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금강산 세존봉 산행을 신청하고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임박하여 연일 TV 에서는 비 소식과 태풍예보로 가슴조이게 한다
14일(금요일) 아침부터 날씨는 흐리고 음산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지만
태화 로타리에서 차는 어김없이 밤 10시 조금 넘어 출발하였다
차는 경주를 지나 포항을 지나더니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린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울진을 지나자 제법 빗방울이 굵어진다
화진포에 있는 고성 현대아산 휴게소에 도착하니 새벽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우짜기나 밥은 먹어야 하니
여기서 아침을 먹고 관광증을 수령한 후 다시 남측
출입국사무실에서 입북 수속을 밟는다
이 빗속에서도 전국적으로 모인 사람들로 출입국 대기소는
차와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북측으로 넘어가는 남한버스는 모두 번호판이 떼어져 있거나 가려져 있다
빗속으로 차는 서서히 움직이며 곧 민통선을 넘어
남한 한계선도 넘어 북측으로 향한다
휴전선을 넘을때의 긴장감은 안 넘은 본 사람은 그 느낌을 모르리라......
아! 북녁땅!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양옆으로 철조망이 쳐지고 산야는 나무
한 그루 없이 헐벗어 벌건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다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채 50여년 동안이나 아물지 않는 상처 그대로...
일정한 간격에 따라 밀납인형 같은 북한군 병사가 붉은 깃발 하나씩 들고
들어오는 버스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금 더 가니 제법 큰 흰천막이 눈에 들어온다
북측 출입국사무실......
일개 한 나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출입국 사무실이 천막이라니
그것도 현대측에서 지어준 천막...
올때 본 최신건물로 지어진 남측 건물과 비교할 때 안봐도
북한 실정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 하다
차는 차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줄을 맞춰 입북 수속을 밟는다
천막뿐 아니라 입북서류 검사대까지 모든게 현대에서 준비 해준것 같다
북측 세관은 볼펜으로 체크만 할 뿐이다
마트에서 천원에 5자루 주는 삼색 볼펜 한 자루를 주면
그렇게 좋아하고 볼펜 지우는 화이트를 주니 신기한 듯 보물처럼 간직한다나~~
그래도 검사만큼은 까탈스럽게 한다
이것마저도 안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것 같은 초조함이 서려있다
들어 올때부터 들려오는 "반갑습니다"는 노래소리를 뒤로 한채...
사진촬영 금지구역이라 촬영하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
이것 보려 오는 관광객도 꽤나 있을듯 싶다 묘한 기분이 든다
예전에 배타고 장전항으로 들어온 사람은 느끼지 못한 주위경치와
군사분계선...너무나 어려보이는 북한군 병사
차는 다시 고성평야를 지나 금강산 온정리로 들어가고 있다
길 양쪽 옆은 여전히 현대에서 시공한 철망이(북한주민은 다닐 수 없는 길) 쳐져있어 북한주민을 통제하고 있고 들판엔 추수를 기다리는 옥수수며 벼가 익어가고 있다
뭔가 알차지 못하고 못먹어 삐쩍 말라 있는 느낌이다
콩밭인지 풀밭인지 분간이 안되리 만큼 관리가 잘 안되어 있고
집단농장에서 일하다가도 버스가 지나가면 모두 일손을 놓고 쉬고 있다(보여주기식)
예외없이 붉은깃발을 든 북한군 병사는 우리를 감시하고 있고....
물론 북한주민도 통제하고 있는 모습이 차창을 통해 보인다
이 길다란 버스 행열을 보면서 과연 북한주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관광특구 온정리에 도착하니 비는 계속 내리고 차와 사람들로 온통 뒤죽박죽이다
가이드가 모자라 한 사람이 차 두대를 맞는가 하며 세존봉 코스는 비 땜에 취소되고
오전에 구룡연과 상팔담 오후엔 삼일포로 가잔다 근데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점심을 먹을려면 오후 삼일포 관광을 포기해야 한다나...
다시 오전 구룡연 오후엔 자비로 온천 및 교예공연을 보는것으로 결정되었다
버스를 갈아타고 구룡연 산행으로 출발~~
조금 오르니 사진으로 눈에 익은 목란관이 보인다
오늘 따라 뒷산하에 피어오르는 운무와 함께 경치가 가히 환상적이다
연주담
오르는 계곡마다 감탄을 연발하고 옥류담과 연주담을 지나니
비봉폭포가 산행로 건너편 산꼭대기에서 하얀 물줄기를 자랑하며
힘차게 쏟아지고 있다
비도 그치고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 무대바위도 지나고
흔들다리를 몇개를 지나고 구룡폭포가 보인다 구룡폭포앞엔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관폭정이 세워져 있고
관폭정에 앉아 구룡연폭포를 보니 과연 천하명산 금강산이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물줄기가 떨어지자 물안개와 함께 피어오르는 폭포는 운무속으로
솟구치며 승천하는 한마리의 용으로 변신하는것 같다
이처럼 물을 가까이 두고 계곡과 바위와 소나무가 운무와 함께
어울린 산야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금강산 바위는수줍은 여인네의 속살마냥 하이얀 화강암 석질이다
단단하면서도~~~
지금 이글을 쓰는 이 시간도 금강산의 구룡연 계곡이 눈에 아른거린다
금강산 오기전 언론에서 보도된 걸 보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금강산 그래서 되도록이면 북한 안내원과는 말을 붙이지 않기로 했는데
아니! 먼저 말을 걸어온다
세상 많이 변했고 또 변하고 있는것 같다 얼핏 자세히 보니
아직도 죽은 김일성 뱃지를 달고 있는걸 보니 당원인 것 같다
하기사 열성당원이 아니면 여기에 있을리 만무하지....
상팔담을 보기위해 온길을 다시 중간쯤 내려와 가파른 길을 다른 방향으로 다시올라
상팔담에 오르니 아름다운 8개의 담소가 구룡폭포위에 위치해서
상팔담이라고 한다는 내용이 돌에 새겨져 있다
상팔담을 보고 내려오니 어제만 해도 구룡연 폭포수량이 반밖에 안되고 139M높이의
비봉폭포는 물이 찔찔거리며 내렸는데
간밤에 비로 이렇게 계곡물이 많아 장관을 이룬다니
오늘 관광객은 복을 받았다고 가이드는 말한다
내려오는 길에 목란관에서 막걸리와 금강산 동동주(\3000)로 한잔하니
그 상큼한 맛에 천하에 부러울것이 없다 그것도 천하제일의 금강산에서....
점심은 광개토 한식점에서 버섯전골로 하고 오후 온천후에 교예공연($30)을 보고
숙소로향했다
이틀째
아침 모닝콜 소리에 잠이 깨어 세수하고 화장하고 급히 아침밥을 먹고
집결지에 모여 이틀째 일정을 듣는다
만물상조와 해금강 삼일포 조로 나뉘었는데 나는 만물상팀으로 선택해서 버스에 올랐다
다 보고는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게 있는가
날씨는 비도 그치고 기분좋게 산행에 오르는데 갑자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삼선암에 도착하니 북한 안내원이 삼선암 설명에 여념이 없었지만
빨리 올라가야 된다는 압박감에 설명을 뒤로한 채 귀면암을 바라보며 산행에 오르니 칠층암
오른쪽으로 칠층암의 귀암괴석이 감탄을 연발케한다
비옷을 입고 철계단을 오르며 "안개야 조금만 참아다오"하는
기도의 마음으로 천성대아래 정자까지 올랐는데 간절한 기도는
효과도 없이 온 산이 안개로 자욱하고 바로 앞에 있는 광경만 볼 수 있다
그래도 내친김에 만물상 정상까지는 가야될 것 같아서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망양대를 향해서 가파른
철계단과 오르막을 오르며 가픈 숨을 복식 호흡으로 몰아쉬며 간간히 보이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위로를 받으며
드디어 망양대에 도착했다
웅장한 바위들의 향연 아!~~ 너무나 아름다운데 저 멀리를 볼 수가 없다
안타깝지만 바로 눈앞에 펼쳐진 한 폭의 멋진 그림같은
산수화에 만족 할 수 밖에~~
추억을 남기기 위해 아름다운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하산하니 우리 일행들은 그제야 올라오고 있다
하산하여 귀면암 뒤쪽에서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만물상 산행을 우중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점심을 현대비취호텔에서 먹게되어 장전항도 볼 수 있었고
장전항 가는길에 북한 주민들 지나 다니는것도 볼 수 있었는데
한결같이 자전거 행렬 유일한 교통수단인 것 같다 거기다 번호판을 달고...
얼굴엔 화장끼 하나 없는 거무티티한 모습 비쩍 마르고 깡마른 작은키...
집단마을 자체 색깔이 시커먼 어두운색에 하나씩 연기가 피어 오른다
굴뚝연기 한개에 한 가구란다
황량한것이 꼭 사람이 살지 않는 집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도 나무로 취사를 해결하니 주위산들이 헐벗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남북 협동농장도 보이고 (영농지도용)
다시 출입국 사무소
이별을 노래하는 구슬픈 노래" 잘가시라~다시 만나요~"가 울려퍼지는데
또 디카 사진 사건이 터진다
22호차에서만(우리 앞차) 두번째다 기념으로 두아이 목에 걸은 출입증을
찍은 모양인데 이것도 규정 위반이란다
참! 웃끼는 동네다
실랑이를 하고 아줌마가 오는데 훈방조치란다 근데 하는 말이 걸작이다
아줌마 같은 사람때문에 북남통일이 안된다나 말 잘못해도 사진 잘못 찍어도
산에 오줌누고 침 뱉아도 무조건 벌금이다
사진촬영금지 구역에서 정보누출때문이라면 찍다가 걸린 디카칩만
당연히 압수하면 될것을 디카까지 같이 압수다 벌금도 내고~~~
이윽고 차는 출발하여 군사 분계선을 넘자 가로등 색깔이 다르고
산야는 더욱 푸르고 하늘은 더욱 높게 보인다
초병을 서는 국군을 보니 그렇게 늠름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일국 2체제 관광특구 온정각은 남쪽 현대아산시다
이런 현대아산시가 많이 만들어져야 북한은 경제적으로 살아 남을수 있을 것이다
그냥 슬쩍 지나가 봤는데도 북한의 모든 경제는 불능 그 자체다
전문가가 아닌 내 눈에도 그리 보인다
북한은 더 이상 개방을 미룰 수 없는 막바지에 도달한 느낌이다
10월의 남북 회담이 잘 되리라 믿고 싶고 멀잖아 통일도 가까워질 것이다
이번 금강산 여행은 금강산 그 자체 보다도 더 많은 것을 보고듣고 느끼고 왔다
2007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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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풀피리닌! 감동입니다.
구구절절이 자세하게 사진과 세밀하게
적어 놓은 글 정말 멋진 플피리님 이십니다.
금강산에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가본 사람처럼
이야기 나눌수 있도록 자세하게 올려 놓았어요.
풀피리님! 자주 들어와서 구경하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언제나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며 평화안에서
기쁨과 감사가 그치지 않는 행복을 누리세요!
날마다 파이팅입니다~!!!
저도 금강산 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