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10월 23일에는 인제 만해마을에서 강원문인협회(회장:남진원) 행사가 있었는데 춘천여성문학회 행사와 같은 날 같은 시간대라 나는 춘천여성문학회 행사에 참석하느라 불참했는데 참석 못한 회원에게는 문학지를 보내줬는데 이제야 카페에 올립니다.
명을 잇는 조각보
심영희
우리나라 여인네들은 보자기를 참 많이 사용하였다. 지금이야 웬만한 물건은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지 보자기를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의 우리 어머니들 세대에는 보자기를 늘 입고 있는 옷만큼이나 가까이에 두고 사용했다. 보자기 크기도 쓰임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조각조각 천을 붙여 만들어 놓은 조각상보를 보고 천이 없어서 저렇게 조각을 이어서 만들었을까 의문이 생기면서도 옆에서 보면 그것도 아니다. 멀쩡한 천을 가위로 조각조각 자르고 꿰매서 상보를 만드는 것이다.
어른들이 바느질 연습을 하느라 그런 것도 아닌데 거의 밥상보는 조각 천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이불보는 넓은 천도 좁은지 두 폭을 이어서 크게 정사각형 보자기를 만들었다. 보자기의 특징은 정사각형이라는 것이다. 직사각형은 귀가 맞지 않아 물건을 싸기에 나쁘다. 원으로 된 두레반이나 밥상보를 제외한 나머지 보자기는 크든 작든 무조건 정사각형이다.
나도 어른이 되어서 조각이불과 조각상보를 만들며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보자기를 조각조각 이어서 만드는 것은 천이 없어서가 아니라 천을 조각조각 잇듯이 사람 목숨이 연이어 오래 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생일날 저녁에 꼭 잔치국수를 해주면서 국수가락처럼 명이 길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특히 조각보는 목숨을 잇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요즘같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살면서 생명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조각보를 많이 만들어 장수할 수 있다면 나는 매일매일 조각보를 만들 것이다. 젊어서는 갑사나 비단으로 직접 밥상 보를 만들어 썼는데 그때도 조각보를 즐겨 만들었다. 갖가지 모양을 내고 색깔을 맞춰 만들었던 조각보도 늘 내 마음을 즐겁게 했다. 열 쪽이나 열 두 쪽을 이어 붙여 원형으로 조각상보를 만들면 정말 예쁘다.
조각보가 아니라도 요즈음 선물을 싸주는 보자기는 그야말로 예술에 가까운데 그 보자기가 그냥 보자기가 아니라 복을 비는 마음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조각보는 조각조각 잇듯이 목숨을 잇는다 하여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담아 장수하기를 기원했으며 보자기에 싸는 것은 물건을 싸지만 거기에 내포되어 있는 뜻은 많은 복을 싸는 것이다.
갓난아기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강보에 싸게 된다. 조금 더 자라면 더 크게 만든 보자기로 아기를 등에 업을 때 포대기로 사용했고 평생 이불보로 쓰였고 북망산천(北邙山川) 갈 때도 우리민족은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덮게 되는데 이것도 보자기 형태인 것이다.
또 보자기는 쓰임새에 따라 밥상 위에 음식을 덮는 것은 상보, 식탁 위에 덮으면 식탁보, 이불을 싸 놓으면 이불보, 4~50년대 학생들처럼 책을 보자기에 싸가지고 들고 다니거나 메고 다녔던 것을 이름 하여 책보 또는 책보자기라고 불렀다.
형태나 재료에 따라 수를 놓으면 수 보자기, 조각을 이어 붙이면 조각보, 모시로 만든 모시보자기, 삼베로 만든 베보자기, 비단으로 만든 비단보자기, 무명으로 만든 무명보자기라 이름 붙여 불렀는데 내 어린 시절에도 많이 보아왔던 보자기들이다.
이외에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보따리”가 있고, 늘 심술궂은 짓만 하는 “심술보따리”, 베풀 줄 모르고 욕심만 부리는 ”욕심보따리” 도 있는데 욕심보따리 심술보따리는 되지 말고 복을 보자기에 많이 싸는 “복 보따리”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조각보는 예술적 감각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집안을 꾸미는 장식품이기도 하다. 요즈음 크기에 따라 나오는 가방에 물건을 넣으면 편할 것 같아도 보자기가 훨씬 편하다. 우리 한지공예 반 수강생들이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러 갈 때 마땅한 가방이 없어 작품을 보자기로 싸서 가지고 가는데 작품 크기에 맞춰 보자기를 싸면 볼품도 있고 그렇게 간단할 수 없다며 명절 때 받은 선물 보자기가 총 출동한다. 보자기에 복을 싸서 좋고, 그 속에 든 물건이 망가지지 않아서 좋으니 일거양득이다.
텔레비전에 나왔던 서울에 사는 노부부는 조각보를 전문으로 만든다. 할머니 혼자 동대문에서 천을 사다가 규격에 맞춰 자르고 재봉틀을 돌리고 다림질을 하여 만든 조각보는 서울 인사동에서 인기리에 팔린다고 한다. 함께 사는 할아버지는 서당개 삼 년이라고 옆에서 보고 배워 자르는 것은 못해도 재봉은 할 수 있다며 천을 재봉에다 박는 장면이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이 노부부는 조각보를 많이 만들었으니 장수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복도 많이 싸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1년 작)
첫댓글 (붙)참했는데~
오타 수정을~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