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하는데 운을 무시할 수는 없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던 때와 나빴던 때의 빈도가 거의 비슷합니다. 말하자면 서로 상쇄됐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운의 비중을 따지는 건 무의미합니다. 나의 운도, 남의 운도 결국 거기서 거기죠.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결국 실력입니다. 그런 뜻에서 난 ‘운영기십’이라고 봅니다.
실력은 지위, 나이 심지어 계급도 초월합니다. 실력만 있으면 반드시 쓰임새가 있습니다. 반대로 실력이 없으면 쓰려고 해야 쓸모가 없습니다. 실력을 꾸준히 쌓으려면 실패 경험을 많이 하면 됩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안 겪는 실패가 중요합니다.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인정받으려면 사람들이 내게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내게 부족한 건 뭔지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도 알고, 어떤 상황에서 날 인정하지 않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이는 면도 있겠죠. 하지만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기대치가 높아져 만족을 못하는 건지도 몰라요. 내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패배의식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기회가 없을까봐 지레 변명거리를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나는 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나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선택, 리스크가 가중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리스크도 닥치기 전에 미리 파악하면 겁날 게 없습니다. 많이 얻으려면 내 것을 많이 내줘야 합니다. 포기해야 합니다. 그럴 때 마음이 더 굳세집니다. 사람은 시련을 견딜 때 성장합니다. 그렇다면 시련이 닥치기 전에 내가 먼저 다가서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 않습니까?
사노라면 어쨌든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게 인생살이입니다. 출발점이 마이너스면 제로 지점만 통과해도 플러스의 인생입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갖고 싶은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뭘 가장 잘하는지, 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거기서 시작하세요. 거기에 천착하세요.
나라는 존재는 늘 변합니다. 그 변화가 때로는 실망스러울 때도 있겠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어느 날 자신을 괄목상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85세 노작가가 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그런데 왜 그렇게 패기들이 없습니까? 패기는 될 대로 되라는 생각,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방임적 태도에서 나옵니다. 인생을 너무 규격품처럼 살려고 하지 말아요. 학벌은 이러이러해야 하고, 연봉은 얼마 이상이라야 하고, 어디어디에 살고, 아파트는 몇 평 이상이라야 하고. 거기에 미달하면 루저 인생입니까? 그 나이에 못할 일이란 없습니다. 안 되는 일도 없죠. 전쟁이 벌어지거나 천재지변을 당하지 않는 한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