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편지]

'야, 우리기차에서 내려!'를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유치원 벤치에서 차를 마시며 읽었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 YES24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 YES24

 
맨 처음에는 혼자 조용히 그림책을 읽으며 나의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지점을 찾았다. 나는 기차가 어둠을 달리는 장면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 그림책을 읽었던 시기에 양평원 폭력예방 강사 과정 시연평가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양평원 평가라는 어둠을 통과하는 기차처럼 느껴졌기 때문인 듯 하다.
 
A선생님은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의 그림이 와 닿는다고 했다. 요즘 너무 피곤해서 이 아이처럼 침대에 누워있고 싶다고 하셨다. B 선생님은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고 신나보인다고 했다.
 
다 같이 그림책을 읽고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이야기했다.
나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라는 문장이 날 끌어당겼다. 나는 지금 어느 기차를 타야할지 모르겠고, 나는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 삶을 즐기고 싶은데 그 기차를 못 잡았고 느껴져서다.  C선생님은 호랑이가 기차에 태워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원래 강한 호랑이가 유순해 보여서란다. A선생님은 아이와 개가 안갯 속에서 유령놀이를 하는 장면에 대해 말했다. 기차가  가는데 안개가 방해가 될텐데 좌절하지 않고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부럽고 했다. B선생님께서는 모든 것이 꿈인 줄 알았는데  엄마가 마지막에 '우리 집에 웬 동물이 이리 많은 거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꿈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했다. D선생님은 맨 앞장에 '빨리 가서 자야지, 내일 아침 일찍 학교 가야 되잖아.'라는 문장에 대해 말씀하셨다. 친구들과 놀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더 놀고 싶어도 '내일 아침 일찍 학교 가야 되잖아.'라고 자신에게 말한단다. 출근하면 할 일도 많고 예쁜 학생들도 많은데 밤마다 내일을 걱정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타고 싶었던 기차에  누군가 날 태워주지 않았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간제 교사인 선생님은 학교에서 모두가 함께 하는 활동에 누가 타지 못하게도 안하는데 스스로 기차에 타지 못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비교과인 우리도 교내의 다양한 활동에 우리도 학교에서 타지 말라고 하지도 않는데 스스로 기차에 타지 않았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앞으로는 용기내서 기차에 타자는 다짐도 했다. 예전에는 모르지만 지금은 비교과라고 하여 기차에 못 탄다는 규정도 없는데, 함께 하면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경우 모두 반겨주실텐데도 위축 되었던 적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10년 전 교직원 친목행사에 참여하려고 했을 때 한 관리자는 보건실을 비우면 안 된다는 논리로 기차에 타지 못하게 했다. 학생들과 어떤 활동을 하려고 하면 관리자가 보건교사가 뭘 그런 것 까지 하냐며 기차에 못타게 한 경우도 있었다. 기차에 타고 싶던 나의 마음과 기차에 타지 못하게 했던 관리자, 우겨서 기차에 탔을 때 달리는 기차에서 떠밀던 관리자 한 분이 생각나 잠시 서러웠다. 학교 다닐 때, 직장에서, 사회에서 우리는 기타에 타는 걸 거부당하면 슬프지만 그렇다고 그 슬픔에 빠져 있기보다는 그 슬픔 속에서 축제를 열자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다독였다.
 
이번에는 내가 혹시 누군가를 기차에 태워주지 않은 적은 없는지, 기차에서 누군가를 밀어버린 적은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나는 내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힘든 날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내 기차에 상대를 태워주지 않았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학교에서 보건실이라는 기차에 올라타고 싶어하는 많은 학생들을 나는 어떻게 대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잠시 반성했다. 영양샘도, 상담샘도, 유치원샘도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를 찾는 학생들을 기꺼이 신나고 행복한 기차에 태워주자고 약속했다.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너무 마음이 평온했다. 그 날 이후 서로 마주치면 "오늘 기차에 사람들 많이 태워주셨어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이 기차에 태워주었거나 태워주지 못했던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나는 동아리 활동에서 읽은 책들을 보건실에 비치하여 아픈 학생들에게 읽어준다.   4학년 한 남학생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은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라는 문장에서 몸과 마음의 반응이 있다고 했다. 상대방의 사정은 듣지도 않고 얼굴 보자마자 '기차에서 내려!'라고 말하면 태워주라고 말한 동물들이 서운할 것 같단다. 자신도 어떤 경우 잘 못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자신의 사정은 들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화를 냈던 일이 이 말에서 생각난다고 했다.

학생과 이야기하고  '그래,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 앞으로는 그런 점을 경계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