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중용 인간의 맛'
김용옥 선생의 책을 읽는 최고의 즐거움은 서문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고마운 글쓰기이다. 중용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天明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
천이 명하는 것 그것을 일컬어 성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
그것을 일컬어 도라 하고, 도를 닦는 것 그것을 일컬어 교라고 한다."
도올 김용옥, '중용
인간의 맛' 제 1 장
이렇게 중용 본문과 그 번역과 해석이 자상하고
절실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그 최고의 미덕은 '근사(近思)', 가까운 데서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의 출발은 내가 처한 사회 현실이나
부모 자식 형제 같은 가족의 문제 따위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진실하고 효과적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거기서 더 나아가서 모든 생각을
우리의 '몸'에서부터 출발하자고 한다.
몸을 근거로 몸에서 시작해서 몸으로 돌아오는 '몸철학'을 주창한다.
김용옥 선생은 처음에는 자기의 철학을 '기철학'이라고 불렀다가 곧 '몸철학'이라고 부른다.
기의 작용이 가장 생동하게 구현되는 곳이 바로
몸이라는 것이다.
아직 중용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 '중용 인간의 맛'을 단지 한
번 읽었을 뿐이다.
그런데, 도올
선생은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기독교의 찬송가 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이다. 그의 사상 곳곳에는 그가 겪은 '삶과 기독교', '진리와 기독교'의 갈등과
고뇌의 핏방울이 선연하게 묻어 있다.
'중용 인간의 맛'에서
그 처절한 사상의 사투의 편린을 만나게 되고 같이 고뇌하고 같이 풀어가면서 어느덧 나의 사상도 건강해진다.
이것이야말로 도올 선생이 한국 국민들에게 간곡하게
주고 싶은 열매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그 건강의 수혜자니까.
'중용 인간의 맛' 제 33장, 중용 본문의 종장.
중용 제 33장은
이렇게 끝맺는다.
'上天之載 無聲無臭 至矣(상천지재 무성무취 지의)"
"문왕을 찬양하는 노래에,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라!'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 표현이야말로 더이상 비교할 바 없이 지극하다
할 것이다."
중용 인간의 맛 제
33 장 중에 보이는 사진, 인수봉
도올 선생의 책이 다 그렇듯이 '중용 인간의 맛'에도 사진이 많다.
북한산 인수봉의 영험스러운 모습은 저절로 마음을
경허롭게 한다.
인수봉(仁壽峰)이라는 이름 자체가 공자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중용 인간의 맛'의
후기는 간략하다. 감정을 배제하고 공부에 필요한 조언으로 끝난다.
'중용 인간의 맛'은 "아름다운 우리말 중용을 독송합시다"라는 아름다운 장이 선물로
덧붙여져 있다.
소리내어 읽는다는 것은 기도와 같다. 뜻도 모르면서 불경을 읽어서 깊은 신심에 도달한 불자가 많고
찬송가만 매일 불러서 기쁨을 누리는 기독교 신자가
많다. 한문으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도올 선생의 번역으로 중용을
소리내어 읽은 것도 기쁨이고 복일 것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을 그림 보듯이 넘겨 보았다.
시간을 내지 못하고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면서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