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대단히 더웠다. 수조 속에 질식하는 물고기 같았다. 자연스럽게 숨 쉬는 것도 힘들고 괴로웠던 이번 여름을 잘 말해주는 표현인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현관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등에 비가 내리듯 땀이 났다. 옷은 매일 땀에 젖어 축축했고 직장인은 주말에 쉬지만 세탁기가 쉬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작년 여름부터 이번 여름까지 나는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군부대 안에서 생활을 했던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일과를 시작하고 점심, 저녁을 먹고 중간마다 훈련을 준비, 체력증진을 위한 운동과 생활관에서 동기들과 시답지 않는 장난을 치면서 이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를 소망했었다. 나는 군 생활을 하는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탄약병이었고 탄약병이었던 내게 담당 업무상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힘들어서 제일 싫었던 것은 무거운 탄약을 옮기는 일이었다. 탄약의 무게는 약 30kg에서 45kg에 달하는 것이어서 전차탄, 연막탄, 나무박스에 포장된 것까지 다양했었다. 그것들 일, 이천 개를 맨손으로 들고 옮기는 일이 나는 제일 싫었다. 몸도 힘들고 탄 옮기는 일을 끝내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특히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났었는데 탄까지 옮기다 보니 내 빨래통은 빨랫감이 항상 넘쳐있었고 부대 안의 세탁기는 항상 내 빨랫감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래서 내게 붙은 별명이 ‘빨래요정’ 이었다.
입대하기 전 내 꿈은 작가였다. 외동아들인 나는 엄마, 아빠도 맞벌이하는지라 학교를 다녀오고 학원을 가지 않는 날에는 집에 항상 나 혼자 있었고 그러면 나는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소설책을 읽거나 하였는데 재미있게 쓰인 소설책을 보면 나도 따라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내 꿈은 작가’라고 결정짓는 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내 장래희망을 엄마, 아빠에게 말하면 작가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돈도 벌지 못하는 일이라고 설명해주고는 하셨다.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내가 탄약병이었던 동안 무거운 탄약들을 옮겨서 일지도 몰랐다. 소설책 속에서 의미 있는 말과 글들을 종이에서 마음속으로 옮겨가 내게 주는 무게보다 맨손으로 30~40kg 되는 무거운 것들을 옮기는 무게가 직접 체감이 되었기 때문일까. “꿈은 작가입니다.”라는 말. 이제 허황하게 느껴져서 포기하고 있다.
전역하고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아르바이트였는데 나도 이제 엄마, 아빠한테 용돈 탈 나이는 지났고 내가 직접 돈을 벌어보고 싶어서였다. 군인 신분이었던 동안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이제 들어오지 않기 때문인 것도 약간은 있다. 아무튼, 나는 전역하고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식당 서빙이었다. 마음속으론 군대에서 고생했던 것보다 쉬운 일이라고 얕잡아 보았다. 막상 시작해보니 첫날부터 실수를 많이 했고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이라 좁은 가게 안에서도 이리저리 움직여서 몸도 힘들고 정신도 없었다. 손님들이 식탁에서 먹고 남은 빈 그릇들과 쓰레기들, 흘린 음식들을 치우는 게 정말 싫었다. 더러웠다.
가끔은 다 때려치우고 놀고만 싶었지만 누가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고 내가 스스로 시작한 일이라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래도 평일 5일만 일하고 주말에는 쉴 수 있어서 토요일에는 집에서 쉬고 일요일에는 가족들이랑 야구장을 갔다. 마침 그 날은 엄마, 아빠도 쉬는 날이라서 타이밍도 딱 좋았다. 예전에 아빠랑 축구 관람을 하려고 축구장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남아서 이번에는 엄마도 같이 가자고 엄마, 아빠한테 말했었는데 흔쾌히 들어주셔서 좋았다. 아빠는 스포츠 대부분을 좋아했다. 아빠가 군대 이야기를 할 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군대에서 TV를 보면 야구 방송을 틀어놓고 자기 고향 팀인 해태가 이기면 부대원들에게 맛있는 것을 쏘고 지면 얼차려를 내렸다고 그랬다.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지금은 확인할 수 없지만, 아빠가 야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야구장에 가자고 한 이유 중 하나다. 나는 야구장이 한눈에 내려 볼 수 있는 제일 좋은 관람석으로 예매하고 엄마, 아빠는 치킨과 맥주를 챙겼다. 야구장은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경기는 기아와 두산이 했는데 처음에는 두산의 타자들이 안타를 내며 2:1로 지고 있다가 기아의 선발 투수가 상처를 입고 교체하면서 이대로는 지겠다 싶었다. 하지만 교체된 기아의 투수가 선방하고 기아의 타자들이 2연속 홈런을 내면서 6:3으로 기아가 이겼다. 기아의 응원석에선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부르고 우리 가족들도 따라 불렀다.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사계절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은 우리의 인생과 빗대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아마 내 인생을 계절로 빗댄다면 나는 지금쯤 여름 초입부에 와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여름을 열심히 살아갔다. 외출하고 집에 오면 등에 고여있는 땀이 그 증거라도 되는 양.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면 걱정하시는 엄마의 눈동자에도, 샤워해도 피곤함이 물에 씻겨 나가지 않아도 그것들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짐에 나는 괜히 뿌듯하다.
첫댓글 이수민 학생이 여름에 한 일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다뤄 보세요. 그래야 깊이 생각할 수 있답니다. 지금 상태로는 단락마다 이야기 내용이 달라서 구체적이지 못합니다.
고쳐도 길이만 늘어났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가지 얘기만 집중적으로 해 보자. 군대 생활, 네 꿈, 아르바이트 등 단락마다 다른 얘기 해서 정신이 없다.
수업 시간에 네 글 첫 단락을 같이 읽으면서 내가 지적한 걸 전혀 참고하지 않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