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4.(목), 책방에서 자기 책 만들기 첫 모임.

'책방에서 자기 책 만들기' 과정을 신청하고 설렘과 걱정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열심히 글 쓰면 연말에 내 이름으로 책 한 권이 나온다는 설렘보다 내가 끝까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더 컸습니다.
어떤 글을 쓸지 주제도 정하지 않은 데다가, 다른 요일 반 선생님들은 이미 책을 여러 권 쓴 경험 있는 분들이라서 혹시 비교되지 않을까, 주눅 들었습니다.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클수록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었기에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예전의 나와 비교하자고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1시간 반 넘게 걸려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언제나처럼 김세진 선생님께서 웃으며 환대해주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간식과 마실 것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사회사업 책쓰기' 목요일 반에는 저와 함께 일하는 황은주 선생님 말고도 한 분이 더 오시는데 오늘은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마산장애인복지관 김경연 선생님과는 2019년 가을 인문학 연수 '책책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전날 저녁, 오늘 참여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아쉬웠습니다.
사회사업 글쓰기 의미
김세진 선생님이 지금 쓰고 있는 <사회사업 글쓰기> 원고 중 일부를 나눴습니다.
책이 완성되면 복지관 직원들과 함께 읽고 공부하고 싶습니다.
사회사업가답게 일하려면 내가 한 일이 사회사업인지 아닌지 살피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사회사업 글쓰기는 자기 실천을 돌아보는 도구입니다. 글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바르게 실천하고 있는지 살피는 과정입니다. 사회사업은 '의도한 결과'를 얻기 위한 '의도적 실천'입니다. '사회사업'을 밝히는 수단이 '글'입니다. 사회복지사가 자기 실천을 기록하는 건 의무입니다.
<사회사업 글쓰기>, 김세진, 구슬꿰는실.
우리는 보건복지부, 지자체 평가를 위한 글쓰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 글쓰기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행정 서류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행정 서류는 잘 쓰는데, 정작 실천 기록을 쓴 경험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은 복지관도 있지만 현재 우리 복지관은 그렇습니다.)
실천 기록도 중요한데 한쪽에만 치우친 글쓰기를 합니다.
10년 후, 20년 후, 정년퇴임을 앞두고 내가 어떤 실천을 했는가 돌아보았을 때 과연 내 실천을 돌아볼 수 있는 기록이 남아있을까요?
내 아이가 '엄마는 항상 바쁜데 어떻게 하면 엄마가 하는 일을 볼 수 있어?',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라고 한다면, 과연 아이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고 보여줄 만한 무언가(기록물)가 있을까요?
사회사업가에게 기록은 책무입니다.
이상을 향한 자기 실천이 달라지려면 내적 동기가 중요합니다. 이상은 동기를 만들고 방향을 정하게 합니다. (중략)
글은 이정표와 같습니다. 위치를 확인하면 방향을 정하게 되고, 이제 속도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중략)
열심히 일해야 하는 때도 있으나 바르게 함이 먼저입니다.
<사회사업 글쓰기>, 김세진, 구슬꿰는실.
그런 경험 다들 있지 않나요?
온종일, 일주일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했는데, 막상 돌아보면 남는 게 없는 느낌. 허무한 그 느낌.
바쁘게만 일한다고 잘하는 건 아니겠지요. 방향도 없이 달리면 길을 잃고 금방 지칠 겁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상에 맞게 잘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기록해야 합니다.
글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합니다. (중략)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낳아주어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할 수 없습니다. 옹알이를 거쳐 부모의 말을 따라 한 뒤 하고자 하는 생각을 표현합니다. 글도 그와 비슷합니다. 처음부터 잘 쓰려는 마음은 갓난아기가 유창하게 말하려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창조보다는 모방에 가깝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글쓰기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풍부한 자료 뒤에 영감이 따라옵니다. 선행 자료를 읽어야 합니다.
<사회사업 글쓰기>, 김세진, 구슬꿰는실.
사실, 이 글을 읽고 안도했습니다.
2020년 겨울 단기사회사업 과정을 기록해 입사이래 처음으로 제가 쓴 글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11명의 강점 새싹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3분의 1 정도가 다른 여러 선행 자료를 읽고 모방한 글입니다.
목차와 문단 구성, 글씨체와 글씨 크기, 편집기술 등.
책 한 권 쓰기 위해 다른 복지관에서 출판한 자료집을 수십 권 읽었습니다.
내용 자체를 옮겨 적을 땐 당연히 출처를 밝혔지만, 모조리 내 머릿속에서 나온 글이 아니라 찝찝했습니다.
<사회사업 글쓰기>에서 글쓰기는 모방이라고 합니다.
글쓰기 관련 다른 책들도 보면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모방이 부끄럽거나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좋은 글귀, 구성을 모방하다 보면 언젠가 실력이 쌓이고 나만의 색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을 격려합니다.
현장에서 실천하며 잘 기록하려면 튼튼한 신발과 수첩을 준비합니다. 지역사회 두루 다니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날 겁니다. 그때 수첩이 있으니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사회사업 글쓰기>, 김세진, 구슬꿰는실.
순간순간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잠이 들려는 순간, 샤워하다가, 운전하다가, 책을 읽다가 시시때때로 바람처럼 스칩니다.
갑자기 밀려온 생각 중에는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운 것도 있습니다.
나중에 써놓아야지 하고 미뤄두면 그 생각은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여유 있을 때 앉아서 기록하려 하면 도통 생각나지 않습니다.
업무 중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예정되지 않은 만남도 생깁니다. 이때 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수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요즘 수시로 어떤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대체로 잡념이지만, 좋은 글감이 될 것 같은 생각들도 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할 수첩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수첩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 씻기다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 바로 수첩에 기록했습니다.
출근 준비하며 머리 말리다 떠오른 생각을 하던 일 잠시 멈추고 기록했습니다.
수첩을 선물 받은 지 만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기록이 쌓여갑니다.
이렇게 붙잡은 생각들이 글감이 될지, 단순한 낙서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수첩에 기록해놓으면 언젠가는 의미 있는 글로 탄생하지 않을까요?
사회복지사인 나
첫 시간인 오늘은 두 시간 정도 자기 글을 썼습니다.
주제는 '사회복지사인 나' 였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내가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서로 글을 썼습니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글을 쓸 때와 달리 책방에 앉아있으니 두 시간동안 온전히 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께서 글쓰는 '공간'이 중요함을 왜 그렇게 강조하셨는지 체감했습니다.
두 시간동안 쓴 글을 읽고 나눴습니다.
황은주 선생님이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사회복지를 해 왔는지 잘 아는데도 선생님의 음성으로 자기 글을 읽어주니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김경연 선생님의 글도 궁금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올해가 끝날 때 내 실천 기록을 손에 쥐게 되면 행복해 눈물이 날 것만 같습니다.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복입니다.
긴장되는 이 과정에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 힘이 납니다.
사회사업 책쓰기 남은 11번의 모임도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김은진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블로그 친구로 선생님을 알고 있었어요. 댓글을 달아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댓글을 씁니다.
읽고 쓰는 사회사업가. 자기 실천을 기록하고 나누는 사회사업가.
사회복지대학생 입장에서 이런 사회사업가 선생님들이 정말 멋져요.
김세진 선생님 표현을 빌리자면, 등대 같아요.
초보 어부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앞길을 훤히 알려주는 등대를 발견한 기분이 들어요.
누군가에겐 든든한 등대가 될 사회사업 글쓰기, 응원합니다~
김은진 선생님 글을 보고 와닿았던 부분이 있어요.
"잘하려는 마음이 클수록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공감했어요. 잘하려는 마음이 너무 크면 조금은 버거울 때가 있더라고요.
"수첩을 선물받은 지 만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기록이 쌓여갑니다."
우와~! 이 글을 보고 김은진 선생님께서 글쓰기에 열정 많으시다고 생각했어요. 글쓰기를 평소에도 염두에 두시니, 쓰고 싶은 글들이 일상 속에서도 생각나시는 건 아닐까요?
사실, 자기 책 만드는 과정이 매우 궁금했어요. 그 기록 해주시니 고마워요.
책도 만드시고, 책 만드시는 과정 기록도 하시니 멋져요. 응원해요~
이렇게 길게 댓글 남기면 부담스러우실까요? 살짝 걱정되네요.
아 반가워요!
제 글을 읽고 댓글까지 남겨주니 고마워요^^
블로그는 일상기록으로 만들긴 했지만 글을 자주 쓰지 못하는데... 부끄럽네요.
지켜봐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만으로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요~ 좋은 자극 받습니다.
귀한 응원 고맙습니다. 앞으로의 과정도 더 잘 기록할게요~
@김은진 누군가 읽어주고, 또 그 글에서 희망을 본다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부담도 없지는 않지만,
얻는 게 더 많아요.
응원합니다.
다음 만남도 기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