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리고개~387.5m봉~343.6m봉~556.9m봉~개미산~
~박석고개~159.9m봉~영평천/한탄강합수점
여태 해오던 화요일 산행을 하루 앞 당겨 월요일 하기로 한 산행일이다.화요일은 비 예보가
일찌감치 내려진 상황이라 불순한 일기의 우중 산행을 염려하여 예보에 따라 산행 날짜를
미리 바꾼 것이다.상현과 나, 둘 만의 산행이니 그와 나만 통하면 날짜 바꾸는 건 여반장
아닌가.그리고 왕방지맥 세 번째 구간의 최종 마무리 구간은 칠월리 고개에서 지맥의 최종
날머리인 한탄강과 영평천의 합수머리인 언저리까지인데, 산행거리는 다른 구간에 비하면
비교적 좀 짧다.그러므로 다른 때처럼 꼭두새벽에 출발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느지막한
시간인 8시30분에 반포의 고속버스 터미널발 철원(동송)행(포천5800원) 고속버스를 이용
하기로 한다.
다른 산행 날에 비하면 한낮처럼 아침 해가 이마까지 치닫는 때 집을 나선다.서울의 심장부
인 반포의 고속버스터미널이 가까워질수록 그동안 헐겁던 전철 안의 인총은 점점 더 바글
거린다.바글거림의 비등점이 최고치에 다다를 무렵,이수역과 내방역을 거친 뒤에 곧바로
닿게 되는 역이 고속버스터미널역이다.흰개미집처럼 지하의 땅 속은 성냥갑만 한 상점과
카페, 식당 등이 개미집처럼 오밀조밀하고,지상에는 높다란 건물들이 정글의 밀림처럼
울창하게 우거져 있으며,터미널 역사는 인총으로 바글거리고, 그 주변도로는 마치 자동차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칠월리고개의 은행나무
그러나 44인승의 고속버스 안은 상현과 나를 포함하여 대여섯 뿐으로 매우 호젓하다.도시
의 바깥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아닌가.대여섯을 태운 버스는 짐이 꽤나 가벼웠나보다.
3,4십분만에 포천버스터미널에 승객들을 부려놓고 다시 다음 행선지로 부리나케 꽁지를
감춘다.포천에서는 오늘의 들머리인 칠월리 고개를 갈 수 있는 버스시간이 3,4십분 뒤에나
있다.아침녁의 황금시간을 맥없이 소비하기 싫은 우리는 택시를 불러타고 잽싸게 칠월리
고개에 다다르게 된다.고속버스터미널을 출발한지 1시간 반이 채 안 걸린 즈음이다(9시57분).
해발256m의 칠월리고개의 고갯마루 북쪽 길섶에는 '청산고개 쉼터'라는 식당과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다.그곳에서 칠월리 마을 쪽으로 50여 미터쯤 이동을 하면 첫 번째 농가 직전
에서 우측의 오르막 수렛길이 있는 데,그곳으로부터 지맥의 산행은 시작이 된다.자드락밭의
밭둑 역할까지 하는 수렛길은 폭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칠월리 부락의 신목처럼 여겨
지는 해묵은 한 그루의 은행나무 앞으로 이어진다.평화스러운 풍경의 칠월리 부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은행나무를 뒤로하면 전주이가의 묘역이고,그 묘역의 곁을 지나면 지맥의 등성잇
길이 산객을 기다린다.
잣나무 숲길
지맥의 등성잇길은 임도나 다를 게 없이 널찍하다.그리고 숲은 꺽다리 잣나무들이 울창하고
잣향기가 은은하게 묻어나는 산길에는 다갈색의 솔가리가 카펫처럼 마춤맞게 깔려 있다.
임도나 다를 게 없는 산길은 얼마 전 사초를 마친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류가의 묘지 옆을
거치며 오르막 산길로 접어든다.다갈색의 가랑잎은 수북하고 간벌목들과 마들가리 등이
널려 있는 넙데데한 봉우리를 지나고 아름드리 노송 두어 그루와 신갈나무 등의 접시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멧부리를 차례로 넘어서면 산길은 다시 꺽다리 잣나무들이 울창한 숲
이다.
한 차례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고, 다시 한 번 완만한 오르막을 올려치면 붕긋한 멧부리가
기다리는데,이 봉우리가 해발387.5m봉이고, 정수리 한복판에는 삼각점(포천415)을 갖추고
있는 삼각점봉이기도 하다(10시21분).비교적 어린 활엽수목들로 둘러싸인 붕긋한 387.5m
의 삼각점봉을 뒤로하고 7,8분 발걸음을 재우치면 거대한 송전철탑의 곁이고, 그곳을 지나면
산길 우측 나무가지 사이로 '아도니스 골프장'의 바나나 모양의 연두빛 필드가 눈에 들어온다.
임도나 다를 게 없는 산길은 머지않아 널찍한 공터 한켠에 세워놓은,데크로 꾸며진 전망대겸
정자로 안내가 되는데,그 정자의 붉은 사각 뿔 모양의 지붕은 바람(?)에 뜯겨져 나가 그 옆에
정중히 모셔져 있고, 정자의 나머지 부분만 빙충맞은 표정으로 덩그렇다.
해발387.5m의 삼각점봉
삐걱거리는 데크계단을 거쳐 정자에 오르니 해가 떠오르는 쪽으로 시야가 시원스럽다.
이곳에서 지맥의 산길은 곧장 꼬리를 무는 임도를 그냥 따르면 된다.좌측 저멀리 종현산이
우뚝하다.임도를 100미터쯤 따르다가 임도를 벗어나 우측의 내리막 숲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내리받잇길은 이내 오르막의 산길로 이어지면서 숲 속에 은신하고 있는 군부대
의 벙커의 곁을 지나면 곧바로 잡목들로 둘러싸인 넙데데한 멧부리로 산객을 안내한다.
해발343.6m봉이다(10시50분).343.6m봉 정수리 한복판에도 삼각점(포천414)을 갖추고
있는 삼각점봉이다.
343.6m의 삼각점봉을 넘어서면 산길은 다갈색의 가랑잎이 좀 더 수북하고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의 그늘은 깊숙하다.그러한 활엽수목들의 울창한 숲길은 깊숙한 그늘의
붕긋한,고만고만한 높이에 모양새도 어금지금한 멧부리를 두어 차례 넘어선다.그런 뒤
넉넉한 말안장 같은 안부를 거치면 맞닥드리게 되는 오르막 치받잇길은 울퉁불퉁한 크고
작은 바위들이 줄을 잇는 비탈이다.울퉁불퉁한 바위들과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한
오르막은 산사면을 이리저리 통행할 수 있는 군사용의 교통호와 방어진지,그리고 은밀하게
은신하고 있는 벙터 등의 곁을 지나며 꼬리를 잇는다.
연신 팥죽땀을 훔쳐가며 헐떡헐떡 가파른 오르막을 짓쳐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해발556.9m봉이다(11시26분).556.9m의 봉긋한 정수리의 땅 밑에는 벙커가 차지하고 있으며,
정수리 한구석에는 1m쯤의 높이로 굴뚝 같은 벙커의 환기통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간식을 입에 넣는다.556.9m봉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교통호와 방어진지
의 내리막은 엄장한 허우대의 바위구간으로 꼬리를 잇는다.뾰죽뾰죽 날카로운 모양새의
거대한 바위들 사이로 이어지는 산길은 바위틈새에 은신한,네모난 총안(銃眼)겸 감시구의
벙커 앞으로 이어진다.
해발556.9m봉을 그렇게 넘어서면 산길은 다소 부드럽게 꼬리를 잇는다.그러나 산길
주변의 행색은 여전하게 군부대의 교통호와 방어진지,그리고 벙커 등의 시설물들이
꼬리를 무는 산길이다.대부분의 교통호와 방어진지 등은 크고 작은 돌들로 촘촘하게
마감이 되어 있어 비교적 다그지게 구축이 되어 있는 느낌이다.이러한 군부대의 시설물
들이 줄을 잇는 산길은 크고 작은 바위들과 너럭바위 등의 해발485.5m의 전망바위로
산객을 아금받게 안내한다(11시56분).
바위구간
여태껏 지나온 지맥의 산줄기가 눈에 들어오고 해가 저무는 서쪽 편으로 우뚝한 종현산도
한눈에 들어온다.485.5m봉을 뒤로하는 내리받잇길도 군부대의 공격과 방어의 시설들이
줄을 잇는다.아름드리 굴참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엄부렁한 넙데데한 봉우리를 넘어
서면 흰색 바탕의 네모난 입간판이 앞을 막아선다.이 지역은 군부대의 폭발물처리장으로
산채 채취및 폭발물(불발탄 포함) 고철수입을 위한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하다는 내용의
경고가 담겨 있는 인근 군부대장 명의의 입간판이다.
인근 군부대장 명의의 경고 입간판을 뒤로하면 넙데데한 봉우리로 이어지는 데,넙데데한
봉우리 한켠에는 1.5미터쯤 높이의 벙커 환기통이 굴뚝처럼 고개를 내밀고 있다.이곳
붕긋한 봉우리 지하에도 벙커가 은신하고 있는 모양이다.해발426.6m봉이다(12시5분).
426.6m봉을 넘어서면 맞은 편 저만치 해발447.2m의 개미산이 우뚝하고, 그 뒤편 저멀리
전곡읍 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개미산으로 이어지는 지맥의 등성잇길은
방화선이 길게 쳐 있다.
개미산 전경
방화선의 산길은 울퉁불퉁한 바윗길이 거지반이다.방화선 산길이라고 한눈을 함부로
팔다가는 횡액을 피할 수 없다.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방화선의 산길을 10분여 발걸음을
하면 가파른 오르막이고 오르막을 5분여 짓쳐 올려치면 군부대의 울타리가 기다린다.
군부대 울타리를 우측으로 끼고 수긋하게 발걸음을 하면 봉긋한 멧부리에 이르게 되는데,
이 멧부리가 해발447.2m의 개미산 정상이다(12시25분).정수리에는 이곳이 정상임을
알리는 표석이나 시그널이 하나도 없으며 무슨 용도로 사용했었던 곳인지 잡목과 잡풀들이
차지하고 있는 움푹한 구덩이가 한 군데 있을 뿐이다.
개미산 정상을 뒤로하면 여지껏 우측으로 끼고 있는 군부대 울타리 안으로 지맥의 산길은
이어지는데, 울타리에는 마춤맞게 출입문이 하나 있다.더군다나 문까지 활짝 열려 있으니
출입에는 문제가 없다.울타리 안으로 들어서고부터도 군부대의 시설물들은 여전하게
널려 있다.한차례 붕긋한 멧부리에 오르니 앞으로 이어지는 지맥의 끝자락까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편으로는 전곡읍 시가지가 좀 더 앞으로 다가서 있다.교통호와 방어진지
그리고 이따금 벙커 등의 군부대 시설물들의 사이로 이어지는 지맥은 불끈불끈 멧부리를
솟구치지 못하고 나지막하게만 자락을 이어나간다.
박석고개
벌건 황토의 맨 땅이 드러난 헬기장을 가로지르고, 검은 차광망으로 총안을 가린 벙커가
은신하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골리앗 덩치의 송전철탑의 곁으로 지맥은 꼬리를
잇는다.완만한 내리받잇길 주변으로 국방색의 모랫자루를 이용한 방어진지가 군데군데
보이고, 꺽다리 잣나무 숲을 거치면 이번에는 폐타이어를 이용한 교통호와 방어진지,그리고
벙커 등의 군시설물들이 뒤를 잇는다.그러한 군시설물들이 널려있는 사이를 거쳐 전주이가의
묘역을 가로지르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도로가 엇갈리는 사거리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드리운다(13시14분).
전곡읍과 포천시 영중면 쪽 사이를 잇는 37번 국도와 연천군 청산면 방면과 포천시 창수면
쪽 사이를 잇는 372번 지방도로가 서로 X자로 엇갈리는 사거리,박석고개 사거리다.이곳에서
지맥의 산길은 사거리 건너 편의 '청백마루'라는 이름의 2층 건물의 식당 좌측의 산기슭에
터전을 마련한 파평윤가의 묘역을 가로지르며 꼬리를 잇는다.이러저러한 석물과 빗돌들이
마치 석재물 가게처럼 널려있는 비탈의 묘역을 뒤로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짓쳐 올려치면
이번에도 군부대의 울타리가 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별 수없이 군부대의 울타리를 우측에 끼고 발걸음을 재촉하면 머지않아 군부대의 울타리는
등 뒤로 방향을 돌리게 되는데,그쯤에서 곧바로 오르막을 올려치면 잡목들로 둘로싸인 붕긋
한 멧부리가 산객을 기다린다.해발159.9m봉이다(13시34분).다갈색의 가랑잎은 수북하고
잡목들은 주위를 둘러싸고 잇는 159.9m봉을 뒤로하면 솔가리가 푹신한 잣나무 숲이 뒤를
잇는다.잣나무 숲은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의 숲으로 이어지고, 폐타이어를 이용한
교통호와 방어진지 등의 군시설물들은 여전하게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런 뒤에 산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는 아스콘 포장도로로 자락을 드리운다.영평천 변의
백의리(우측) 쪽과 궁평리(좌측) 방면 사이를 잇는 좁다란 아스콘 포장도로다.이곳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으로 3,4십미터쯤 발품을 더하면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 갈림길에서는 우측의 임도로 접어들어야 한다.임도는 머지않아 교통호와 방어진지,
그리고 벙커 등을 거치면 더 이상 발걸음을 할 수 없는 영평천 변에 이르게 된다.군시설물
들 좌측으로 영평천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내리받잇길을 내려서면 영평천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기다리는데, 6.25 때 파괴된 것으로 여겨지는 다리는 다리 상판은 모두 사라지고
콘크리트 교각도 그나마 절반쯤만 남아있는,상처투성이 그대로 남아있다.이쯤이 왕방지맥
의 최종 날머리다(14시3분).
왕방지맥의 최종 날머리(영평천)
왕방지맥의 최종 날머리인 이곳에서 파괴된 다리 건너 쪽으로는 아우라지 나루가 있고,
명성지맥의 날머리 산자락이다.왕방지맥과 명성지맥의 최종 날머리 산자락이 영평천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더 이상 발걸음을 할 수 없는 영평천 변에서 발걸음
을 돌려 아스콘 포장도로를 따라 10분여 발품을 보태면 청산면 보건지소 앞이고,보건지소
좌측 편은 참수리부대 정문이다.이쯤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택시를 부른다.
택시를 타고 부리나케 전곡버스터미널로, 터미널 근방의 막국수집에서 시원하고 맛 난
막국수로 허기를 다스리고,막국수에 곁들여 나오는 손바닥만한 떡갈비에 탁주 한 병씩을
상현과 나는 공평하게 나누어 마신 다음, 동두천과 전곡 사이를 연락부절하는 버스로부터
귀경의 여정은 비로소 시작이 된다.(산행거리;13km. 소요시간;4시간20분)
(2019,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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