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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이 주목하는 K-조선!? 존스법과 미국 조선업
"지난 1월 발표된 군사력 순위에서 미국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미국의 군사력은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막강한 것으로 유명한데, 실제로 국방을 위해 연간 약 1,2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고 있어 세간에서는 미국을 ‘천조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이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 일부 군사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는 추세다. 바로 ‘해군’이다. 실제로 미 무역대표부가 중국의 조선/해양/물류업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동향과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존스법’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존스법의 탄생
미국은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의 대백색함대(Great White Fleet) 계획을 기반으로 선박을 대량 생산하고 미국 조선업 인프라를 늘려 대규모 해군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로 인해 1907년부터 미국 조선업 인프라 구축은 활발해졌고, 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쟁에서 군함과 물자 수송 선박들을 공산품처럼 생산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 바 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 조선업은 군함과 상선을 건조하며 쌓은 조선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자국의 조선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1920년 ‘존스법’을 도입하게 되었다. 존스법, 혹은 존스액트(Jones Act)라고 불리는 이 법률은 1920년에 제정된 미국의 법률 제27조를 지칭한다. 이 존스법의 핵심은 미국에서 만든 선박만이 미국의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물품과 승객을 운송할 수 있다는 강제 규정이다.
실제로 존스법은 미국 조선업의 부흥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됐다. 미국 내에서 만들어 소유해야 하니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보장한 것은 물론, 존스법의 보호 아래 미국 조선소는 글로벌 경쟁 없이 자국 내 선박 건조를 독점할 수 있었다. 국가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군함과 같이 보안이 중요한 제품과, 그 외 상선들 역시 미국 조선소에서 미국인들에 의해 제작된 선박이니 그 신뢰도와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 환영받았다.
이처럼 존스법이라는 강력한 울타리를 통해 경쟁할 상대가 줄어들었으니, 미국 조선소들은 점점 생산능력을 개발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을 투자해 선박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미국 조선업의 쇠퇴와 해군
시간이 지나고 경제가 발전하며, 미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노동력이 많이 소모되는 제조업 등에서 탈피하는 ‘탈산업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바람은 미국 조선업에도 불어오기 시작했다. 존스법으로 이미 수익과 일자리가 보장되었으니, 생산 기술 개발에 투자를 점점 줄여 나가게 된 것이다. 하여 1960년대를 기점으로 미국 조선업은 조선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킨 일본에 밀려 1980년대까지 글로벌 선박 건조 비중이 점진적으로 낮아졌다.
이에 더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자유 경쟁을 중시하며, 미국 조선업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축소했다. 보조금 축소와 더불어 계속된 경제 호황에 따른 임금 상승으로 인해 제조업 기반 사업들은 미국 내에서 쇠퇴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더불어 1980년대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우리나라와 중국까지 가세하자 조선 시장에서 미국 조선소의 입지는 이후 급속도로 좁아졌다. 실제로 2020년 미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자 입찰에서 이탈리아 국영 조선소에 밀린 바 있으며, 2023년 전 세계 선박 건조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13%에 불과하게 되었다.
이러한 쇠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바로 미 해군이다. 특성상 해전(海戰)은 군수 물품과 함선, 전투함 등 무기의 소모가 많다. 그러니 이 소모가 전력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속한 조달이 필요한데 이것이 미국 조선업의 쇠퇴로 불가능한 것이다. 미국 조선소는 전투함과 함선을 제작하는 기간이 긴 것은 물론, 생산 기술력 역시 현재 조선업 강국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이다. 게다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존스법의 한계
미국 내 조선업체들은 건조 기간도 길고 비싼데, 인건비가 싸고 기술력이 좋은 해외 조선업체를 활용할 수 없어 미 해군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조선업 현대화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으나 수십년의 기술 격차와 관련 전문가의 부재로 인해 녹록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 조선업 회복을 위해서 수십 년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존스법을 꼽을 수 있겠다. 존스법으로 인해 미국의 함정과 전투함은 미국 조선소에서 만들어져야만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의 업체와 기업에게 제작을 맡길 수 없다. 게다가 해외에서 전투함이나 잠수함을 만들어 수입한다 해도, 미국 조선소에서 만들어진 미국 배가 아니기 때문에 운용에 제약과 한계가 생긴다. 미국의 해운업 발전을 위해 강력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이 존스법이 이제는 미국 조선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셈이 된 것이다.
하여 미국 내에서도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존스법이 보장하는 미국 조선소의 일자리와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는데 실제로 미국 해양청에 따르면 존스법으로 인해 약 65만 개의 일자리와 1,500억 달러의 경제 창출을 보장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안주한다면, 미국 조선업은 끝없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 존스법을 찬성하는 입장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해당 법안을 섣불리 폐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본격적 미국 진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우호국이자 조선 강국인 우리나라에 미국 조선업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훨씬 적은 비용과 짧은 기간 내에 고품질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여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조선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속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며, 우리나라의 미국 조선업 시장 진출에 추진력을 더했다. 이 미국 조선소 인수로 인해 존스법을 위반하지 않으니, 미 해군의 발주를 받아 군함을 건조할 필수 조건과 자격을 갖추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 필리 조선소는 필라델피아 해군 기지와 가까워 MRO 사업 확대 및 수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잠수함, 전투함과 같은 특수선은 제작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유지와 보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부가 가치가 대단하다. 이러한 유지/보수 산업을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사업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규모는 약 78조 원 수준이고, 그 중 미국의 시장 규모만 연간 약 20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나라 방산 시장의 성장과 고도화가 기대된다.
전략적 움직임과 진보를 통해 ‘K-조선업’이 중동∙동남아∙유럽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수출 영토를 확장한다면, 우리나라의 해운업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의 미국 조선소 인수가 우리나라의 선박들이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미래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