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문가칼럼
[백영옥의 말과 글] [396] 기도에 대하여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5.03.07. 23:50
어릴 적, 기도 중간에 실눈을 뜨고 기도하는 사람 얼굴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쏟아지는 소망의 내용이 길수록 사람은 저마다 절박함이 깊구나 싶어 가슴이 울렁였다. 그때 내 기도는 주로 원하는 물건 목록이었다. 간절함을 담아 기도하면 이루어진다고 믿은 어린 신앙은 점점 물건뿐 아니라,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게 해달라는 소망으로 이어졌다. 직장인이 되자 기도 시간만큼 한탄의 목록도 길어졌다. 문학 공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면, IMF만 없었다면, 집을 샀더라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거라 원망한 것이다. 하지만 야근 때문에 늦잠을 자고 코앞에서 놓친 버스 앞에서 나는 ‘그 장애물 자체가 내 삶’이란 걸 깨달았다. 그러니 지금까지 내 간절한 기도의 내용은 모두 틀린 것이었다.
이제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을 때 기도한다. 한없이 추락하던 어느 날엔 위로를 줄 단어를 찾기 위해 기도한다. 기도의 말이 하늘에 닿기 전, 우선 내 귀와 가슴에 닿기를 원한다. 시인 ‘타고르’는 “고통을 멎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그것을 극복할 용기를 달라”고 기도했다. 성공의 은혜가 아니라 “실의에 빠졌을 때 당신의 귀하신 손을 잡고 있음”을 알게 해달라고 말이다. 나는 이제 작가로 큰 업적을 남기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읽고 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위해 기도한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하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지혜를 바란다.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이를 많이 봤다. 그러나 포기가 곧 실패는 아니다. 때론 멈추는 게 더 큰 용기일 수 있다. 그러니 기도의 응답은 바라는 걸 이루는 게 아니라, 흙탕물 같은 자기 마음을 정화해 평정과 냉정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이젠 기도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와 다짐이란 생각이 든다.
만약 기도하는 모든 이의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좋아질까. 우리 삶에 맑은 날만 이어진다면 이 땅은 꽃과 나무 없는 사막이 될 것이다. 어둠 속에서는 별을 볼 수 있고, 빗속을 통과하면 무지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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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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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프라우다
2025.03.08 07:29:01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착한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세요.기도만으론 아무 것도 이룰 수없다.신도 귀신도 영혼도 사후세계도 없다.돌아가신 부모가 찾아 온적이 있는가.정말 영혼,귀신이 있다면 자주 찾아 왔을 거다.그게 부모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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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나라
2025.03.08 06:48:45
기적은 어느 종교든 갖고 있고 무당에게도 있다. 내가 믿는 종교만이 유일신이고 최고의 가치라는 관념을 버려야 다툼과 분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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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ya7
2025.03.08 05:05:50
삶이 코너에 있을때, 아무에게도 나의 어려움을 얘기할수 없을때 내가 의지할 전능하신 하나님이 있다면 그때 나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의 마음 이해할수 없지만 하나님은 이해하십니다. 그리고 주님의 위로와 사람으로 붙들어 주시죠.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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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mond90
2025.03.08 04:57:14
우리 삶에 맑은 날만 이어진다면 이 땅은 꽃과 나무가 없는 사막이 될 것이다.맞아요.살다보면 비오고 눈내리고 바람불고 스산한 날들이 있지만....우리나라도 이런 환란속에 종북주사친중반미하는 인간들이 사라지고 찬란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더 굳건해 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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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5.03.08 01:49:58
4대 복음(공관복음)서를 읽다가 보면, 많은 기적을 일으킨 장면에서 제자들이 놀라워 하며 묻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적들을 행할 수 있는가!" 예수의 대답은 "기도 밖에 없다."라는 답이 나왔고, "나의 기도는 한 번도 땅에 떨어진 적이 없다." 도 말씀하십니다. 곰곰히 들여다 보면 예수는 나를 위한 기도보다는, 타인(병자)의 치유를 위해 기도를 하셨습니다. 기도가 이뤄질때는 '나와 하느님과 일치가 되었을 때'라던 사제의 조언도 기억합니다. '타인을 위한 기도의 공덕이 나로 향함.'을 기억하며 잠에서 깨어나 숨을 쉬는 동안은 기도를 합니다. 나에게 기도의 공덕이 돌아오지 않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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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민
2025.03.08 01:35:23
조선일보에서 이런 감동스런 칼럼을 다 접하게 되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솟아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