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부터 18일까지 #ABC = #안나푸르나_베이스_캠프 로 12박 13일의 트레킹을 다녀왔다. 생애 처음 해외 트레킹과 히말라야. 그 기록을 소중히 남겨보려한다.
2~3일 단위로 나누어 올릴 예정이니 길면 읽지 말고 사진만 보시라~:)
▲2025.02.06.목
#안나푸르나_트레킹 1일차
#인천공항 검색대에 기다리는 줄이 길다고 해서 07:00에 만나기로 했지만, 항상 먼저 도착하는 게 습관인 난, 동료가 바래다줘서 해성선배 픽업 후 더 빠르게 06:30 도착. 타이항공은 셀프체크인 시스템이 없어서, 먼저 체크인과 수하물을 부치고, 일행들을 기다리며 환불도 하고 간식 주머니도 나누었다. 각자가 싸온 간식이 어마어마해서 여행기간동안 당뇨에 걸릴 수도...ㅋ. 연휴 후라서인지 체크인 시간 대비 검색대 통과는 순조롭고 빨랐다. 간단한 식사와 커피, 수다로 지루한 보딩 시간까지 화기애애하게 보냈다. 이제 곧 출발!
기내식 불고기그린카레밥이 맛나다. 그래도 곁들인 김치가 없었다면 다 먹진 못했을 듯. 기내식은 역시 한식. ㅎ.
비행 중 본 디즈니 영화 <Wish>, 나라의 안정을 위해 모두의 소원을 결계로 묶어둔 폭군을 물리치고 각자의 소망을 이룬다는 민주주의 예찬 애니메이션. 촛불집회를 보는듯한 뭉클함이! 그래도 서울->방콕 5시간 55분 비행에, 환승대기 4시간 35분에, 방콕->카트만두 3시간 25분은 힘들다.
#카트만두 의 첫인상은 기차역 같은 국제공항과 전선이 마구 얽히고설킨 전봇대들과 극심한 매연! 밤 11시에 호텔 도착해서, 2인 1실로 허순자쌤과 한방을 쓰며 짐 정리하고 씻고 누우니 12시 반.
▲2025.02.07.금
#안나푸르나_트레킹 2일차
아침 4시에 기상해서 마지막 문명의 혜택인 샤워를 하고, 포터가 메기 용이한 카고백으로 짐을 옮기고, 네팔 스타일 컴비네이션 아침식사를 꼭꼭 씹어 먹었다.
6시 40분 국내선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본 #파슈파티나트_사원 에서 네팔 전통 장례절차인 화장을 하는 연기가 솟아올랐고, 서울 가기 전에 꼭 들르기로 맘 먹었다.
포카라행 국내선 공항은 국제선을 준비 중인 듯 지난밤 도착했던 국제선 공항보다 훨씬 넓고 깨끗했다. 몇 년 내에 인천-포카라 직항이 생길 거라는 소식이다. 40인승 경비행기의 소음과 요동은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다. 아니, 그게 아무것도 아닐 만큼 작은 창문을 통해 펼쳐지는 구름 위 우뚝 선 히말라야 산세가 가까워지며 선명해지는 순간들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그 앞에 다가가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 같다. 하늘이 맑다가 순식간에 구름이 끼고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히말라야가 자기의 모습을 부끄러운 듯이 감춘다. 하지만 이미 그 아름다움을 맛본 인간의 탐욕은 그의 부끄러움 앞에서도 멈출 줄을 모른다. 우린 이제 곧 그 대자연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다시 하늘은 청명 그 자체가 되고, #포카라_공항 에 도착한 우리를 반기는 선명한 #마차푸차레 의 #Fishtail 산세는 정말 신비 그 자체였다. 사진 속 그 산이 저렇게 가까이 있다니. 그것도 저리도 선명하게! 모두가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우린 짚차에 4~5명씩 몸을 실었다.
포카라에서 나야풀로 가는 길은 신호등도 없는 도로에 2~3층 정도 되는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집들이 띄엄띄엄 늘어선 중소도시 풍경이었다. 중간중간 도로 공사가 한창이어서 이리저리 코너링을 하는 짚차는 도시 속에서 야성을 내뿜었다.
#나야풀 에 도착해서 미리 와 고도 적응을 하고 있던 노이정쌤 내외를 만나며 서울에선 볼 수 없었던 그들의 맑은 얼굴빛과 표정에 놀랐다. 히말라야의 정기가 좋긴 좋은가보다.
앞으로 트레킹 일정동안 우리의 식사를 도맡아줄 네팔 현지 쿡팀의 달콤한 웰컴쥬스와 각종 채소가 그득한 비빔밥, 한식 반찬은 앞으로의 트레킹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식사 후 귀를 울리는 피리와 나팔, 북소리를 따라 가보니 아랫마을 시장골목에서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남녀아이가 이마에 붉은 점을 찍고 정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가족끼리 정혼하면서 미리 지참금을 받으며 동네잔치를 벌이는 것 같았다. 화려한 휘장과 현란한 음악은 이국적인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고, 우리에게 춤을 추라고 권하기도 했다. 마치 트레킹의 시작을 축하하듯이.
#나야풀_1070M - #비렌탄티_1025M - #팅게퉁가_1540M 까지 우당탕탕 오프로드 경사길 급터닝 질주는 고산으로 올라가는 긴장과 산소부족으로 하품과 졸음이 몰려오면서도 재미있었다. 차 뒷좌석 양 옆의 허쌤과 루리는 차창에 머리를 박으면서도 졸음을 떨쳐내지 못했다. 산소부족이 이렇게 무서운 거다.ㅋ
팅게퉁가에서 처음으로 등산화를 조여 매고 등산스틱을 꺼내 들고 #울레리 까지 1시간 20분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며 마을 돌계단을 통과했다. 히말라야 트레킹에는 돌계단과 흙길이 난제라더니 벌써 숨이 가빠온다. 북한산과 둘레길, 동네 뒷산을 자주 오르며 나름의 트레이닝을 했지만, 실전의 기대와 설레임은 다른 것 같다. 약간의 땀을 흘리고 나니 울레리에 위치한 오늘의 롯지 #마차푸차레_게스트_하우스. 밀크티를 마시고, 짐을 풀고, 고산병에 유의해서 등산 시에는 샤워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신앙 삼아 샤워티슈로 깔끔하게 고양이 샤워를 하고, 자가 설치한 빨랫줄에 입었던 옷을 말리고, 침상을 정리하고, 루리와 수다를 떨고, 겹겹이 펼쳐진 울창한 산과 저 멀찍이 위치한 설산도 바라보고, 현지 멧돼지 보쌈과 각종 야채로 거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각자가 가져온 간식을 일정에 맞게 적당히 나누며 현지 스탭들 것도 챙겨주고, 내일의 계획을 나누었다.
낮엔 13~16도까지 올라가서 반팔이나 긴팔 기능성 티셔츠가 젖게 땀이 나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져 3~5도 이하가 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는 더 떨어질 거란다. 이른 여름부터 겨울까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밤 우린 하늘을 채운 별들과 그렇게도 크고 밝은 북두칠성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