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주씨(24세 가명). 그녀는 가족들로부터 받은 심한 모멸감으로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자신감을 잃어버렸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목사님은 기도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하나님까지 그녀에게 꾸짖는 것 같았다.
친구의 소개로 크리스천마음연구회(대표:김세준)를 알게 된 민주씨는 심리극을 통한 치료를 받게 됐다. 엄마와 아빠의 자리에 서서 객관화된 자신을 꾸짖기도 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에서 그런 모멸감을 새롭게 접하기도 했다.
한 시간 여 진행된 심리극 치료를 통해 민주씨는 드디어 자기 속에 감춰둔 ‘언어’를 되찾았다. 자신을 변호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자 비로소 잃어버린 자신감에 눈뜨게 됐다. 또한 하나님이 엄마 아빠처럼 자신을 꾸짖을 것이라는 잘못된 시각도 수정함으로써 기도의 자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크리스천마음연구회는 사이코드라마로 불리는 심리극의 이런 가능성을 목회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심리극은 연극의 기능을 활용한 심리치료방법이다. 자신의 삶과 생각을 스스로 연기자가 되어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연기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새로운 앎을 얻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극에 참여했던 이들의 목소리도 매우 긍정적이다.
“내적 상처를 치유하는 것의 차원을 넘어 하나님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에너지의 발견이다”(<새벽이슬> 안현아 기자) “기다려지는 마음의 극장이며, 나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명지대 교목실 김신자 전도사), “현실의 어려움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현실을 이기는 용기도 생기게 되었다”(사랑의교회 복지관 강지현), “선교사 같은 특수사역자들의 영적 훈련에 도움이 된다”(장차진 멕시코선교사).
김세준 목사는 심리극이 추구하는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선 감정정화(catharsis)를 시킨다. 강력하고 갈등적인 감정이 있을 경우 이런 감정을 자각하고 통제할 수 있으려면 우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정화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주면서도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심리극에서는 연기자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의 정화는 이완을 가져다주지만, 그 자체가 개인을 성장하도록 만들지는 못한다. 자신의 억압된 감정과 관련된 소망과 기대가 무엇인지,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대상표상과 자기표상의 세계가 어떤 지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심리극은 개인의 내면세계를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이를 이해하면서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의식에 통합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화해할 수 있게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상적이고 과대한 요구를 버림으로써 수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자기통찰의 과정이다. 심리극은 이처럼 자기와 타인의 행동 감정 동기 욕구에 대해 통찰을 통해 이를 자기와 타인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전체적인 자기와 타인의 상에 통합한다. 이를 통해서 안정된 자기와 타인상을 형성하고 심리적으로 성숙하게 된다.”
심리극은 또 역할 훈련의 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역할 목록에 없거나 잘 형성이 되지 않은 역할을 가상적 상황에서 연습하고 익힌다. 이처럼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할수록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다.
청소년 교육현장에 심리극이 도입될 경우 다양한 역할과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여 주고 적응력을 키워 줄 수도 있다. 특히 결혼이나 직장 선택을 앞둔 성인들에게 있어서는 불확실한 미래를 연극이란 가상적 상황을 거침으로써 미리 미래를 살아볼 수 있게 만든다.
심리극을 목회영역으로 가져오는 이런 시도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리 목회의 놓쳐버린 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성도들이 목회자에게 갖는 이미지는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보다는 오히려 꾸짖고 가르치는 권위적인 아버지의 얼굴이 더 강하다.
이 때문에 성도들이 안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어머니의 모습을 목회에서 회복하는 일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심리극은 상처를 가진 성도의 자리에 함께 참여하는 과정이란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서구에서 크리스천 심리극은 ‘비블리오드라마(Bibliodrama)’의 형태로 발전됐다. 이것은 집단을 구성해 성서의 이야기를 행위로 다시 재현하는 작업이다. 참여자들은 성서의 전통을 그 동안 지식적으로 배워오던 것에서 벗어나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서로 나눔으로써 성서의 이야기들이 오늘이라는 시간과 공간에 다시 살아 있게 만들어 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생의 다양한 경험들을 다루는데, 가족과 형제의 위기, 남녀관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들, 정의와 불의, 자유와 탈출, 사랑과 배신 등 오늘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다양한 딜레마 등이 그것들이다. 예술과 치료 종교의 통합이라 볼 수 있는 비블리오드라마 기법은 이미 유럽에서 주일학교 교사 및 교회 지도자들 사이에 시행되어 왔고 청소년교육에 흔히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의 경우 이런 기법에 무관심한 것은 물론 전문적 식견을 갖춘 디렉터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크리스천마음연구회는?
크리스천마음연구회의 태동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기 싫어하는 배타적인 기성 목회세계에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모임에는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 이사인 김 목사를 비롯해 정신과 전문의 배경도씨, 정신보건임상심리사 박혜성씨, 치료레크리에이션 전문가 지경주씨, 영남대에서 가족학을 가르치는 이미옥씨, MBTI연구소 연구원인 이정희씨, 영화음악 전문인 박안나씨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고 있다.
크리스천마음연구회는 이미 시작한 크리스천 심리극 교실을 비롯해 치료레크레이션 교실, 비블리오드라마, 집단의 공적인 문제를 함께 느끼며 해결책을 찾아보는 소시오드라마 등은 물론 가족치료, 아동발달과 우울증, 불안, 지능, 치매 등에 대한 진단검사와 MBTI, MMPI 등의 성격 적성 검사, CCM 교실 등도 개설할 예정이다. 또 대상을 확대해 선교사와 신학생,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생 등에게도 참여 기회를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