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꽃의 계절입니다.
올해는 늦게까지 눈이 오고 꽃샘추위가 오래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김없이 봄이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이제 겨우 새싹을 내미는 풀들과 잎을 내기 전 일단 꽃부터 피우고 보는 나무들이 반갑기만 하군요.
우리 주변의 흔한 식물들 중 어떤 풀, 어떤 꽃들을 먹을 수 있을까.. 나물도감을 하나 챙겨넣고 일주일만에 도토리반 친구들을 만납니다. 항상 동행해주시는 준우할머님께도 나물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부탁드리기로 했지요. 할머님께 얘기를 들으면 친구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친구들은 열심히 달려나가면서도 종종 '이건 먹어도 되나요' 하고 쑥이랑, 별꽃이랑, 점나도나물과 망초잎들을 뜯어와서 보여주었어요.
나뭇가지로 놀기 바쁜 친구들을 겨우 불러앉히고, 오늘 주제활동과 산행전 주의점을 얘기합니다. 듣는둥 마는둥 딴 짓을 하고 있지만 실은 모두들 귀기울여 듣고 있다는 걸 괴물은 알지요~

위 장면과 아래 장면 사이에 풀밭에서 몇가지 풀들을 더듬어보면서 올라갔어요. 준우할머님께서 같이 오신 어머님들께 망초를 '담배나물'이라고도 부른다고 알려주시네요. 한가지 식물을 놓고 지역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얘기 직접 들으니 재미있습니다. 아이들 말에 대답해주느라 정작 할머님말씀은 안들은줄 아셨죠? 엿듣고 있었습니다.ㅋ
아이들이 주로 가져온 것은 쑥과 점나도나물이었는데요, 돋보기로 보니 새싹이 뽀얗게 흰털을 쓰고 있는게 정말 예뻤지요.
봄에 나는 풀은 몇가지 독초만 빼면 다 먹을수 있다지요. 하지만 나물을 뜯을때 뿌리까지 다 캐지 말고 잎만 딴다거나, 뿌리를 캘 경우에도 듬성듬성 남겨놓는게 새싹에 대한 예의일듯 싶네요.
연화사 입구, 산 초입에 서있는 나무를 바라봅니다. 껍질이 매끈한 것과 덕지덕지 붙어있는 나무가 있어요.아이들은 두 나무를 차례로 만져보고 온도도 비교해보고, 잘 벗겨지는 나무껍질을 조각조각 뜯어도 봅니다. 껍질이 매끈한 것은 아마 서나무나 소사나무쯤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목욕탕에서 때 밀때의 즐거움을 선물한 것은 물박달나무이지 싶습니다. 두가지 나무 모두, 오랜 숲 혹은 깊은 숲에서 잘 사는 나무들입니다. 이곳이 얼마전까지도 제법 깊은 산골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무덤 앞 거북사거리(정연이의 작명입니다)를 지나 능선으로 올라갑니다.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로 도전하는군요. 뭐.. 저로 말씀드리자면 승률이 높은 편이지요.^^

산허리를 타고 갑니다. 가파른 절벽으로 된 좁은 산길이 산허리를 둘러가도록 나 있어 녀석들 겁 좀 나겠지? 하면서 가는데 이런, 몇녀석이 '우당탕탕 롤러코스터' 놀이를 하며 시속 100km로 달려가버리는군요. 제가 아이들을 너무 만만히 본 겝니다...( 재욱 어머님 아이들을 쫒아가주셔서 고맙습니다.) 문득 칡덩굴을 발견하고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잘 안뽑히는군요... 칡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만, 너무 많으면 종종 나무들을 감고 타고 올라가서 일대의 나무들을 덮어버리기도 하는 심술을 부리는지라 간간히 뿌리를 캐 주기도 합니다. 어영차, 아이들이 모두 붙어서 당겨보고,칡뿌리를 파고듭니다. 산삼이예요?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ㅎㅎ

적당한 깊이에서 칼로 절단, 흙을 대략 떨고 눈꼽재기만큼씩만 베어줍니다. 맛있다는 친구, 쓰다는 친구, 아..달다는 친구까지 있습니다. 저는 흙을 씹었습니다.. 에이 써! 하면서 뱉을수 밖에요.^^

이 골짜기를 환하게 밝혀주는 생강나무꽃입니다. 나무가지나 잎에서는 생강의 상쾌한 향기가 나지만 꽃에서는 그야말로 달콤한 꿀냄새가 납니다. 온통 화사하게 핀 꽃을 열송이 남짓 따서 아지트로 가지고 갔습니다.

기다리던 간식(점심)시간! 마치는 시간을 엄수못했더니 아이들 간식이 어느덧 점심도시락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머님들께서 제 도시락까지 싸서 보내셨더라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정성을 담아주신 도시락을 여러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어요. 하지만 친구들이 제 도시락을 매고 다녔을 생각을 하니 좀 미안합니다. 다음시간에는 안보내셔도 됩니다. 저도 배고프지 않도록 잘 하겠습니다. 너무 걱정마셔요.^^
친구들이 음식을 펼치는 동안 저는 생강꽃으로 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꽃을 슬쩍 헹구어내고 찻주전자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간식을 먹은 후 잔에 부어본 꽃차는 눈부신 형광노란색입니다. 맛있다고 몇번이나 마시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한쪽에서는 밧줄그네를 타고, 한쪽에서는 괴물놀이를 하고 놀았습니다. 아지트로 가서 뭔가 꾸며놓고 오는 친구들도 있었지요. 동네 뒷산에 아이들을 위한 자연놀이터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싶습니다. 시멘트나 강철로 된 인공구조물이 아닌 나무와 간단한 구조로 아이들이 모험하며 놀수 있는, 아이들 스스로 꾸미고 필요에 따라 변신시킬수 있는, 그런 놀이터가 있다면.. 산의 빈 공터 곳곳에 너무 많은 어른용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것을 보며 아쉬워합니다.

자연에서의 교육은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느낌이고 깨달음이고 몸에 새겨지는 기억들입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느낌과 깨달음이 아닐까요. 앞으로의 세상을 만들어나갈 우리 아이들이 즐거움으로 가득찬 숲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이유입니다.
다음시간에는 동네 뒷산에 나무를 심고, 꽃과 풀씨를 뿌릴까 합니다. 혹시 심고 싶은 꽃씨가 있다면 한번 같이 뿌려보실까요?
첫댓글 참고로 저는 육류는 먹지않는 페스코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