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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항 도시 부산의 해양 문화 :근대화, 해양화, 국제화, 세계화] 이러한 분류 체계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해양 문화 전체를 포괄하려는 방법이 된다. 무엇보다 해양을 단순한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바다와 함께 사는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탐문하는 것이 해양 문화를 이해하는 근간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해양 문화의 자산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잔존 생활 양식으로서의 해양 문화로는 해양 민속, 해양 설화, 해양 민요 등이 있다. 둘째, 해양 문화 기반 시설-해양 문화 하드웨어로는 해양 박물관, 해양 수족관, 해양 체험관, 마리나와 리조트 등이 있다. 셋째, 해양 문화 콘텐츠-해양 문화소프트웨어로는 해양 문학, 해양 예술, 해양 출판, 해양 영상과 영화, 해양 축제와 이벤트, 해양 관광 콘텐츠, 해양 스토리텔링 등이 있다. 넷째, 해양 문화로서의 연안 공간, 해양 문화 도시, 포구, 어항, 항구, 친수 공간, 등대 등이 있다. 이러한 해양 문화 자산을 생각할 때 항구와 포구는 해양 문화의 주요 거점이 된다. 넓게 연안으로 포괄될 수 있는 지역의 문화가 해양 문화인데 항구와 포구라는 지점을 통하여 살필 수 있을 것이다. 해항 도시 부산에는 아름다운 해안 경관과 등대, 해안 산책로 등 다양한 친수 공간이 있다. 아울러 해운대, 송정, 광안리, 송도 등의 해수욕장이 있고 우동의 마리나가 있다. 다양한 청소년 해양 레포츠 공간이 있는가 하면 해양 관광 공간들이 개발되고 있다. 국제 부두와 연안 부두가 있는가 하면 크루즈 부두가 있다. 이는 감천과 다대포 등의 어항과 더불어 해항 도시 부산의 문화를 형성하는 공간들이다. 그리고 국립해양박물관과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등 해양 문화 기반 시설이 있다. 아울러 한국해양대학교와 부경대학교에 해양 수산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가 있고 다양한 연구 기관과 해양 수산 연수원이 있다. 이러한 연구 기관들이 해양 콘텐츠를 개발하고 해양 의식을 확산하며 해양 문화를 활성화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해양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1960년대이다. 한국의 해운업과 수산업은 일제의 식민적 근대화의 일환으로 성장하나 본격적인 것은 되지 못하였다. 일제 강점기 해운업의 경우 조선총독부가 원산, 목포, 부산의 일본 거류민을 지원하여 경영하거나 일본 본국 자본에 의해 독점되는 양상을 보였다. 아울러 일제는 만주 사변 이후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철저하게 제국주의 정책에 부응하는 해운 정책을 실시하였다. 따라서 본격적인 해운업의 발달은 해방 이후에 시작되었다. 수산업 또한 식민지 수탈 정책의 일환으로 장려되고 일본의 연안 어장보다 어장 가치가 월등히 높았던 우리나라 어장을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정책이 실시되었기에 식민지 하에서 급속히 발전하였다. 그러나 해운업과 함께 우리나라 수산업의 발전은 1962년 경제 개발 5개년이 추진되면서 수출 산업으로서의 수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나타났다. 부산은 한국에서 해운업과 수산업의 메카이다. 196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해운업과 수산업의 팽창과 더불어 해양 문화도 더욱 확산되었다. 근대화와 해양화를 동일시하는 관점은 가능하다. 김진현은 1945년의 해방을 대륙으로부터의 해방이라 해석하면서 해방이 대륙과의 단절과 강제된 해양화를 불러왔다고 한다. 냉전의 세계 체제 하에서 섬이 된 한국은 해양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압축 성장은 곧 압축 해양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경제가 특화된 관점에서 진행된 해양화이다. 근대화에 상응하는 한국의 해양화는 국제화, 나아가서 세계화에 부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냉전 체제의 와해와 더불어 본격화된 세계화 시대에 한국은 냉전 체제 하에서 강제된 해양화의 단계를 넘어 ‘해양화의 세계화’ 단계를 맞게 되었다. 해양화의 세계화는 유럽의 해양화, 아시아의 해양화가 진전되는 차원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해양적인 것, 해양의 가치 체계의 지구촌 시대’가 전개되는 것이다. 해항(海港) 도시 부산은 제2의 해양화 시대를 맞아 이를 적극적으로 자기화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제1의 해양화 시대의 국가 중심적인 정책이나 제도, 그리고 기구들이 세계 체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오늘 논의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다만 오늘날 해양화가 세계화나 월경적인 가치, 다문화주의, 해역 시점 등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가령 아시아에서 싱가포르나 홍콩이 모델이 되는 것은 이들 도시가 세계를 네트워킹하면서 다문화적 가치를 일반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해양화에 성공하였다는 뜻이다. 이는 제2의 해양화를 성공시키고 해항 도시 부산을 세계와 연계하는 문화 교류의 결절지로 만들어가는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6·25 전쟁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부산항은 수출입국의 표상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수출입국의 표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부산항이 부산의 시민들에게 개방될 수 없고 국가의 집중적인 관리와 통제 하에 놓인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한다. 즉, 부산항은 부산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부산이라는 도시의 삶에 스며들거나 밀착하지 못하고 부산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한국 전체의 가장 중요한 ‘관문’이면서도 정작 그 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였거나 통제 아래 놓여 있었던 탓에 부산에 해항 문화가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바다로 나아가거나 바다 너머를 상상하는 일이 중앙 집권적인 산업화 정책에 의해 실질적으로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노동력 수출이나 베트남 전쟁 참여를 제외하고 실제로 국가적 경계를 이탈하는 일은 국가의 통치 원리에 반하는 것이거나 국가의 토대에 심각한 누수를 일으키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이 때문에 부산이 나아가는 관문은 국가의 영토를 건너 다른 국가로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 서울을 경유해서만 나아갈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토 재개발과 경제 구조의 형성은 강력한 근대화와 그에 따른 불균등 발전을 가속화하였고 한국 사회 전체의 심성 구조를 서울을 통해서만 사고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부산은 바다 너머로 나아가는 관문이 아니라 서울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하는 ‘지방’으로 인식되었다. 지방으로서 부산은 서울에 의해 재발견되어야만 하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부산이 더 나은 지방이 되기 위해서는 바다를 버리고 대륙으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해운업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 의하여 부산의 해양 문학이 형성되었다. 2. 해양 문학의 본격적 형성-김성식과 천금성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해양 문학은 1970년대 김성식과 천금성으로 대표된다. 근대적인 해양 문학이 본격적인 근대화 과정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냉전 체제의 축소판인 분단 체제에서 섬이 된 한국 사회의 근대화 출구가 부산이 되었고 이와 더불어 부산 지역에서 김성식과 천금성 등 대표적인 해양 문학 작가들이 등장한 것이다. 김성식은 선장으로서의 해양 체험을 해양 시로 표출하였고 천금성 또한 원양 조업의 체험을 해양 소설로 서술하였다. 모두 선원으로서의 생활 양식을 표현하고 재현하였다. 이처럼 김성식과 천금성의 등장은 해양 문학의 사회적 토대가 형성되었다는 문화 유물론적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해양 문학이 내포하는 근대성에 대한 해명이 중요하다. 근대성과 항해의 유비(類比)는 『계몽의 변증법』의 저자들에 의해 오디세우스를 통해 나타난 바 있다. 항해란 무엇인가? 각양각색의 위험과 고난, 유혹과 쾌락을 극복하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가? 이를 근대적인 목적론과 합리성에 견주는 것은 타당할 것이다. 비록 낭만의 채색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근대성의 장식에 불과할 뿐이다. 김성식이 자신의 시적 지향을 보들레르의 『엘바트로스』에 대한 모방적 극복에 둔 것과 천금성이 멜빌의 『모비딕』을 창작의 전범으로 삼되 이를 극복하려 한 것은 비록 우회적 설명이나 이들의 해양 문학이 근대성을 추구하였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들레르의 항해는 일반적인 근대에 저항하는 미적 근대성의 실현으로 보아진다. 김성식 또한 항해를 통하여 근대 사회의 모순들을 미적으로 극복하고자 하였다. 멜빌의 『모비딕』이 근대성의 두 측면을 동시에 보여 준다는 견해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이는 합리성에 대한 지향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난폭한 불합리라는, 근대의 양면성이다. 천금성의 해양 소설 또한 이러한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김성식과 천금성의 해양 문학은 근대 세계로서의 해양에 대한 인식과 선원의 생활 양식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육지에 대응하는 의미에서의 바다 문학[Sea Literature]을 넘어서 대양을 향한 해양 문학[Ocean Literature] 혹은 해사 문학[Maritime Literature]을 형성한 것이다. 영미에서 해양 문학은 Maritime Literature이다. 특히 영국의 경우 이의 하위 장르인 해군 문학[Naval Literature]이 매우 발달해 있다. 김성식이 장보고(張保皐)와 이순신(李舜臣)을 제재로 삼은 시를 쓴 것이나 천금성이 해군 소설을 시도한 것은 주목의 대상이다. 이들에 의해 제1 해양화 시대의 한국 해양 문학이 정립된 것이라 하겠다. 3. 해양 문학의 지평 제2의 해양화와 더불어 해양 문학의 지평은 열리고 있다. 여기서 해양 문학의 지평을 장르론과 연계하면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 첫째 유형은 제1해양화 시대의 해양 문학의 주축을 이룬 해양 문학[Maritime Literature]이다. 실제 해양 국가 영국의 경우 근대 소설은 해양 소설 『로빈슨 크루소』[1719년]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필두로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제임스 F. 쿠퍼, 애드가 알란 포, 허만 멜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 키플링, 조셉 콘라드 등으로 이어지는 해양 문학의 역사를 보인다. 뒤늦게 해양을 지향한 우리의 경우 1960년대 이래 꾸준하게 해양 문학이 발달해 오고 있다. 하지만 해양화의 세계화에 상응하는 작품이 생산되고 있지 못하다. 해양을 주 무대로 하면서 해양 도시들을 잇는 거대 공간을 재현하고, 월경적이고 다문화적인 상상력을 내용으로 하는 서사가 요청된다. 둘째 유형은 해군 소설[Naval Novel]이다. 제인 오스틴과 해군의 관련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영국의 경우 넬슨(Nelson) 등 실명의 해군에 관한 소설들이 매우 발달해 있다. 우리의 경우 해군 소설의 전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순신 서사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요청되는 한편 현대적인 해군 소설의 가능성을 탐문해 가야 할 시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연안역 문학이다. 선진국의 경우 해양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연안역 관리이다. 연안역 문학은 해양 생태 문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구적 시각에서 지역적 연안 문제를 재현하는 해양 생태 환경 문학은 해양 문학의 중요한 하위 장르로 위상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연안역 해양 문학은 다양한 해양 문화 콘텐츠를 배경으로 창작될 수 있다. 어촌과 어항, 등대, 항구, 해수욕장 등 바닷가 모든 공간이 작품의 무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 동안 경험이라는 준거를 강조하는 동안 작가들이 해양 문학의 바탕이 되는 콘텐츠 탐구에 집중하지 않는 측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해양 문학에 있어 경험의 강조는 해양 문학의 성취를 이끌어 내려는 기본적인 비평 전략에 불과하다. 특히 초기 논의는 해양 문학의 범주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데 대한 반담론의 성격이 컸다. 이를 통해 해양 문학의 제 위상을 만들려 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이 ‘경험의 작품화’라는 창작 방법론의 측면에서 해양 문학을 논의해 온 것이 사실이다. 말할 것도 없이 경험의 재현이 지니는 문학적 성과는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전제하면서 이제 해양 문학은 문화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해양 이해력 확대를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열린 지평에서 생산되어야 할 것이다.
16개 구·군에서 진행되는 축제 가운데 해양 문화적 속성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기장 멸치 축제와 자갈치 축제를 들 수 있다. 기장 멸치 축제는 ‘통통 튀는 생생 멸치! 정 넘치는 기장으로’라는 기치로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 일대에서 열린다. 1997년 최초 개최된 이래 매년 5월 초에 관광 특산물을 배경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자갈치 축제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된 자갈치 문화 관광 축제이다.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자갈치 아지매와 수산 시장 특유의 생동감,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을거리, 살거리가 어우러진 해양 수산물 관광 축제이며 여는 마당, 오이소 마당, 보이소 마당, 사이소 마당으로 구성된다. 여는 마당에는 출어제, 길놀이, 만선제, 개막 축하 공연이 있고, 오이소 마당에는 맨손으로 활어 잡기, 생선회 정량 달기, 장어 이어달리기, 맥주 무료 시음 광장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보이소 마당은 생선회 요리 경연 대회, 자갈치 아지매 선발 대회 등이 있고, 사이소 마당으로 수산물 깜짝 경매, 자갈치 수산물 장터, 특산물 난전 거리 등이 있다. 자갈치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이다. 특산품인 다양한 수산물 형태의 각종 캐릭터와 조형물의 행렬, 모형 고깃배와 어부·해녀의 행렬, 전통 혼례 행렬 재현, 6·25 전쟁 당시의 피난 열차 행렬 등이 참가하여 시내를 축제 분위기로 인도한다. 출어제는 출항하는 어선의 안전과 만선을 기원하는 한국 어촌의 전통적인 민속제로, 고유의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용왕굿이 선보이고, 만선제는 오색의 만선 깃발을 펄럭이며 남항으로 입항하는 고깃배를 맞이하는 행사로 불꽃놀이와 환상적인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 이밖에 송도 바다 축제[서구], 절영 축제[영도구], 오륙도 축제[남구], 부산 바다 축제와 송정 해변 축제[해운대구], 광안리 어방 축제[수영구], 다대포 해넘이 축제[사하구], 가덕도 대항 숭어들이 축제와 명지 전어 축제[강서구], 기장 붕장어 축제[칠암리]와 기장 갯마을 마당극 축제[기장군] 등이 모두 해양 축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유사하거나 중복된 경우가 없지 않으나 60여 개의 항구와 포구를 낀 해양 도시에 어울리는 축제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벤트 차원을 넘어서 해당 지역의 장소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