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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피정 순례길 답사-6일째
제주는 그냥 걸어도 좋은 곳입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이 귀한 보물처럼 펼쳐지고 바람이 잠든 영혼을 깨워주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한 손에 지도를 다른 한 손에 묵주를 들고 놀멍 쉬멍 걸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지키는 섬, 제주에는 오늘도 바람이 세찹니다. 바람은 삶에 힘겨워하는 육체, 지치고 목마른 마음에 쉼없이 불어와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습니다. 저희들이 지나온 제주 바당길에는 저희들이 매단 노란 리본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걸을수록 채워지는 순례길은 성스럽고 거룩했습니다.
제6일(2013. 3. 27) 주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깨워주셨습니다.힘들게 일어나면서 “아야야~”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습니다. 그만큼 답사의 일정이 힘겹고 피로가 쌓였나 봅니다. 계획으로는 표선 성당으로부터 남원 성당에 이르는 12.6km를 걷기로 했으나 다음 일정의 여유를 위해 효돈 성당까지 10.2km를 더 걷기로 욕심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30km가까이 걸었습니다.
한 대원의 왼쪽 발바닥에 드디어 물집이 생겼습니다. 요 위에서 평소 산행 경험이 많은 김성우 바오로 형제님이 이른바 ‘드레인 홀’ 시술을 했습니다. ‘드레인 홀’ 시술이란 바늘에 실을 꿰어서물집이 생긴 곳을 실로 통과시켜 물집 속의 진물을 삼투압에 의해 빠져나오게 하여 그대로 가라앉히는 것으로 산꾼들이 자주 활용하는 응급처지입니다. 그랬더니 피부가 들뜨지 않고 아프지도 않은 채 회복이 빨랐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순례단의 숙소예약 확인과정이 아침 출발시각을 자주 늦추거나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출발을 30분을 앞당기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10시에 서귀복자 성당을 출발하여 제주 남부지역의 중심 성당인 서귀포 성당의 뿌리, 하논 공소 복원계획 을 취재한 뒤 관광지로 개발된 새섬과 홀로 서 있는 돌기둥 외돌개, 서귀포의 자연방파 제 역할을 하는 천영기념물 문섬, 범섬, 섶섬, 서건도를 거쳐 충돌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현장 강정마을을 찾아 가는 날입니다. 이 새섬은 고려 말 최 영 장군이 ‘목호의 난’을 섬멸시켜 102년이나 계속되었던 몽고지배의 종지부를 찍었던 역사의 격전지이기도 했습니다. 답사대는 새섬과 외돌개를 지나 13.4km를 더 걸어서 강정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강정마을은 우리에게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강정을 제발 살려줍서!
오늘도 문정현 신부님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을 막고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는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님의 “강정아, 너는 비록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에 평화가 시작되리라.”는 강론말씀을 담은 펼침막을 걸고 그 아래에는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우리는 해군기지를 반대합니다.”라는 펼침막도 내걸었습니다. 천막 제대에서는 문 신부님이 강 주교님의 강론 말씀 중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불렀습니다.
서귀포로부터 중문 성당에 이르는 길은 돌이 많아 걷기 힘든 난코스였습니다. 중문 성당은 아직 사제관과 교육관이 없는 작은 본당이었으나 '벽돌 한 장 쌓기' 운동을 벌여 드높은 공동체 의식으로 부활절 잔치 준비에 바빳습니다. 마침 부활절 잔치 때 쓸 흑돼지를 잡은 날이라 봉사자들의 손길이 흥겨웠고 저희 들에게도 점심을 같이 먹자고 잡아당겼습니다. 저희들은 중문 성당을 나와 조용한 민가 2층을 통 채로 순례단의 숙소로 예약하고 내일 답사 코스인 모슬포 성당을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답사 6일 만에 지도상으로 봐서는 이제까지 제주 순례길의 2/3를 걸은 셈입니다. 바람의 고통으로 멋진 모습을 하고 선 폭낭을 볼 때마다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거친 역사를 헤치며 살아온 제주인들의 삶을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오늘 따라 제주의 들뜬 바람이 주는 이미지가 좋습니다. 바람아! 불어라. 저희들도 바람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싶었습니다.
서귀복자 성당 전경
서귀포 성당 전경
서귀포 성당의 뿌리 하논 공소 복원 계획도
유람선 터미널이 있는 새섬 공원 입구
강정마을에서 기도하는 문정현 신부님
중문 성당 전경
부활절 잔치 준비하는 중문 성당 교우들
잔치준비하는 교우들과 답사단원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
화순공소 전경
모슬포 성당 전경 제주 바람이 만들어 놓은 폭랑의 멋진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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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발에 물집이 생기도록 걸은 순례단들 덕분에 이렇게 편히 앉아서 제주순례를 하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아침입니다.
참나리님! 꼭두새벽에 오셨군요. 제 때에 답글을 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진실로...
감사합니다.
제주를 좋아해서 여러번 갔었지만 이렇듯 올려주시는 글과 사진덕분에 제주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다녀온지 며칠되지 않은 그곳이 새삼 그리워 지네요..^^
순례 답사단의 영육간의 건강을 기도드립니다~
오드리님! 매일같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오늘 제주에는 바람도 없고 지는 벗꽃이 함박눈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멋진 사나이 '사비노 형제'도 잘 계시죠?
그리움 선생님! 선생님께서 전해주시는 글과 사진을 보면서 제 마음도 제주도에 가 있습니다.
제주 바람이 저에게도 불었나봐요.
그런데 혹시 문정현 신부님이 아니신지요?
제가 전주교구인데 문정현 신부님, 문규현 신부님 형제 신부님이 계시거든요.
오늘도 네 분 답사단님 모두 모두 힘찬 순례길 되시고 주님께서 아마도 한발 앞서서 안내하고 계시겠죠?
청초이님! 고맙습니다. 님의 댓글을 읽고 선발대가 떠난 뒤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으로 다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문정현 신부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진실로 고맙고 저에게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문규현 신부님이 각인 되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군요. 명색이 기자출신인 저로서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글을 쓸 때나 삶의 과정에서 항상 유념토록 하겠습니다. 청초이님의 도움으로 이번 답사보고가 충실히 완성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녁 모슬포 성당에서 참례하게 될 '주님 만찬 성목요일'미사에서 님을 기억하겠습니다.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사실은 말씀드리기가 좀 조심스러웠거든요.
내일 우리 모두를 위한 순례 강행군을 위해 편안한 밤 되시길 기도드려요.
그런데요. 저 사실은 선생님을 뵌적이 없어서 세 분 중에 누구일까 궁금하답니다.
청초이님! 선생님의 고마운 지적이 이번 답사의 큰 소득이었습니다.
진실로 고맙스니다.
벌써 2/3 를 순례하셨네요. 발에 물집이 생기도록... 괜찮으셔야 할텐데요~ 아름다운 풍경, 글, 많이도 피곤하실텐데
매일 올려 주시니 감사할 뿐이예요. 오늘도 기도속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하늘인연님! 오늘 저녁 모슬포 성당의 '주님만찬미사'에서 만나요.
우리 함께 '주님의 넘치는 사랑과 생명'을 화기나기로 하죠.
물집이 생기고, 감기,etc..순례의길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서 힘찬 글, 사진 올려 주심 감사히 보곤 있지만 네분 생각하면 맘이
미안감이 커져 옵니다. 제주가 훤하게 상세하게 제주에 있는 것 같아요. ^*^
순례답사단 네분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드립니다.~~~꾸~~우~벅
차사랑님!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를 즐기세요.
오늘부터 시작되는 '파스카 성3일' 잘 지내시구요. God with us!!
그림 같은 전경의 아름다움과 피정 순례길이지만 발에 물집이 잡히는 강행군을 하시기가 칠순이 넘은 국장님 또한 힘드실것 같습니다. 하루 하루를 봉헌 하시는 순례길 신부님과 대원 여러분께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명금당님! 깊은 관심으로 격려해주시는 마음이 있어 답사는 계속되고 있답니다.
거룩하고 뜻 깊은 나날 보내십시오.
저희는 앉아서 편하게 답사수기를 보고 있는데 순례를 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음이 눈에 선합니다. 답사를 모두 마치실 때까지 신부님과 답사단원 여러분의 영육간에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안젤라님! 응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순례의 길은 괘와 도전이라는 말을 절절이 실감하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복된 시간들이시기를...!
마리아님! 마니 마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