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산책] 『청정도론』⑥
두타행 알면 물질 떠난 진정한 행복 성취
세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으며, 열반에 이르는 수행을 시작하고자 하는 출가 수행승들에게 제시된 13가지 두타행을 『청정도론』 2장에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사진설명>2300년 전부터 이어져온 스리랑카 스님들의 두타행 수행처.
『청정도론』에서는 두타행까지 계청정에 해당되는데, 출가생활의 소욕지족의 청빈한 삶속에서 재산의 상속자가 아니라 법의 상속자가 되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가르침이 바로 두타행이다.
13 가지 두타행은 다음과 같다.
1. 분소의(버려진 옷감으로 만든 옷)만을 입는 수행
2. 세 가 옷(하의, 상의, 대가사)만을 수용하는 수행
3. 탁발한 음식만 수용하는 수행
4. 차례대로 탁발하는 수행
5. 한자리에서만 먹는 수행
6. 자신의 발우에 담긴 음식만 먹는 수행
7. 나중에 얻은 음식을 먹지 않는 수행
8. 숲에서 지내는 수행
9. 나무 아래에서 머무는 수행
10. 노지에서 머무는 수행
11. 묘지에서 머무는 수행
12. 배정된 거처에 머무는 수행
13. 눕지 않고 정진하는 수행이다.
13가지 두타행에는 옷에 관한 항목이 2 가지, 음식에 관한 항목이 5가지, 주거에 관한 항목이 5가지, 정진에 대한 항목이 1가지가 있다. 의식주에 대한 집착이 없어, 생명을 유지하고, 정진하는 데 필요한 물질로 만족하면서 내적인 평온과 행복을 추구하라고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의해 많은 선택지가 생겼지만, 정작 생활의 만족도나 행복감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현대의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선택의 파라독스 : 더 풍요로운데 덜 행복한가』 Paradox of Choice : Why more is less(2004)에서 저자 배리 슈왈츠Barry Schwartz는 엄청나게 많아진 청바지의 종류를 보고서 이전에 오직 한 가지 밖에 없었던 때보다 더 혼란스럽고 불만족스런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GNP가 3천억불이 되었어도 우리들 삶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물질에 의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다.
육체의 건강을 유지할 정도의 재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삶은 더욱 내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을 두타행 수행이 보여주고 있다. 출가 수행자의 청빈한 삶에서 얻는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 의해서는 얻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두타행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타행의 가르침은 소비지향의 문화에 길들여져 대량소비에 의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문화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해준다.
두타행의 제 일인자는 마하가섭존자였다. 부처님은 좋은 가사를 입고 있는 마하가섭존자가 두타행 수행에 어울린다는 사실을 아시고, 당신의 남루한 가사와 바꾸었다. 이 가사를 교환한 일은 선종에서 말하는 의발을 전수했다기 보다는 마하가섭존자에게 알맞은 수행법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마하가섭존자는 아라한이 된 후에도 철저한 두타행을 실천했으며, 부처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실 때, 승단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1차 결집을 주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라한이 되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부처님 당시의 제자들의 검소한 삶은 우리들의 삶을 반성하게 해준다.
출가한 수행승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는 번뇌를 소멸하여 부처님께서 물려주신 법의 상속자가 되는 것이지 물질의 상속자가 되는 것이 아님을 두타행의 전통에서 깊이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는 재가자들에게도 적용된다.
하지만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꾸려가야 하는 재가자는 자신과 다른 중생들의 삶을 해치지 않는 바른 직업을 통해서 열심히 재물을 모아서 현실의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부처님은 가르쳐 주셨다. 다만 재가자들은 두타행의 가르침에서 재물의 한계를 알고 법을 통해서 얻는 행복의 가치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출가자는 물론 재가자들도 재물은 죽을 때 아무 소용이 없지만, 법을 추구한 선한 행위가 큰 재산이 된다는 점도 명심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김재성 교수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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