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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현장대장정 중간의 길목에서
김장호 /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3월 26일 인천 인력시장에서 첫발을 띤 2007년 민주노총 현장대장정이 이제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현장대장정은 지역단위로 일주일씩 진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경남, 경기는 총연맹의 판단으로 2주일간이다.
현재 인천(3/26~31), 경북(4/9~14), 대구(4/23~28), 경남(4/28~5/12), 광주(5/14~20), 울산(5/21~26), 전북(5/28~6/2), 강원(6/11~16), 서울(6/18~23), 충북(7/2~7), 경기(7/9~13), 전남(7/16~21), 제주(7/23~27)까지 진행하였고, 경기(8/6~11), 부산(8/13~18), 충남(8/20~25), 대전(8/27~9/1) 일정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장대장정은 수행팀으로 총연맹 실장 1인과 사무총국 성원들이 결합하고 있고, 지역본부장의 책임 하에 진행하고 있으며, 총연맹 부위원장, 주요 연맹임원들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장대장정은 현장방문이 기본이지만, 간부토론회, 체육행사, 장애인시설, 산재환자들이 누워있는 병원, 열사 유가족 방문,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민주노총-농민회 자매결연사업, 공고생-대학생 강연회, 주요 언론사와 인터뷰, 기자회견, 지방자치단체장 면담 등 다양하게 진행된다.
2~3시간 쪽잠을 자며 진행하는 살인적 일정이다. 그러나 위원장을 비롯하여 수행팀 모두 현장의 조합원을 만나면 또다시 새로운 힘이 솟구친다며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왜 현장대장정인가
현장대장정은 조합원이 민주노총의 주인이나 민주노총과 현장조합원간의 괴리는 매우 크다는 매우 간단한 사실로부터 제기되었다. 민주노총은 강력한 단결과 연대투쟁을 진행해야 하지만 투쟁동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는 절박성에서 시작되었다.
축구경기로 치자면 골은 계속 들어가는데 우리는 하프라인도 못 넘고 있다는 사실, 단순히 선수교체 몇몇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가 ‘지옥훈련’에 들어가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현장대장정은 조합원 가까이 있는 민주노총, 현장으로 다가가는 민주노총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조합원들 속에서 현장조직력 강화 전망과 방향을 조합원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며, 현장으로부터 단결과 연대의 기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또한 지역본부로 현장의 동력이 모아지고 각 연맹지부, 지회조직의 결합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며, 투쟁사업장 및 단위사업장 현안문제 해결에 복무하고, 민주노총으로의 단결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현장대장정 속에서 가능하다면 모범적 정형을 창출하고 조합원들의 힘과 지혜를 조직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현장대장정을 진행하면 할수록 현장대장정의 필요성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투쟁하는 사업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왜 이제 오셨냐”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단결투쟁을 결의하는 모습이 우리 조합원들의 모습이다. 아래로부터 현장간부들이 준비된 활동가대회를 조직하여 단순히 민주노총에 대해 이러저런 요구를 할 뿐만 아니라 자기전선과 민주노총의 총전선을 사수하겠다는 결의대회가 진행되는 지역도 있었다.
시민사회단체 지도자들과 민주노총의 역할과 연대와 단결투쟁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이 진행되고, 민주노총의 투쟁방식의 혁신과 강화에 대한 제안이 오고가기도 하였다.
현장대장정의 성과는 무엇인가
현장대장정에 대해 그 의의와 성과에 대해서 한 마디로 말하기는 솔직히 힘들다. 처음 해본 일이기도 하거니와 민주노총 위원장이 만나본 조합원들의 요구와 현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몇 가지 성과를 간단히 살펴본다면, 현장대장정은 무엇보다 조합원 대중의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총연맹 위원장이 직접 단위현장을 방문하여 조합원을 지지, 격려하며 고충과 의견을 보고 듣고 소통하는 과정이었으며, 그 자체가 전국의 조합원, 간부들에게 조직에 대한 주인의식,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 투쟁에 대한 결의 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현장대장정 어느 곳이든 “민주노총의 주인은 바로 조합원 동지들입니다”, “민주노총은 서울 영등포 대영빌딩이나 지역본부 사무실이 아니라, 조합원이 계시는 바로 이곳이 민주노총입니다”, “여러분이 싸워서 이겨야 민주노총이 이기는 것입니다”라는 민주노총 위원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쑥스러워하면서도 “민주노총이 잘해야 한다”, “여기까지 와 주어서 고맙다”, “현장은 어려우나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는 화답이 오고 있다. 현장은 어려우나 살아있었다.
특히 중소영세사업장 방문을 통해 대공장중심의 민주노총 구조 속에서 중소영세사업장 조합원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그 동지들과 함께 할 때에만 민주노총의 발전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현장체험 등을 통해 조합원의 어려움을 알아주고 함께 하는 민주노총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소외된 산재노동자, 비정규직, 열사 유족 등을 직접 찾아가고, 1노조 1농민회 자매결연 사업 등을 통해 노동자-농민 연대를 확산시켜 나가며, 노동운동의 사회정치적 연대성, 사회적 위상 강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현장대장정의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민주노총 혁신과 발전의 출발점은 ‘현장’이며, 종착역도 ‘현장’이라는 강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과 괴리된 민주노총을 극복하고 민주노총의 현장성을 강화하는 주요한 계기이다. 간부중심의 사업관행과 기풍을 혁신하고 현장지향성, 현장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현장으로 찾아가고 내려가는 사업기풍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장대장정을 통하여 지역본부, 산별연맹과 단위사업장의 결합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특히 지역본부의 어려운 환경과 조건이 생생하게 총연맹 중앙에 직접 전달되었고, 비록 제한된 범위이지만 전교조, 사무금융연맹,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일부 산별연맹 지도부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산업별 차이를 뛰어넘기 위한 소통과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하였다.
다양한 조직혁신 과제가 제기된 것도 중요한 성과의 하나이다. 물론 민주노총 조직혁신의 과제가 어제오늘에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현장의 목소리로 현장과 함께 조직혁신의 과제를 공유하며 모아나가는 과정은 또 새로운 점이다.
진보진영내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적 고립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던 점도 놓칠 수 없는 성과이다. 노무현정권과 자본, 수구언론의 민주노총에 대한 도덕성, 현장성 등에 대한 공격에 의해 민주노총을 백안시하던 시각에 대해 내부혁신의 진정성을 대내외에 드러내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 현장대장정을 통해 민주노총의 변화 모색과정을 대내외에 알려냄으로써 민주노총의 진보성, 운동성, 대중성에 대한 사회적 우호여론이 형성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현장대장정은 민주노총의 각급 지도집행력이 단순히 상층, 상급이 아니라 현장을 재조직하고 현장에 복무하는 조합원 중심의 사업관점, 사업체계, 사업방식과 작풍을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장대장정 진행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무엇인가
민주노총이 간헐적으로 집중적인 현장순회사업은 해 보았지만, 이렇게 위원장이 직접 6개월 이상 전력을 투구하며 현장대장정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진행상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우선 총연맹 내부에서조차도 일정한 혼선이 있었다. 현장대장정 시기에 제기되는 중앙투쟁과 각종 여러 현안과 과제에 대한 임원 상호간의 역할분담, 단결력 보장 등 중앙지도부의 대응력에 일정한 한계가 나타났다.
또한 산별연맹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산업업종별 상호 이해와 동지애를 높이고자 하였으나, 전반적인 참석률이 높지 못하였다. 산별연맹의 적극적인 참여의지 부족, 총연맹 집행부 차원의 조직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수립 부족 등으로 인해 지역본부 중심의 현장대장정에 머무르고 있다. 조직화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역으로 가면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간부활동가중심의 조직운영 기풍, 관성에 젖은 업무처리 시스템, 현장대장정 자체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해, 지역별 편차가 여실히 드러나고 지역본부, 단위사업장 노조 강화의 계기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나타났다. 총연맹 내부를 놓고 보아도 관성과 타성에 젖은 사업기풍으로 인해 준비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당장 집행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현장대장정 중앙기획단의 역할과 기능을 전투적으로 높이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로 인해 수행팀 준비과정을 조직적으로 점검하지 못한다거나 대장정 진행과정에서 제기된 개선과제들이 제때에 해결되지도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조직혁신운동 등과 연결하여 전조직적인 새로운 변화를 추동하지 못하는 문제 등이 나타났다.
현장대장정과 현안 과제의 상호관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인 혼선이 발생하였다.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대장정 일정을 조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과 오해가 발생한 것은, 현장대장정의 중요성에 대한 조직 내 이해정도의 차이가 근본원인이라 할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떠했나
현장대장정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질문과 답이 다 들어가 있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일 것이다. 현장에서 제기된 민주노총의 혁신과제는 현재 집중분석중이며, 백서로 발간하고 중집, 중앙위,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직적으로 공유하고 해결책을 마련해갈 예정이다. 현장대장정 과정에서 제기된 과제들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은 과제로 하더라도 당장 거칠게 정리해 보면 평소 조합원들과 간부들이 느껴왔던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무엇보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투쟁지침 남발 문제가 가장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과다한 간부중심의 중앙 상경투쟁지침, 총파업 전술 남발 문제, 교육선전사업의 부족으로 인한 조합원과의 괴리, 금속노조 중심의 투쟁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장 많았다.
지역본부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조직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도 매우 강하게 제기되었다. 재정, 인력 운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과다한 회의 소집이라든가, 과다한 투쟁지침, 산별노조시대에 지역본부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대책수립이 절실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현장조직력 강화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현장과 지역으로 찾아가는 교육사업이 절실하다는 것이며, 현장투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일상적인 현장활동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민주노총 조직운영 전반의 개선점도 다양하게 제기되었다. 정파간의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결정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각종 회의 무산에 대한 강력한 대책 수립, 규율위원회 정상화를 통한 내부비리, 조직 내 갈등 해결장치 마련, 결정만 있고 집행을 책임지지 않는 민주노총 조직운영의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또한 고용보험기금 사용, 의무금 인상 및 정율제, 정부보조금 사용원칙 기준 수립 등 종합적인 재정혁신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제기, 장기투쟁사업장 재정지원대책의 필요성, 중앙의 각종 지침의 가맹조직과 산하조직의 명확한 구분, 구체적인 대상과 조직화 방법 등을 고려한 지침 수립 등의 문제, 공무원노조 문제 해결, 비정규직 차별해소센터 설치, 민주노총 사업에서 괴리된 사업장 간부간담회 개최, 중요 사안에 대한 조합원 직접투표 실시, 조직관리체계 전면 개선 등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많은 과제가 제기되었다.
이 외에 민주노총의 전략적인 사업과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높았다.
더 정리해야겠지만 나온 이야기들만 열거해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삼성 등 무노조사업장 대책, 현대중공업 등 어용노조 민주화대책, 비정규 50억기금 강력 집행 대책, 비정규기금 사용원칙과 방식을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 요구, 한국진보연대 건설, 1노조 1농민회 자매결연 강화 등 각계각층과의 연대전선 강화를 통해 사회연대적 성격 강화 대책, 정부의 정책수립과정 초기부터 적극 개입하는 전략수립문제, 일반노조운동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과 전망 필요성, 제조산별, 사무직산별 등 산별통합운동과 구획정리 대책, 자동차산업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 전략적인 정책과제 해결, 해외투기자본에 대한 대응책, 장애인 시설 민주화를 위한 총연맹 차원의 법제도 개선 필요, 선원법 개정(제37조 4항) 필요, 택시 최저임금 보장, 자동차 중심의 산재기준 등 민주노총내 산업재해 관련사업이 전면적이지 못한 문제점, IT연맹 등 산업업종별 노정교섭틀 마련, 참교육학부모회에 노동자학부모가 결합하는 문제, 독거노인돕기, 소년소녀가장돕기 등 사회적 약자와 일상적으로 함께할 필요성, 공무원연금 문제 대응, 법원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추진, 조합원이 주체로 참여하는 정치방침, 2007년 연내에 산별전환사업 마무리, 직선제 추진위원회 설치와 시뮬레이션 필요, 노동교과서 제작 및 공교육 개입, 여성비정규직 대책 전면 수립 요구, 부문별 현장대장정을 통해 산업업종별 요구를 수렴해야 할 필요성 등 정책, 조직대응력의 강화사안이 매우 많다.
현장대장정은 계속된다
민주노총에 아무 문제가 없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답을 가지고 있다면 현장대장정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국회 앞에서 몇 백 명 정도 모여서 경찰과 치고 박고하는 것만으로는 어떠한 해답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장대장정은 시작되었다. 조합원이 민주노총과 이 땅의 주인, 역사의 주인이라는 자각으로, 매우 간단하지만 잘 실현되지 않고 있는 ‘조합원 중심, 현장중심’이라는 단순한 운동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현장대장정은 진행되고 있다.
현장대장정은 이제 시작이다. 민주노총은 현장대장정이 특별한 사업이 아니라 현장대장정식 사업으로 난관과 위기를 돌파하고, 기본사업정신과 작풍으로 정립해가는 그 첫 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오해도 있을 수 있고 시행착오도 많지만, 조합원과 현장에 복무하는 현장대장정이 민주노총으로 거듭나는 과정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민주노총 내외에서 함께 해 주기를 거듭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