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3차. 7, 남산에 내리는 눈
남산에 무심히 내리는 눈
얼어붙은 땅위에서는 꽃을 피울
땅으로부터 기운을 받고자 함인가
추운 겨울날에도 대지는 포근하네
용산에 살고 있는 이는 사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죽음을 선택한 병든 자였으면 어떠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술에 취한 주정뱅이 꾼
남산에 하얀 눈꽃 송이를 바라보고
추억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으면 만
그것은 옛이야기로만 남아 있을 뿐
추억이라는 것은 차 한 잔을 마신 수 없네
병든 자들의 저항도 아니지만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가중처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 아니랄 수 없다는 그것을 알고 있나
모르고 있는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백치인가
아니면 주정꾼들 같은 행위로 변해 보려나
순간은 면할 수는 있을지라도 오랜 시간
시간은 그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그것을 모르는 거
알면서도 버티어 보자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저항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는 자의 저항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야말로
남산에 내리는 눈이야말로 거짓이 없으니
바람이 불어와 날리는 이 순간에도 용산은
바람 한 전불지 않고 적막강산이라는
철벽을 두르고 장악을 치고 있구나
무지한 자의 말로는 무지한 몸으로 종결되고
어떠한 법의 심판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법을 알고 있는 이들의 억측 판단은
괴변을 내뱉고 있는 이들의 저항
그것은 자신의 육신을 조여 오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는 얼굴에 철판을 걸었네
남산에 눈이 내리어 쌓이는 것을 용서하지 못하는 듯이
바람이 불어오는 남쪽으로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
멍해지는 머리를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알 수 없는 사연이 자꾸만 밀려오는데
바다도 아닌데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바람아 불어라 어서 불어라
바람이 부는 소리에 겁에 질린 자들
그들에게 있어서 눈길은 미끄럽게 느끼리라
먼 길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이 내리고 있어
비만 오면 녹아내리고 말 것이 이만
눈이 내리는 길에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
남산에 눈꽃으로 장엄하고 있구나
눈꽃으로 장엄하고 있는데 남산은
비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음이네
권력을 빼앗길 가바 그러한 행동하였는가
더러는 힘에 겨운 날도 있었지만, 그것은 민중의 편에
민중의 편에 있으면 겁쟁이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권력을 남용하려고 했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미역국을 먹고
젓을 먹고 사는 날을 기억할 수 없는 몸
그렇게도 인욕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나
인욕이라는 것은 정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먹고 사는 날부터 인욕이 필요함이네
2025년 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