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탕 거울
하두자
오래된 노천탕 벽에 걸린 거울
물때가 껴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얼굴을 확인하겠다고 가까이 들여다보지만
지그재그로 찌그러지고 마는 얼굴
한 발짝 다가서고
옆으로 비껴 서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이곳저곳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습이다
한뎃잠 같은 生으로 닳고 닳은 주름들만 흐릿하게
타일 벽을 짚고 있고
물기 빠지듯 희로애락이 빠져나가
권태와 지겨움과 늙음과 죽음이 감도는 덩어리 하나가
덜컹거리다 미끄덩거리다
씻겨 내려간다
발가벗은 몸이 씻겨 내려간다
길들여진 生의 냄새들이 씻겨 내려간다
안간힘을 다해 구석구석 문지르자
노여움 같은 것들이 쏟아져 나와
눈을 크게 뜨고 악착스레 거울 속을 들여다본다
세월이 휘갈긴 몸을 물때가 낀 거울 속에서
알몸의 나를 들여다본다
첫댓글 다. 그속의 일들입니다.
때. 끼지않은 거울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벗은 알몸을 보일. 수 있다는것은.
살아가는데 자신감. 이라고 . 당당함!!!
"세월이 휘갈긴 몸" ~~ㅠㅠ
물때 낀 거울이 오히려 고맙죠. 아무리 씻어도 씻겨지지 않는 때를 안 보려면.. ㅠㅠ
내 모든 걸 알고 있는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