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漢字) 이야기(2)
5월호에서 예고한 그대로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고사성어를 소개합니다.
조선 초기에 너무나 유명한 황희(黃喜, 1363-1452) 정승에 대해서는 학생 여러분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황희 정승은 세종대왕을 모시고 18년간 정승(정승이란 지금의 국무총리임)을 하였습니다. 세종대왕의 신임도 받았지만 정치를 하는 능력도 탁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황희정승이 너무나 청렴결백하였기에 어느 날 조회에서 세종대왕께서는 "내일 남대문으로 들어오는 상인들의 물건을 모두 사서 황희 정승 집으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재수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거나, "재수 없는 포수는 곰을 잡아도 웅담이 없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황희 정승도 운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날 새벽부터 비바람이 몰아쳐서 성문이 닫힐 때까지 장사하는 사람이 없더니, 계란장수가 한 명만 계란을 팔러왔기에 그 계란을 사서 황희 정승에게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계란마져도 싱싱한 것이 아니라 곪았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고사성어인 계란유골을 잘 모르고 그냥 '계란에도 뼈가 있다.'로 풀이하는 데 이것은 잘못된 풀이입니다. 그러니 운이 없는 사람은 기회가 와도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음을 비유해서, 이 이야기를 4자로 옮겼는데 이것이 바로 "계란유골(鷄卵有骨)"입니다. 그러나 황희정승은 운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운이 좋았기에 18년이나 정승을 하였고, 89세까지 사셨고, 60년 가까지 벼슬살이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운이 좋았기에 임금이 주는 복도 받지 못하고, 청렴하게 생활했기에 청백리(淸白吏)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鷄卵有骨(鷄 닭계 / 卵 알란 / 有 있을 유 / 骨 뼈골, 곪을 골)의 훈과 음입니다.
'닭 鷄'자를 보면 어찌 해(奚)자와 새 조(鳥)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 鷄자는 이렇게 기억하면 됩니다. 닭을 보면 잡을까 말까 어찌해?를 연상하면 좋을 것입니다. '奚'자는 '손톱 조(爪)'자 밑에 '작을 요(幺)'와 '큰 대(大)'자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한자의 부수에서 손톱은 손의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작은 것을 잡을까 큰 것을 잡을까?를 연상하면, '어찌 奚'를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날 시골에서는 사위가 집에 오면 장모님은 마당에서 노는 닭들을 보면서 작은 닭을 잡을까? 큰닭을 잡을까?를 생각한 것을 연상하면 좋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닭 鷄자 한 자를 가지고 6자의 한자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爪, 幺, 大, 奚, 鳥, 鷄 6자가 맞지요? 爪, 幺, 大, 鳥 4자는 부수한자입니다. 그러므로 한자를 잘 읽히려면 한자의 부수를 잘 알아야 합니다.
'알 卵'자는 큰 귀를 상징하는 '네째지지묘', 즉 '토끼 묘(卯)'자에 점이 두 개 찍혀 있으나, 여기서 卯자는 알을 감싸고 있는 껍질이나 태보를 뜻합니다. 알이 두개니 알이 많다는 의미까지 있습니다. 卯자를 '토끼묘'로 가차한 이유는 그 모양이 토끼의 두 귀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있을 유(有)자는 '왼손 좌(屮)'의 변형인 十자(열 십자가 아닙니다. 제 컴퓨터에는 왼손 좌의 윗 부분 한자가 지원되지 않습니다. 컴퓨터도 아직 제 능력을 따라오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에 '달 월(月)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자를 설명하는 많은 책에서는 있을 有자를 손에 고기(月, 肉)를 들고 있다고 풀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있을 有자를 옥편에서 찾으려면 고기肉이 아니라 달月임을 따로 기억해야 합니다. 한자는 설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음을 이해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한자 공부는 재미있는 것입니다.
'뼈 골(骨)자는 위의 부분은 짐승의 뼈를 뜻하고, 아래에 있는 月은 짐승이나 사람의 살, 즉 고기를 뜻합니다. 그러니 뼈에 살이 붙어있는 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기의 月은 달의 모양이지만 고기를 뜻하기에 月을 '육달 월'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뼈 骨자의 부수는 제부수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鷄卵有骨'이었습니다. 학생 여러분은 황희 정승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까? 사람이 청렴결백하게 살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분수에 넘치는 욕심으로 남의 것을 탐낸다면, 그것은 더욱 나쁜 일이고, 오히려 운을 나쁘게 만드는 것임을 알고, 정직하게 생활하는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어릴 때는 정직한 것을 배워서 실천하는데, 성인이 되면 정직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가련하고 불쌍한 어른이 많아서 답답합니다. 그래서 인성교육은 어른부터 시켜야 바른 세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차관, 1급공무원에서 9급공무원까지, 그리고 사회에서는 회장, 사장, 상무, 국장, 과장 등등 위에서 차례대로 인성교육을 시키면 살기좋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학생 여러분은 인성이 훌륭한 윗사람에게서 정직하고 바른 인성을 본받는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다음에는 우리나라의 고사성어인 '함흥차사(咸興差使)'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