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초의 동양인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노태철(46)씨는 러시아와 유럽에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는 ‘강마에’다. CIS를 비롯한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왕성한 지휘활동을 하고 있는 노 씨는 러시아의 대표적 오케스트라인 볼고그라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를 맡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간 문화.경제교류를 위해 타타르스탄공화국 수도 카잔의 국립전통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 그는 지난 11월 6일부터 11월 12일 사이에 대구, 구미, 광주, 김해, 서울 등에서 공연을 펼쳤다.
왕성한 지휘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볼고그라드 필하모니 외에도 솔리스트 볼고그라드 오케스타라, 타타르스탄 국립 전통 오케스타라의 지휘를 맡고 있으며 조만간 볼고그라드 시립오케스트라의 지휘도 맡을 예정이다.
서양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오는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17년째 이어오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70개 교향악단과 140개 콘서트홀에서 400여회의 연주활동을 펼쳐왔다.
“동아대 음대를 수석졸업 할 때는 정말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유학으로 오스트리아 뷔르쯔 부르그 국립음대에 입학해보니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걸 절감했다. 시험을 위한 공부방식이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밤낮없이 음악에 매달렸고 1994년 헝가리 하이든 챔버 오케스트라를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1997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왈츠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발탁되면서 명실공히 유럽음악계가 인정하는 지휘자 반열에 올라섰다.
헝가리 하이든 음악축제, 베르디 오페라 축제와 캐나다 한스빌 음악축제 등 10여개의 국제적인 음악축제에서 지휘한 그는 특히 ‘제25주년 모스크바 가을축제(2003)’에서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하차투리안의 극음악 ‘멕베드’와 ‘리어왕’을 세계초연으로 지휘하기도 했다.
또 세계 60여명의 작곡가와 오케스트라, 솔리스트가 참여한 ‘고리키 현대음악 축제’에서는 예술총감독으로 참여하여 축제를 성공리에 마무리해 한국인으로서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동양인 지휘자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예술에서는 무엇보다 실력이 우선이다. 처음에 가진 의구심도 연주곡에 대한 이해와 단원들 실력에 대한 정확한 지적을 보이자 수긍해왔다”며 지금은 단원들과 가족같이 지낸다고 말했다.
노 씨는 “매번 지휘봉을 잡을 때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을 한다. 클래식은 각 나라의 고유한 정서가 녹아 있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라며 “여러나라에서 지휘를 하다보니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 이태리어, 헝가리어 등을 구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소리를 귀로 듣고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음감이 중요하다. 지휘할 곡을 피아노로 쳐보고 그 곡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세워야 한다”며 지휘자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적 이론과 시험공부 보다 실기에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래식 연주가들이 먹고 살기 힘든 것은 전 세계 공통이라며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공연 마케팅과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악회를 찾아온 관객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매번 감동이 넘치는 무대를 만들어야 하고 또 다양한 공연을 기획해서 관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며 한국 음악계가 저변은 많이 확대됐지만 아직도 시민과 밀착돼지 못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