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 속 노동 3권이 되지 않으려면
매일노동뉴스 승인 201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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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용진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
박근혜 정부는 노사관계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상생적 노사관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노동현장에서는 구시대적이고 초보적(?)인 부당노동행위가 판을 치는 경우가 많다. 그 수법의 올드함과 과감함으로 인해 인터넷언론과 라디오방송까지 보도됐던 우체국 시설관리단의 부당노동행위가 그렇다.
전국 우체국과 우편집중국에서 청소·경비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 시설관리단지회)을 설립하려 하자 우체국 시설관리단은 노조설립을 주도한 지회장과 부지회장 등 3명을 본사에 대기발령하고 빈방에 대기시키면서 ‘노사상생을 위한 갈등 해소방안’을 백지에 쓰도록 강요했다. 대기발령 후에는 견책 내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시설관리단은 이들이 근무시간 중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로 통화했다는 점을 징계사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노조설립을 주도한 노조간부들에게 불이익취급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었다.
사용자측은 또 노조설립 징후가 포착되자 조합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편집중국에 관리자들을 내려보냈고, 조합원들의 노조설립 의지를 꺾기 위해 종용·회유 발언을 일삼았다. 시설관리단 본사 차원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방해행위는 대기발령을 통해 지회장을 현장과 격리시켜 놓은 상태에서도 계속됐다. 이러한 사측 관리자들의 노조설립 방해발언 등은 녹취파일에 담겨져 있다.
이처럼 초보적이고 과감한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지자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이 우체국 시설관리단 이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는 데 이르렀다. 노조설립과 활동을 방해하고 간섭하는 지배·개입, 노조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는 불이익취급 부당노동행위의 전형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용자가 처벌받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고소장과 함께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는지를 논증하는 고소이유서와 녹취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런데 사건 담당 근로감독관은 출석조사 중 “보다 명확한 입증이 필요하다”, “사실관계만 이야기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판단은 이야기하지 말라”, “부당노동행위를 넓게 인정한 판례가 있으면 가져와 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해당 감독관은 “노조설립 초기에 이를 막으려는 발언을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면 노동부 산하기관이 통일된 판단을 내려야 하므로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말도 했다.
조사를 받으며 화가 치밀었지만 지회장이 옆에 있는 데다 사건의 중요도를 감안해 꾹 참았다. 근로감독관을 잘 달래어 기소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날 그렇게 고분고분 조사를 받고 온 것이 후회된다. 노동법에 대한 전문성도 노동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없는 근로감독관들의 행태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명확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조사와 판단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참담할 노릇이다. 앞으로 눈을 부릅뜨고 어떻게 수사하고 판단하는지 지켜볼 생각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1조는 “노동 3권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 3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노조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러한 부당노동행위를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엄히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노동 3권을 지키는 초석이다. 따라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노동자와 노조에게 지우는 판례의 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