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역사와 개관
주로 남해안 일대에 전승는 민속놀이로, 북쪽으로는 황해도 연백까지 분포되어 있었다. 현재는 전라남도의 해남, 완도, 무안, 진도 등지에서 놀아지고 있다. 강강술래는 우리 나라 여성놀이 중 가장 정서적이며 율동적인 놀이이다. 대개 팔월 한가위 달 밝은 밤에 젊은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손에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며 뛰어 논다.
언제 어떻게 하여 시작되었는지 유래를 알기는 어려우나 고대 부족사회의 공동축제 등과 같은 모임 때 참가자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뛰어 놀던 단순한 형태의 춤이 그 기원이 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삼국지》[동이전(東夷傳)]에는 마한(馬韓) 풍속에 5월과 10월에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사람들이 모여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며 술을 마셨다고 되어 있다. 이 때 수십 명이 함께 춤을 추는데 다같이 함께 일어나 서로 따르며 가락에 맞추어 손발을 맞추며 몸을 높였다 낮췄다 하면서 땅을 밟는다고 하여 원무(圓舞) 자체의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조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의 전술과 결부되어 강강술래 놀이의 뜻이나 내용에 대한 폭이 넓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충무공과 강강술래에 관련되어 전해오는 이야기의 대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명량해전에서 왜적을 무찌를 때 충무공이 거느린 전선(戰船)은 불과 12척이었고, 반면 왜선(倭船)은 350여 척이나 되었다. 중과부적으로 왜적과 맞서기 어렵게 되자 충무공은 아낙네들을 모아 군복을 입히고 수십 명씩 무리를 지어 산봉우리를 돌게 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왜적에게 마치 수만의 대군이 산봉우리를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
이와 같은 의병술(擬兵術)을 이용하여 왜적을 물리쳤다. 이 때 아낙네들이 산봉우리를 돌면서 서로 손을 맞잡고 노래부르며 춤을 춘 것에서 바로 강강술래가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속설에 따른다면 강강술래는 임진왜란 때 충무공의 의병술에서 연유되었고, 그 후 충무공의 전승을 기리기 위하여 연중행사로 놀아져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강강술래가 놀아지는 지방이 주로 충무공이 왜적과 싸웠던 남해안 일대라는 데서 자연히 충무공의 전술에 유추되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강강술래'의 어원에 대해서도 한문에 익숙한 층에서는 강한 오랑캐가 물을 건너온다는 뜻의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로 풀이하거나 혹은 왜적이 '물을 건너온다('江江水越來)'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순 우리말로 보고 '강강'은 방언으로 원과 관계되며, '술래'는 돈다는 뜻을 갖는 수래, 순유, 순라에서 나왔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고증된 것은 아니다.
놀이 성격
강강술래의 놀이적 성격은 가무놀이로 볼 수 있다. 노래에 맞추어 놀이집단이 원무(圓舞)를 추면서 노는 놀이로, 그 연행의 예술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류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집단 원무의 성격은 우선 놀이 주체가 성인여자들이며, 연행 시기가 8월 한가위에 중점적으로 행해졌음을 볼 때 그 제의성(祭儀性)에 주목하게 된다. 원무는 놋다리밟기, 농악처럼 전통적 축제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춤 형식이며, 더구나 세계 공통의 형식이다. 이는 보름달(滿月)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달은 여성의 상징으로, 특히 만월은 여성의 생생력(生生力)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놀이 방법
강강술래의 놀이 방법을 보면 바닷가 모래밭이나 마을의 넓은 공터 혹은 추수가 끝난 빈 들에서 수십명의 부녀자들이 손을 맞잡고 둥그런 원을 지어 무리를 이룬다. 이들 중 목청이 빼어난 사람이 앞소리를 매기면 나머지 사람들은 뒷소리를 받으면서 춤을 춘다.
노래는 처음에 느린 가락의 진양조로 시작하다가 점점 빨라져 춤 동작도 여기에 따라 변화한다. 원을 돌 때는 대개 오른쪽으로 돌며, 따라서 발도 오른쪽 발부터 먼저 앞으로 디디고 뛰게 될 때에는 아무 제한없이 마구 뛴다. 발을 디딜 때는 보통 걷는 동작으로 한다.
강강술래의 노래 가사는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없고 아무 민요나 4·4조에 맞으면 부른다. 앞소리꾼이 아무 민요나 즉흥적으로 지어서 부르면 나머지 사람들은 받는 소리인 '강강술래'만 부른다. 노래 가사는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는 것들도 있고 그때그때 지어서 부르기도 하여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그리고 같은 지방의 노래 가사라 하더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또 부를 때마다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번의 놀이가 끝날 때까지 내용상 특별한 관련을 갖지 않는 여러 개의 민요들이 잇달아 불리어진다. 대체로 동일지역의 노래 가사들은 비록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민요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연결 순서나 내용에 있어서만 사소한 차이가 발견된다.
이러한 현상은 노래가 앞소리꾼의 즉흥적 창작력에 의존하는 한편, 전통적으로 계승되는 큰 틀 안에서 전승됨으로써 지역적 유사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