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이다 / 김락향
밭고랑에 비닐이 뒤척인다
뒤척이는 소리에 마른 나뭇잎 뒤척이고
박주가리 덩굴이 뒤척인다
잠잘 때는 물론이고
가만히 앉아 책 읽다가 나도 몇 번이고 뒤척인다
내 뒤척임에 책장도 뒤척이고
소파도 뒤척인다
허공이 뒤척이는 것은 새의 날갯짓 때문이고
바다가 뒤척이는 것은 물고기 때문이다
잠들지 않은 모든 생물의 눈빛으로 하여금
뒤척이느라 별은 반짝이고
달은 매일 체위가 달라진다
뒤척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흐름이나
어쩔 수 없이 스미는 그 무엇이나
미세한 금이 가슴 한쪽으로 치우쳐서다
그 치우침의 무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척이는 것이다
- <에움길> 시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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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락향 시인
뒤척이다
김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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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
24.03.24 21:2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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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뒤척이느라 별은 반짝이고
달은 매일 체위가 달라진다
뒤척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흐름이나
어쩔 수 없이 스미는 그 무엇이나
미세한 금이 가슴 한쪽으로 치우쳐서다
그 치우침의 무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척이는 것이다
ㅡ김낙향선생님
깊은 사유의 시상입니디ㅡ
뒤척인다는 것ᆢ살아있음의 표상입니다
정체된 것들은 퇴화하고
사라지니까요
오늘도 뒤척이며 하루를 엽니다
좋은시 감사하는 아침입니다.~~
세상이 온통 뒤척입니다.
108 번뇌로 뒤척이든 그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뒤척인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의미하니,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同病相憐이랄까? 공감을 하며 잘 읽었습니다.
뒤척이다 보면 많은 상상을 하게 되지요.
정성어린 글에 머무르다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건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