을 한다. 청소년 두 명을 데리고 갔다.
우리 차는 그냥 간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더니 드디어 타타윈에 도착했다. 오전 11시 10분경이다. 커다란 강에 아주 조금 강물이 흐르는 마을이다. 강물을 걸어서 그냥 건너도 될 것 같은데 커다란 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타타윈 마을은 까르프 슈퍼도 있는, 생각보다 제법 큰 마을이다. 루아지 버스 터미널도 깨끗이 만들어져 있다. 터미널 앞 도로변에서 노란색 택시를 하나 잡았다. 서로 자기들의 손님이라고 다툼이 생긴다.
젊은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지도에서 보면 걸어가도 될 것 같은데 너무 더워서 걸어갈 엄두가 안 난다.
숙소 이름을 보여주니 안다고 해서 타고 가는데, 친구들에게 우리 숙소를 물어보고, 가는 택시를 붙들고 또 물어본다. 숙소 주변에서 찾지 못하고 한참을 빙빙 돌았다.
엉뚱한 집 대문을 두드려 주인장을 불러내서 숙소를 또 물어본다. 자동차를 고치는 정비 가게로 들어가 다시 물어봐도 찾지를 못했다. 지나가는 택시를 다시 잡고서 물어 겨우 숙소를 찾았다.
바로 옆인데 간판이 없어서 찾지 못한 것이다. 주소도 좀 엉망이다. 숙소는 오후 2시에 체크인이 된다. 시간을 보고 일정을 만들었다. 택시를 흥정해서 타투윈의 찾아볼 곳을 먼저 방문해 보기로 했다.
타투윈(Tatouine)은 튀니지 타투윈 주의 주도이다. 인구는 약 6만 명이다. 사하라 사막 북동부에 속하며 7,8월 여름에는 50℃를 육박하는 아주 더운 지역이다.
아주 적은 비가 내리는 1월, 2월 겨울에도 그 날수가 이틀 정도가 고작이다. 타투윈은 사람이 거주하기에는 가혹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인구 밀도가 높았던 타투인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두즈, 토주르 등과 함께 사하라를 횡단하는 대상로의 출발지다. 프랑스 점령 시에는 프랑스 군 주둔 마을이었다. 타투윈 주변 지역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전편에 자주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워즈 이야기를 찾아 그들의 자취를 애써서 상상하려고 먼 길을 찾아온다. 이 부근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주택 형태는 크사르다.
크사르는 곡물창고로 사용하던 마을의 공동체 소유인 고르파가 모여 성채를 이룬 것이다. 상황에 따라 반달족 등의 적들을 피해, 높고 험한 곳에 고르파를 짓고 거주했다.
적들이 떠난 후 주민들은 산에서 내려와 살게 되면서 산 위의 크사르는 버려졌다.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그 크사르는 12세기에 만든 것으로 타투윈 근처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120여 군데가 넘는 크사르가 남아있다.
크사르 입구의 낮은 아치는 사계절 뜨거운 햇살을 피해 곡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주택 형태가 너무 특이하다. 필시 다른 행성에 내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크사르 타오이네는 긴 세월의 흐름에도 보존이 잘 되어있다.
스타워즈 촬영 장소였던 크사르 하다다 호텔, 산 중턱에 있는 크사르 게르마사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우리는 크샤르 울레드 술탄(Ksar Ouled Soltane)을 찾아가기로 했다. 왕복 50디나르(20,000원)로 약속을 했다.
이렇게 택시를 타고 다시 간다. 약 20km를 달려 크사르 술탄에 도착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서 이곳은 꼬마 아나킨의 집으로 등장한다. 오비안 캐노비의 스승인 콰이곤 진인데, 리암 니슨이 역할을 맡았다.
그의 등장으로 영화는 더 묵직해졌다. 콰이곤 진은 아나킨의 잠재된 포스를 감지하고 제다이로 키우고자 한다. 작은 흙집을 붙여 마치 벌집 같다. 길쭉한 계단은 코끼리 코, 또는 아이들 미끄럼틀처럼 보인다.
크사르는 1,000여 년 베르베르인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택시는 모스크가 있는 광장에 도착했다. 흙으로 지어진 크사르가 보인다. 참 특이하다. 감동이다. 구경을 하면서 밖으로 살짝나가보니 지붕이 보인다.
둥근 롤케익 같다. 주변 경관도 눈에 들어온다. 황량하고 거칠어보이는데 군데군데 집들이 있다. 나무 대문이 참 오래되 보인다. 대리석 돌판에 그림을 그린 것을 전시, 팔고 있다. 젊은이가 그림을 그려 팔고 있다.
그림을 하나 샀다. 그림은 서툴고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크사르를 그려서 나름 기념이 될 것 같다. 그림 뒤에 화가라고 사인도 해준다. 크사르를 둘러보고 나왔다. 기사는 어디가고 택시만 뜨거운 광장에 버티고 있다.
그늘에서 잡담을 하던 기사가 와서 다시 타투윈으로 돌아간다. 황량한 언덕을 사이에 두고 달려간다. 돌로 만든 크샤르가 있는 언덕을 올려다 본다. 숙소(Dar ettawfik)에 도착했다.
대문을 밀고 들어가 체크인을 한다. 커다란 가정집이다.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이다. 침대가 6개나 있는 아래층의 열쇄를 받았다. 주인 아주머니와 꼬마 셋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아이들 이름이 세피아, 압둘이란다.
주방을 살펴보니 불이 없다. 남편이 와서 작은 가스통을 설치해 작은 가스렌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었다. 성냥통을 보니 신기하다. 성실해 보이는 순박한 사람들이다. 라면을 끓여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잠시 쉰 후에 시내 구경을 나섰다. 오후 5시경이다. 시내로 걸어간다. 긴 거리를 걷는다. 다리도 건너간다. 길가에 사람들이 앉아서 우리를 구경한다. 살라이 알라이꿈이라는 인사말을 외워서 스쳐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
반갑게 응대해 준다. 재미있다. 차를 마시던 젊은이가 먹어보라고 대추야자를 준다. 가지 하나를 들고 대추야자를 따 먹어보니 달콤하고 아삭거리는 것이 먹을 만 했다.
지도에 교회가 있다고 표시되어있는데 실제 가보니 교회가 없다. 있을 리 없다. 바로 옆 재래시장(수크)을 구경한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장사꾼들과 사람들로 복잡하다.
대장간 공방 같은 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농기구와 둥근 돌 도르레가 가게 앞에 하나씩 있다. 협죽도 한 그루도 척박한 땅을 지키고 있다. 땅콩을 커피설탕에 볶은 것을 사먹었다. 달콤하고 구수하다.
담배 잎도 팔고 있다. 빨간 고추, 마늘, 멸치, 계피, 곡식들을 팔고 있는 가게는 풍성해 보인다. 시장 광장 코너에는 장미석을 팔고 있다. 기념품 가게, 옷 가게, 카페트 가게가 있는데 손님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까르프(Carrefour) 슈퍼를 찾았다. 요플레와 물, 오렌지를 샀다. 숙소로 오는 길에 작은 가게에 들어가 계란 6개(800원)를 샀다. 시내에는 호텔 건물도 보인다.
택시를 타고 숙소를 간다. 초록색 모스크가 있는 곳에서 하차했다. 택시비는 3디나르를 주고 내렸다. 메타기가 없다. 숙소까지 넓은 골목길을 걸어간다. 저녁은 누룽지를 끓여서 먹는다.
내일 아침 일찍 나서야할 것 같아서 숙소비를 정산해 주었다. 42유로다. 토주르 숙소를 예약했다. 아들과 영상 통화를 했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멀리 중미의 니카라과와 통화가 되는 세상이다.
*8월 31일 경비 – 루아지 27, 택시비 57, 그림 10, 땅콩 1, 물, 음료, 요플레 11.59, 계란 6개 2, 숙박비 58,800원. 계 102,236원. 누계1,13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