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커피의 고향)
우리의 일상 속에 깊게 자리 잡은 커피를 마시면서 누가 언제 어디서 가장 먼저 이 커피를 마셔보았을까 하는 의문도 있고, 어느 책에서 차와 커피를 죄인에게 시험적으로 마시게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커피의 원산지에 대해서 아시는 분이 생각보다는 적습니다.
그래서 이번호에는 커피의 고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커피는 적도지역에서 생산됩니다. 지구의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 지역을 커피존(Coffee Zone) 또는 커피벨트(Coffee Belt)라고 부르는데 약 70여 개국의 나라에서 커피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지역은 지구 온난화 현상 등으로 점차 커피생산 가능 지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커피의 고향은 이디오피아(Ethiopia)라고 하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디오피아는 우리나라의 6.25전쟁 당시 UN 참전국으로 3,500명 이상의 군인을 파견해준 고마운 국가로 우리나라와 깊은 인연을 가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이 나라는 인구 8,500만명, 1인당 GNP 약 400불 정도로 경제적인 면에서는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지만 커피의 세계에 있어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커피의 종주국입니다.
커피의 기원은 6C경 이디오피아 카파(Kaffa)지역에서 칼디(Kaldy)라는 목동이 발견하였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알려져 있고 가난한 나라임에도 커피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국내에서 소비하고 인구의 2/3 이상이 커피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정도로 커피는 그들의 삶 자체입니다. 이디오피아에서는 커피를 ‘분(Bun) 또는 분나’라고 합니다. 특히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커피를 대접하는 예법을 분나 마프라트라고 하는데 일종의 커피를 마실 때 치르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만이 커피를 끓일 수 있는데 하얀색 바탕에 다채로운 문양이 새겨진 이디오피아 전통의상인 네텔라(Nerela)을 입은 여성이 땅바닥에 풀잎(sar 사르, 케트마 Ketema)을 깔아 놓으면서 커피 마시기가 시작됩니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커피체리를 벗기고 생두를 깨끗이 씻은 다음 프라이팬 모양의 철판에 올린 후 옆에 풀잎을 태우는 향로 속에서 자연의 향과 함께 커피를 볶습니다. 그러면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생두가 흑갈색의 원두로 변화되면 절구로 옮겨 연마된 돌을 사용하여 커피를 갈고 이 커피를 돌려가며 향을 즐깁니다. 분쇄된 커피가루를 제베나 라는 용기에 놓고 팔팔 끓인 후 손잡이가 없는 그릇에 담고 연장자와 초대 받은 손님 순서대로 커피 잔에 따르는데 보통 3잔을 마시게 됩니다,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소금을 넣어 마시기도 하는데 첫 번째 잔은 커피의 맛을, 두 번째 잔은 커피와 함께 행운을, 세 번째 잔은 축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점점 연해지는 커피의 맛을 음미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몇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커피를 대접받는다면 그 어느 누가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커피를 준비하는 오랜 시간 동안 커피향이 가득한 공간은 모든 사람들의 정겨운 대화가 넘치고 의미가 있는 세 잔의 커피를 나누어 마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매일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느림과 여유의 철학을 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디오피아에서의 한 잔의 커피는 무언가 의미 있는 삶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디오피아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는 예가체프(Yirgacheffe, 이르가체페라고 발음하기도 합니다)지역인데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강한 꽃향기를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커피의 맛이 매우 부드럽고 향이 좋은 이 커피는 품위 있고 산뜻한 신맛이 도드라져서 세련된 여성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커피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커피입니다. 다음은 시다모(Sidamo) 지역의 커피인데 과일향이 매우 강하고 여타 이디오피아 커피에 비해 바디감이 좋고 상큼한 신맛이 좋은 커피로 모카계열의 블랜딩 커피에 많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다음은 하라 지역인데 이디오피아의 축복이라고도 부르는 이 지역의 커피는 감미로운 와인과 같은 신맛과 숨어 있다 나오는 단맛이 매력적인 커피입니다. 또한 아리차 지역의 커피는 가격도 상당하지만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할 정도로 향과 맛이 뛰어나 우리나라 매니아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는 커피입니다. 역시 이디오피아 커피는 쓴맛이 여타 지역의 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약하고, 꽃과 과일류의 향과 함께 상큼한 신맛을 가진 것이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그 외에도 이디도, 리무. 테피, 짐마 등 여러 지역에 있는 가든 커피(Garden Coffee)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농원에서 개성 있는 커피가 생산되고 있어 이디오피아 커피 전부를 몇몇의 단어만으로 일률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찌되었든 이디오피아는 커피의 고향으로서 커피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커피의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