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공간문학 통권 410호 2024년 1월 제 400회 신인문학상
[심사평]
오늘날에 있어 아동문학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나라의 미래를 걸머지고 나아갈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뿐만 아니라 메말라가는 인간 심성을 순화하기 위해 아동문학의 역할은 중시되어야 하며 그렇기에 보다 치열한 창작 동기 부여가 이뤄져야 한다.
이정은 님의 동시 <사이> 외 4편은 동시의 특질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동심의 세계를 통해 삶의 가치 기준을 찾고자 하며 아울러 가 가치란 인간과 자연 또는 사물을 통해 따뜻한 시선으로 형상화되고 있어 울림이 깊다.
무엇보다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본 피상적인 관찰의 대상으로서의 동시 쓰기가 아닌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시적 대상에 투사하여 형상화하고 있어 당선작으로 선하였다.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 보다 정진하여 동시인으로서 문필을 떨치기 바란다.
[당선 소감]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시간을 돌아봅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행복한 만큼 내 안에 숨어있던 감정들을 마주하며 외롭고 아픈 날들, 시를 읽으며 어린 날의 나를 위로하고 지금의 나에게 용기를 얻습니다. 시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하게 해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올해 풍기로 이사 와 소백동인회 안에서 동심, 깨끗하고 참된 마음을 느끼며 동시를 읽고 쓰고 또 배웠습니다. 동시를 쓰는 시간은 아이들을 돌보듯 저 자신을 돌보는 시간입니다. 이러한 동시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김동억 선생님, 함께 읽고 쓰고 나누는 소백동인회 회원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게 늘 '괜찮아, 충분해!'라고 이야기해 주는 사랑하는 남편 이상한 님, 내 삶에 育兒를 통해 育我를 계속하도록 이끌어주는 두 딸 지유 은유, 그리고 제 주위의 모든 스승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곱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힘껏 땀 흘리며 살면서 정성껏 쓰고 또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정은 (李貞恩)
⚫ 1979년 서울 출생
⚫ 아동문학소백동인회 회원
⚫ 어린이도서연구회 영주지회 회원
사이
이 정 은
깜깜한 밤하늘
둥그런 달님
그 곁에 가만히
별 하나 반짝
달님 한 걸음
별님 한 걸음
달님 이 만큼
별님 이 만큼
서로를 비추는
다정한 사이
서로를 마주한
너와 나 사이
산타 할아버지께
엄마 전화기 속에는
할매 이름 있어요. 어머니 강명숙
할배 이름 있어요. 아버지 조영훈
아빠 이름도 있어요. 여보 조상우
그런데 내 이름은 없어요.
산타할아버지
올해 내 선물은
엄마 전화기 속에
내 이름도 있게 해주세요.
내 딸 조연우
닮았다
사락사락 책장 넘기는 소리
사각사각 사과 깎는 소리
책 속의 글을 천천히 바라보는 눈
사과 한 알 천천히 베어 먹는 입
가만히 생각해보니
책과 사과는 닮았다.
닮은꼴
내가 손을 들면 너도 손을 번쩍
내가 한 걸음 내밀면 너도 한 걸음 성큼
내가 높이 뛰면 질세라 너도 폴짝
내가 털썩 앉으면 더 크게 너도 풀썩
그림자는 따라쟁이, 나만 따라 해
내가 딸기 먹으면 “나도 딸기!”
내가 엄마 안으면 “나도 엄마!”
내가 그림 그리면 “나도 색연필!”
내가 책을 펼치면 너는 어느새 내 곁에
내 동생은 따라쟁이, 나만 따라 해
혼자 있고 싶다고, 그만 따라와!
왜 이렇게 귀찮게 해, 멀리 떨어져!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다.
내 곁에 꼭 붙어 따라다닌다.
그림자와 내 동생은 꼭 닮았다.
겨울 산을 오르면
모든 것이 잠든 겨울 산을 오르면
알게 되지요.
아, 땅도 가만히 겨울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이 고요한 겨울 산을 오르면
알게 되지요.
아, 산새들도 조용히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이 벌거벗은 겨울 산을 오르면
알게 되지요.
아, 잎 떨군 나무들도 새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이 흰 옷 입은 겨울 산을 오르면
알게 되지요,
아, 나는 이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