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치닫지도 않고 뒤쳐지지도 않아, 모든 것이 허망한 것임을 알고 어리석음을 버린 수행승은,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14.어떠한 잠재적인 경향도 지니지 않고,악하고 불건전한 뿌리를 뽑아 버린 수행승은,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
뱀이 허물을 벗듯 —
치닫지도 않고 뒤처지지도 않는 것.
앞으로 달려가 무엇인가를 얻으려 하지도 않고, 지나간 것을 붙잡으며 뒤돌아보지도 않는 것.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바라보면 보입니다.
내가 그렇게 원했던 것도
내가 그렇게 미워했던 것도
결국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부처님은 그것을 허망함을 아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허망하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
지금은 내 앞에 있지만 어느 순간 내 손을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보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깊이 알면 탐욕이 예전처럼 힘을 쓰지 못합니다.
더 가져야 한다고 달려가던 마음도,
조금만 더 가지면 만족할 것이라 믿었던 마음도
스스로 묻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가져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그리고 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내 마음속에 오래 머물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워할수록 그 사람은 마음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지나간 말 한마디를 다시 꺼내고, 이미 끝난 일을 다시 생각하며, 혼자서 계속 그 사람과 싸웁니다.
그때 허망함을 봅니다.
내가 붙잡고 있는 분노도
상대에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서 계속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는 순간 조금 달라집니다.
탐욕도 미움도
억지로 밀어내야 할 적이 아니라
붙잡고 있을수록 나를 묶어두는 마음임을 알게 됩니다.
뱀이 허물을 벗을 때
허물과 싸우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그저 벗어놓고 지나갑니다.
탐욕도 그러하고
미움도 그러합니다.
버리려고 애쓰기보다
그것이 무엇인지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러다 어느 날
오래 붙잡고 있던 마음 하나가
더 이상 나의 몸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벗어놓습니다.
그리고 갑니다.
뒤돌아보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