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면접 후기] 관계의 시작, 인정에 감사하다
대전 토박이의 서울 상경
어둑어둑한 새벽, 당사자 면접을 보기로 한 오늘은 몹시 추운 날이었습니다. 추위에 쫓겨 몸은 차가웠지만 당사자분들을 만날 생각에 부풀었던 가슴만큼은 식지 않았습니다.
지난여름, 보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맺었던 인정 넘치는 관계를 잊지 못합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갈 때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음을 느꼈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방화11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더욱 인정 넘치는 관계를 이웃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혼자서 잠도 못 자는 대전 토박이가 서울까지 용기 내어 올라왔습니다. 첫 만남이 관계의 시작이기에 당사자 면접부터 잘하고 싶었습니다.
관계의 시작, 인정에 감사하다
1104동의 107호부터 방문하였습니다. 윤동우, 이상관 선생님께서 면접 위원 해주셨습니다. 환한 미소로 맞이해주셔서 처음 경험하는 가정방문이자 당사자 면접에 부담이 덜어졌습니다. 윤동우, 이상관 선생님께서는 당신들부터 이름을 알려주셨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기소개 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배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대전에 있는 목원대학교에서 온 구지윤이라고 합니다.”
윤동주, 이상관 선생님께서 대전에서 올라온 저의 서울살이를 걱정해주셨습니다.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지 설명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실습생을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귀하고 감사했습니다.
윤동우 선생님께서 먼저 이야기 시작하셨습니다. 윤동우 선생님께서는 장애인 분야에서 자주 봉사활동을 하신 왕석곤 선생님에게 장애인분들이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수 있다고 거듭 이야기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걱정하시는 따듯한 마음이 감동이었습니다.
이상관 선생님께서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어떻게 다가갈 것이지 물으셨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상관 선생님께서는 우울증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당시 현재 존경하는 복지사 선생님께서 이상관 선생님을 병원에 데려가시고 약과 물을 손에 직접 쥐어주셨다고 합니다.
이상관 선생님께서 존경하시는 사회복지사님의 모습, 제가 희망하는 ‘필요한 사회복지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필요한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진심으로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진심을 담은 행동은 한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하게 하기도 한다. 이상관 선생님께 배워갑니다.
“사랑받아 본 경험 있어요?”
예상치 못한 질문도 해주셨습니다. 저를 사랑해준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제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입니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사랑은 돌고 돕니다. 오늘 받은 사랑은 제 주변 어딘가로 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작은 거면 된다.’하고 당부하였습니다. 작아 보일지도 모르는 사랑과 진심을 나누어 따뜻한 세상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면접이 끝난 후에는 이상관 선생님께서 짜파게티 끓여주셨습니다. 중국집 요리사였다는 이상관 선생님의 짜파게티는 제가 먹어본 짜파게티 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김치도 넉넉히 썰어주셨습니다. 이상관 선생님은 드시지 않았습니다. 윤동우 선생님, 권대익 선생님, 왕석곤 선생님 그리고 제가 한 상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함께 식사했습니다.
이상관 선생님께서는 종종 복지관 선생님들을 집에 초대해 음식 만들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숟가락 다섯 개, 젓가락 다섯 개뿐이라 다섯 사람만 초대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숟가락, 젓가락도 더 사고, 상도 큰 상으로 바꿔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번에는 불고기와 갈비 중 만들어주시겠다고 골라보라고 하셨습니다.
윤동우 선생님께서는 ‘한 겨울날의 잔치’를 함께 할 이웃들을 이미 몇몇 초대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주시는 사랑이 너무 컸습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아요.”
하계 실습 때 보문종합사회복지관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느껴지는 인정이 큰 감동이었고, 가슴 뭉클했습니다. 이웃과 인정이 흐르는 아파트 한 동 만들기. 윤동우, 이상관 선생님과 함께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1104동 402호도 방문했습니다. 92세 정정하신 조순희 어르신, 많은 질문 해주신 오정희 어르신, 면접을 위해 집을 내어주신 정월숙 어르신, 초심을 강조하시던 서수임 어르신, 저 같은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신 유영람 어르신, 경청해주신 로사 어르신. 여섯 분의 면접 위원이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셨습니다.
왜 멀리서 서울까지 지원했는지, 왜 힘든 사회복지라는 일을 하려는지, 노인 학대·아동학대 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여쭈셨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어려움을 실습생들보다 깊이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서수임 어르신께서는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지금은 어려서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초심을 잃으면 안돼.”
누구보다 열심히 사회복지를 배워왔다고 자부했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스스로 사회복지를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았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복지사가 좋은 줄 알았다면, 며느리로 들일 걸 그랬어.”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복지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어르신들이 생각하시는 긍정적인 사회복지사의 이미지를 깨지 않도록 실습에서도, 앞으로 현장에서도 책임감 있게 임하겠습니다.
첫댓글 윤동우 님과 이상관 님의 이야기가 당사자를 어떤 마음과 자세로 만날지 성찰하게 됩니다.
작은 배려, 사랑과 진심을 담은 마음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실습기간에 많은 사랑을 받고 인정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동료를 먼저 섬기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한 달의 시간이 서로에게 복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월숙 조순희 오정희 서수임 유영란 로사 어르신.
손녀 딸처럼 예뻐하셨습니다.
초심을 기억하고 주민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당사자 면접 풍성했습니다.
1104동에서 활동하는 두 실습생을 직접 만나고 선발하셨습니다.
한 달 뒤에 다시 와서 활동합니다.
이 때 다시 찾아뵙고 인사드리면 좋겠습니다.
한겨울 어느 날, 이웃과 도란도란 모여 정답게 인사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사람 냄새 나는 동네, 이웃과 인정이 있는 동네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