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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조트에서의 아침식사와 아침식사 중 바라 본 방비엥 풍경
리조트로 돌아와 샤워와 면도를 하고 Sunset 레스토랑에서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바게트 빵, 커피, 소시지, 계란 등)를 한 후 루앙푸라방으로 가기 위한 짐을 챙긴다.
9시 30분 Sunset 레스토랑에 모여 방비엥 북부터미널로 갈 썽태우를 기다리는 시간에 대구에서 온 교사가 어제 한국식당에 갈 때 길잡이가 사전협의 내지 동의를 받았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일행들에게 열을 내며 이야기한다. 내가 나서 "우리 일행들이 여행을 하면서 서로 얼굴도 익히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좋게 생각하면 어떠냐?"고 겨우 중재를 해 서먹서먹한 자리를 푼다.
▶ 루앙푸라방 행 여행자 버스(한국산 중고 버스)
▶ 루앙푸라방 버스 터미널, 매표소, 버스내 의자 커버
▶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아기와 엄마
9시 50분 경 리조트에서 썽태우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북부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버스에 승차해 있다. 버스에 짐을 싣고 좌석에 앉아 창 밖을 보니 귀여운 사내아이가 엄마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나를 쳐다 보는 게 아닌가! 버스에서 내려 아이에게 사탕을 주자 까르르 웃는다. 너무 예쁜 모습에 풍선을 불어 주자 빤히 쳐다보며 또 웃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엄마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 보여 주자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출발시각보다 40분이나 늦게 서양 가시나 둘이 큰 배낭을 지고 뚝뚝이에서 내려 버스를 탄다. 그런데 이 서양 가시나들 도대체 예의가 없다. 아무리 급해도 큰 배낭으로 승객들을 쳤으면 그리고 그녀들 때문에 승객들이 40분을 기다렸으면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뉘 집 딸인지? 가정교육이 영 못 돼 먹은 것 같다.
▶ 방비에에서 루앙푸라방으로 가는 첫번째 휴게소 전 이모저모
방비엥을 출발한 버스는 이내 시골길로 접어 든다. 창 밖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도로사정은 위앙짠에서 방비엥 올 때보다 훨씬 안 좋다. 도로변에는 삐쩍 마른 소가 풀을 뜯고 있는데 논, 밭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를 따라 대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어 소가 풀을 뜯을 곳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소가 도로를 어슬렁거리며 무단 횡단을 일삼아 차량운행을 방해하고 있다. 모내기 한지 얼마되지 안은 논, 벼가 제법 자란 논, 벼가 익어가는 논 등 논의 모습도 제 각각이며 밭에는 옥수수를 심었는데 옥수수 키가 작고 열매 또한 작아 보인다. 학교 운동장에는 말, 소, 염소가 풀을 뜯고 있고 집터나 가게 앞 공터에서는 삐쩍 말라 달걀이나 낳을 수 있을지 모를 어미 닭이 병아리를 몰고 다니며 모이를 쪼고 있다. 멀리 풍화작용으로 날카롭게 깎인 석회암 산에는 열대림이 무성한데 구름에 싸인 산 허리가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시냇물은 비가 얼마나 내렸는지 황톳물 급류를 이루고 시냇가로 바나나 나무와 코코넛 나무가 비의 무게를 못 이겨 축 늘어져 있다.
▶ 첫번째 휴게소 식당
12시 10분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한다. 이 휴게소엔 쌀국수와 밥, 음료수 등을 팔고 있는데 점심시간이라 식사하는 손님들로 붐빈다. 게다가 화장실도 무료다. 아들에게 "뭣 좀 먹을까?" 하고 물었더니 안 먹는단다. 군대 제대하고 체중 12kg을 감량한 아들 녀석, 그 의지가 가상하다. 그래도 간식용으로 가져 간 스니커즈를 가방에서 꺼내 주니 웃으며 받아 먹는다. 사실 나도 배고프지는 않지만 쌀국수가 맛있어 보여 한 그릇(8천kip) 사 아들과 나눠 먹으려 했는데 나도 스니커즈 하나로 만족한다. 이 휴게소에서 버스를 같이 타고 가던 한국 대학생 한 명을 만났는데 15일 일정으로 홀로 라오스를 여행 중이란다. 붙임성이 좋은 건실한 대학생같이 보인다. 또, 6살 먹은 아들을 데리고 말레이지아와 라오스, 태국을 15일 일정으로 여행 온 부부를 만났는데 몇 년 전 태국에 파견 근무 시부터 라오스 여행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 루앙푸라방 가는 산길과 원주민 가옥
12시 30분. 버스가 출발하자 이내 멀리 고산준봉이 보이고 이내 산길로 접어드는데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버스는 용케도 잘 빠져 나간다. 산길 곳곳에는 산사태가 수없이 나 있는데 간신히 차가 다닐 정도로만 치워져 있고 길 가를 따라 대나무와 코코넛 잎으로 지은 집들이 군데군데 예닐곱 채씩 집락을 이루고 있다. 이 집들 중 일부는 산사태로 일부가 파손되어 주민이 다치지나 않았나 걱정스럽다. 산자락에는 옥수수와 밭 벼가 심겨져 있는데 화전인 것 같다. 고도는 점점 높아지고 도로상태는 산사태로 더욱 나빠지면서 가팔라지자 버스도 산길을 오르기가 버거운지 속도를 낮추며 매우 힘들어 한다. 라오스가 산악국가란 걸 알고 있었지만 산이 이 정도로 높은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산 허리를 따라 힘겹게 오르는 차창 밖에는 수 십 길의 낭떠러지기가 보이고 멀리 먹구름 아래로 비가 내리는 모습과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볕이 조화를 이루며 멋진 경치를 보여 준다. 버스가 먹구름 속으로 들어가자 세찬 장대비가 10여 분간 버스 차창을 때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볕이 비친다.
▶ 산사태로 수렁에 빠진 대형트럭과 짚차
▶ 산사태 현장
▶ 산사태가 난 주변 마을 풍경
버스가 산 정상에 올랐나 싶으면 또 산이 나타나기를 몇 차례 거듭하고 수많은 고산 마을을 지나 40분 쯤 달렸을까? 버스가 또 정차한다. 고장인가 싶어 내렸더니 도로 앞 쪽으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100여m 앞에 산사태로 수렁이 된 진창에 대형트럭이 빠져 있고 그 옆으로 나오던 짚차도 빠져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마을 여자들은 고개 위에서 구경을 하고 있고 남자 열댓 명이 짚차를 밀고 당기고 있다. 이 때다 싶어 고산마을 촬영을 위해 마을로 갔더니 꼬마 녀석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사탕과 풍선을 주고 아이들과 사진도 찍었다. 뒤돌아 서는데 아까 함께 사진을 찍은 사내아이가 손가락만한 찐 옥수수를 가지고 와 사라고 한다. 1,000kip짜리 지폐를 하나 주니 고개를 흔들기에 한 장 더 주니 고개를 끄덕인다. 기분 좋게 작은 옥수수 세 통을 산다. 이 꼬마 녀석의 바가지에는 찐 옥수수 세 통을 한 묶음으로 한 옥수수가 5~6다발이 더 있었는데 어떻게 금방 옥수수를 쪄 버스 승객들에게 팔 생각을 했을까? 혹시 집에서 점심으로 먹으려던 걸 가지고 나온 것은 아닐까? 여하튼 이 녀석의 순발력과 장사 수완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옥수수를 사 마을 쪽으로 걸어 가보니 대나무와 코코넛 잎으로 만든 전통가옥이 보인다. 길가 벼랑 위에 지어진 허름한 산촌마을과 전통가옥들은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문이 열려 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집안을 들여다 보니 대나무로 짜 만든 방바닥엔 몇 개 안 되는 가재도구들과 옷들이 한 쪽 줄에 널려 있고 역시 대나무로 짜 만든 벽에는 놀랍게도 평면 TV가 걸려 있다. 이 산골의 허름해 보이는 집에도 평면 TV를 볼 정도라면 이 곳 사람들의 경제력과 문화에 대한 갈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산골마을 가게에서 아이들에게 줄 우유를 사는 여행객
이 산골에도 과자와 사탕, 음료수, 생필품을 파는 작은 구멍가게가 있지만 진열된 물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가게에서 서양 여자 가 과자와 우유를 사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이 곳 아이들은 참 밝고 순진하다. 60년대 우리 나라 시골아이들처럼 옷은 비록 남루하고 흘러 내리는 누런 콧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옷에 닦지만 아이들의 구김살 없는 얼굴과 미소가 친근감을 갖게 한다. 아이들과 어울려 풍선도 불고 막대 사탕도 나누어 주며 나의 어린 시절 미군들에게 초콜렛 얻어 먹던 생각에 잠시 잠긴다. 이리 저리 몇 채 안 되는 산골마을을 돌아보고 아이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버스로 와 보니 수렁에 빠졌던 짚차가 마을 젊은이들의 손에 이끌려 진흙 구덩이를 빠져 나왔고 뒤에 기다리던 차들이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꼬마 녀석에게 산 옥수수를 아들과 나누어 먹는데 이 산촌마을 사람을 닮아 비록 크기는 작지만 맛은 일품이다. 버스가 시동을 걸자 버스 승객들이 모두 승차를 하고 버스도 조심스레 그 지역을 빠져 나온다. 버스 차창 밖에는 아이들이 해 맑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든다. 비록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50년 전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온 기분에 눈물이 팽 돈다. 이 곳에서 시간을 좀 지체했지만 라오스 산촌마을 아이들과 산촌마을을 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은 좋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고갯길을 오르다 멈춰버린 버스
▶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윗옷을 벗고 길에 앉은 서양인, 버위를 피해 나온 승객, 바바나꽃, 길을 걷는 라오스 원주민
수 백 구비를 돌고 돌아 고개를 오르던 버스는 조금 전부터 뒷 쪽 엔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기어이 더 못 오르고 길가에 정차한다. 승객들이 모두 하차하고 기사가 뒷 쪽 엔진을 열더니 팬 벨트가 늘어져 헛돌고 있다. 다른 것으로 교체하려 하나 맞는 팬 벨트가 없다. 이 산중에서 어디서 팬 벨트를 구한단 말인가? 기사는 어딘 가로 휴대폰으로 통화 하고 조수는 벨트를 조인 나사를 푸는 등 바쁜데 승객들은 태연히 그늘에 앉아 기다린다. 프랑스 청년은 웃 옷을 벗고 도로 한 복판에서 일광욕을 하는데 애인인 듯한 처녀는 사람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다가가 키스 세례를 퍼 붓는다. 또 한 프랑스 아가씨는 남자 친구에게 매달리 듯 팔을 잡고 있다. 내 눈에는 좀 거슬리지만 우리 나라 젊은이들도 가끔 지하철에서 남녀가 껴 안고 있는 모습이 생각 나 웃고 만다. 6살 먹은 아들을 데리고 온 사람이 기사가 전화하는 걸 들으니 앞으로 40분 쯤 걸린다고 한다. 자기가 태국에서 몇 년간 근무해 태국어를 할 줄 아는데 라오스 말과 태국 말은 80% 정도가 같아 대충 알아 듣는다고 한다. 그래! 다행이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고 주변을 서성거리다 바나나 나무 숲에서 바나나 열매 끝에 달린 꽃을 발견했다. 여태 바나나 열매는 봤어도 바나나 꽃은 처음이다. 사진을 찍어 일행들에게 "바나나 꽃을 본 적이 있는가?" 하고 물어 봤더니 본 사람이 없다. 잠시 후 라오스인 할머니 두 분이 등짐을 지고 지나간다. 산에서 뭔가 채취해 가는 모양이다. 봉고차가 지나가자 방비엥에서 지각했던 서양 아가씨 두 명은 봉고차를 세우더니 버스에서 배낭을 내려 봉고차를 타고 사라진다. 영국인 청년이 하나가 일어나 봉고차를 향해 "God. Damm. Italian!"이라고 큰소리로 욕을 해 댄다. 내가 봐도 정말 싸가지 없는 처자들이다. 차가 멈춰 선지 50분 가량 됐을 때 오토바이 1대가 나타나고 팬 벨트를 건네 준다. 기사와 조수가 팬 벨트를 교체하고 시동이 걸리자 승객들 그 동안의 기다림도 잊고 모두 기사와 조수에게 박수를 쳐 준다. 정차한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 두 번째 휴게소 전경
▶ 휴게소 전망대에서 아들과 기념촬영
▶ 휴게소에서 바게트 빵 샌드위치를 파는 부부와 홀로 노는 아이
버스가 30여 분 산 허리를 타고 구비구비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고개 정상 휴게소에 정차한다. 꽤 큰 이 곳 휴게소에는 전통공예품 상점과 식당 등 10여 개가 상가를 형성하고 있다. 식당에선 쌀국수, 치킨, 밥, 음료수, 바게트 샌드위치 등을 팔고 있는데 손님들이 꽤 많다. 식당 앞 바게트 샌드위치를 파는 곳은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부부(?)가 만드는 샌드위치(10천kip)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이 샌드위치 하나와 음료수를 사 아들과 나눠 먹었는데 맛이 그런대로 훌륭하다. 공예품 상점 앞에는 토끼 만한 쥐가 전시되어 있는데 팔려고 내 놓은 건지 애완용인지 모르겠다. 식당 뒷 편으로 가니 산 아래 풍경이 펼쳐진다. 이제 막 산을 넘는 구름의 모습과 높은 구름 사이로 내려 쬐는 햇볕에 비치는 멀고 가까운 산들의 모습이 정말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또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공기가 정말 신선하다. 휴게소 앞 마당 한 견 모래를 쌓아 놓은 곳에선 꼬마 한 녀석이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신나게 놀고 있다. 18시 30분 석양을 따라 버스는 휴게소를 출발한다.
▶ 루앙푸라방에서 머문 CHANNUANE 게스트하우스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어둠을 뚫고 산길을 돌고 돌아 오후 8시가 다 되어 버스는 루앙푸라방에 도착, 길고 긴 여정을 끝낸다. 거의 10시간에 가까운 여정을 사연도 많았지만 무사히 데려다 준 버스와 버스 기사에게 큰 박수로 이별을 고한다. 5분 쯤 걸어 G.H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내일 일정을 협의한다. 이 곳 시외 관광지를 돌아 보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의 의견을 들어 아들과 오전엔 걸어서 시내 투어를 하고 오후엔 꽝시폭포를 예약하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우리 일행들은 전일 투어팀 2명, 오전 빡우동굴 팀 2명, 오후 꽝시폭포 팀 4명으로 하고 길잡이에게 예약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