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9일 월요일. 낮에는 뜨겁다.
스칼라 드 라 빌(Port of Essaouira Sqala)이다. 역사적, 건축적 중요성을 깊이 알게 되는 곳이다. 이 인상적인 해안 요새는 18세기에 해상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여행자들에게 대서양의 멋진 파노라마 뷰를 제공한다.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옛 대포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새화된 도시로서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위치였는지 알 수 있다.
스칼라 드 라 빌은 단순한 역사적인 장소가 아니고 사진작가와 자연 애호가들의 특별한 장소다. 성벽에 부딪히는 파도와 요새 벽의 대비는 특히 일몰 시간에 황금빛 하늘과 어우러지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곳에서는 과거 행했던 자주색 염료 생산으로 유명한 작은 섬들, 일 푸르푸아르 섬도 볼 수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단순하게 산책의 평화로움, 해안 전망 감상을 원하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곳이다.
게이트(Bab El Marsa)를 통해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역사적인 도시 에사우이라(Essaouira)에 위치한 Bab El Marsa는 단순한 역사적인 관문이나 항구 접근 지점 그 이상이다.
해안 성문인 밥 엘 마르사(Bab El Marsa)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곳의 활기 넘치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관공서 건물을 보면서 우리는 반대로 구 시가지로 들어간다. 광장이 나온다.
사람들과 햇살이 가득하고 바람도 분다. 성벽과 하얀 건물이 이어지고 멀리 탑도 보인다. 옆 공원에는 해산물 식당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아직 문은 열지 않았다. 건물에는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옛날 유대인들이 살았던 곳이란다. 옛 유대인 구역(멜라)의 건물이다. 아치가 세 개 있는 게이트(Bab El Mechouar)를 만났다. 매우 아름다운 큰 문이자 메디나의 입구 중 하나이며 현대적이고 역사적인 문이다.
왼쪽에는 큰 Moulay Hassan 광장이 있으며 특히 이곳에서 매우 활기가 넘친다. 카스바 성채로 향했다. 좁은 골목길은 전시된 카페트들과 물건들로 벽을 모두 장식하고 있다. 옷 가게도 벽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도 붙어있다. 골목길을 걷는 것이 전시장처럼 구경하는 것으로 재미있다. 암모나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화석들을 볼 때는 박물관에 들어온 느낌이다. 성벽 터널 아치를 지나면 카스바 성채다.
카스바 성채(Sqala de La Kasbah)는 이 도시의 여러 성채(Sqala)들 중에서, 도시 전망대이자 성벽(city walls)이 있는 유적지다. 에사우이라의 제1경에 해당되는 곳이다.
성벽에 올라서면 눈앞에 바로 북대서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얀 파도가 여러 겹으로 물결을 치며 바위섬 같은 해변으로 밀려오는 모습이라든지, 특유의 소리를 질러대며 푸른 하늘 위를 날아가는 갈매기들을 보는 것은 덤이다.
그 순간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유럽 스타일의 해변 성벽도시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카스바 성채는 원래 왕과 수비대가 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도시에 적절하게 통합된 성채로서의 카스바가 있는 곳이다. 대포가 어림잡아 50개는 되는 것 같다. 모두 바다를 향해 목을 내밀고 있다.
사람들이 하나씩 붙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성채 아래쪽 노점에 도자기라든가 목각 공예품 등을 진열해놓은 풍경도 위에서 바라보니 한 장의 그림엽서마냥 예쁘다.
대포들 뒤로 보이는 건물은 포르투갈 점령 당시 지어진 교회라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메디나는 포르투갈, 프랑스, 그리고 베르베르 건축 양식이 독특하게 혼합된 것이 보기 좋다.
18세기 성벽으로 둘러싸인 메디나는 시각, 청각, 후각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에는 다양한 색깔의 직물, 향신료, 수공예 보석, 전통 모로코 제품을 파는 활기찬 수크가 가득하다.
메디나를 걷는 것은 시간이 멈춘 듯 한 느낌을 준다. 여유로운 분위기와 공격적인 호객행위가 없는 점 덕분에 우리만의 속도로 탐험할 수 있다.
중앙 광장인 물라이 하산 광장은 현지인들이 일상을 볼 수 있으며 민트차를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다. 유명 모로코 작가들뿐만 아니라 신진 예술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메디나의 매력은 그 역사뿐만 아니라 고대 성벽 안에서 여전히 번성하는 활기찬 생활문화에 있다. 길거리 예술가의 작은 그림이 눈에 띈다. 주먹만 한 조약돌에 깔끔하게 그린 그림이다.
흰색과 푸른 색 밖에 없는데 그 느낌이 아주 강력하다. 메디나 골목길은 직선으로 아주 잘 나있다. 점심때가 되어 식당을 찾아 계단을 올라간다.
식당(Cafe Restaurant Pizzeria Chez Kherfa)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작은 광장이 내려다보인다. 광장 주변은 모두 레스토랑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전통악기를 든 노인 4명이 연주를 한다.
잠시 후에는 체조 팀의 젊은이들이 와서 체조와 서커스를 보여준다.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무용이다. 우리가 앉아있는 식당은 예쁘다. 약간 서늘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따듯함을 찾아 아내 등 뒤로 파고든다.
우리는 비프 쿠스쿠스와 타진을 주문했다. 구운 가지가 올라가 있고 밀 알갱이가 깔려있는 쿠수쿠스는 좀 맛이 떨어진다. 모로코의 대표 요리, 쿠스쿠스! 이건 솔직히 말해서, 좀 실망이다.
밍밍하고 맛도 없고 식감도 제 스타일은 아니었다. 쿠스쿠스는 쉽게 말해 작은 밀 알갱이를 쪄서 만든 음식이다. 좁쌀처럼 생겼는데, 그 위에 고기나 채소를 얹어서 같이 찌는 방식이었다.
우리로 치면 곤드레 밥이나 굴밥처럼 재료를 얹어서 찌는 방식과 비슷했다. 당근과 토마토, 감자와 곁들여진 타진은 우리 입에 잘 맞는다. 타진은 모로코의 원주민인 베르베르인들의 전통 음식에서 유래한 요리란다.
과거 유목 생활을 하던 베르베르인들은 이동 중에도 쉽게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도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뚜껑이 뾰족한 도자기 그릇, 타진이다.
이후엔 이 그릇에서 요리한 음식을 가리킬 때도 쓰게 되었다. 타진은 재료 자체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약한 불에서 오랜 시간 천천히 익혀내는 방식으로 조리된다.
보통 고기나 생선을 주재료로 하고, 감자나 당근 같은 채소를 듬뿍 넣어 함께 요리한다. 이런 조리 방식은 과거 물이 부족했던 모로코의 환경에서 적은 물로도 요리를 가능하게 했던 지혜로운 방법이었을 같다.
또한 약한 불로 천천히 익히다 보니 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던 점도 타진만의 실용적인 장점이다. 여기에 강황, 생강, 계피 같은 모로코 특유의 향신료가 더해지면서 이국적인 풍미가 완성된다.
그리고 이렇게 뜨겁게 조리된 타진은 그대로 냄비 째로 테이블에 제공되는데, 그 모습마저도 전통적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모로코에서 처음 맛본 타진! 솔직히 향신료 때문에 입맛에 맞을까 싶었는데 예상외로 정말 맛있다.
그 뒤로는 여행 내내 타진이 제 식탁에서 빠질 일이 없었다. 우리나라 찜 요리가 살짝 떠오르기도 했다. 뚝배기를 사용하는 찜요리, 국물은 빵을 찍어먹으면 좋다.
향신료 대신 고추장이나 간장 같은 걸 넣으면 더 우리 입맛에 가까운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배를 채웠으니 구시가지 구경을 나선다. 깨끗한 거리다. 수크(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르간 오일 짜는 곳이 보인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꿀(miel)도 팔고, AMLOU (아르간오일이 들어간 아몬드버터)도 팔고 있다. 각종 야채와 과일 가게, 향신료 가게, 견과류 가게 등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오래된 모스크(벤 유수프 모스크 Mosque Ben Youssef)도 있다. 약간 허술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넓다. 만자나 성문과 시계탑도 보인다.
1912년에 건설된 시계는 1997년 고장 났지만, 2012년 복구되어 30분마다 종이 울린다고 한다. 구경하면서 나온다. 둥근 밥 마라케시 타워(Bab Marrakech Tower)도 있다. 버스 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다시 해변으로 간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수영하며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물이 좀 탁하다. 오후 2시 15분 마라케시 행 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휴게소에 또 들린다. 오후 5시 30분에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5번 버스를 타고 메디나 광장으로 간다. 여행사에 들러서 투어 상품을 예약했다.
2박 3일, 여기서 출발해서 사막을 즐기고 페스에 데려다주는 여정이다. 노말은 90유로, 럭셔리는 140유로다. 내일 아침 7시20분 호텔 앞에서 픽업하기로 했다.
계약서 작은 종이를 들고서 숙소로 간다. 광장에는 벌써 주스 노점상이 많이 자리를 잡았다. 버스 타는 정류장 부근에서 일명 깨빵을 샀다. 6개에 5디르함(750원)이다.
갓 만들어진 빵인데 가격이 참 저렴하다. 5번 버스를 타고 역 앞에서 내렸다. 샌드위치(캐밥) 2개를 샀다. 슈퍼에 들러 물 4개와 주스, 요거트, 과자를 사가지고 숙소로 왔다. 저녁을 먹는다.
풍족하고 행복하다. 여행 중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난다.
*9월 9일 경비 – 에사우이라 차표 200, 터잔 75, 쿠스쿠스 65, 마라케시 차표 200, 투어비 180유로, 샌드위치 2개 56, 깨빵 5, 버스비 16, 슈퍼 60, 계 371,550원. 누계2,348,000원. *모로코 1디르함=150원. 1유로 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