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모임은
프란츠 카프라의 '변신'을 읽었습니다.
대전대학교 왕돈가스에서 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나눴습니다.
추억의 메뉴 '참치볶음밥'이 사라져 상심했지만, 이를 알아챈 사장님이 손수 만들어줬습니다.
시작부터 인정이 넘쳤습니다.
참여자는 '장경호, 이지윤, 박서연, 조아라, 장다혜, 김정현'으로 완전체를 이뤘습니다.
올해 초 3명에서 시작해서 6명이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독후 활동(나누고 싶은 구절, 소감)
경호)
■ 소감
가족의 기대와 고정된 역할 속에서 욕구가 억압받진 않았을까? 욕구를 억누른 삶이 벌레라는 비극적인 형태로 표현된 것은 아닐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레고르가 자기 삶을 살았더라면, 쉬어갈 수 있는 관계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이 작품은 개인 역량과 역할이 사랑과 연대보다 강조될 때 어떻게 인간이 소외되고, 정체성이 상실되며, 관계가 깨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어가 어떻게 현실을 재구성하는지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 존재가 벌레를 지칭하는 '그것'으로 바뀔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가족 안에서.
개인이 역량과 역할을 상실했을 때 벌레처럼 바라보는 사회. 그것을 매개하는 언어.
실상이 이런데, 표현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약자의 삶은 어떻겠는가.
사회사업가로서 단절과 소외 어떻게 풀어야 할까?
사회구조를 바꾸긴 쉽지 않아도, 최소한 언어 양식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소통이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당사자 시선에서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존중과 공감의 언어가 현실을 재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사업가는 시선뿐 아니라 언어도 함께 정비해야 함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라)
■ 나누고 싶은 구절
" ‘아 아.’ 그는 생각했다. ‘나는 어쩌다 이런 고된 직업을 택했단 말인가!" (p14, 민음사) / "저는 사장님께 의무가 아주 많습니다." (p32, 민음사) / "그레고르와 그의 가족의 장래가 거기에 달려 있지 않은가!" (p33, 민음사) / "스스로가 부모와 누이에게 그러한 삶을 마련해 줄 수 있었다는 데 커다란 자부심을 느꼈다." (p39, 민음사)
"그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하니 아무도, 누이동생까지도, 그가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43, 민음사)
"저 사람이 아버지란 말인가? (중략) 그런데 지금 아버지는 꼿꼿이 똑바로 서 있다." (p.60, 민음사)
"음악이 그를 이토록 사로잡는데 그가 한낱 버러지란 말인가?" (p74, 민음사)
■ 소감
그레고르에게 몰입이 되어 책을 읽는 것이 어려웠다. 그레고르에게 박힌 유리조각, 사과, 가족들의 외면 등등이 유달리 깊이 공감된 것은, 그레고르의 모습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과도한 의무감, 그것을 통해 스스로 가치를 인정했을 것 같다. 오히려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없어진 후에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나간다.
걷기도 힘들어 하던 아버지는 꼿꼿이 서고, 어머니, 동생도 모두 가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일을 하는 등 제 역할을 찾아 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나의 이러한 모습들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의 역할을, 할 일을 뺏지 말자‘라는 다짐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나의 책임감과 의무감 역시 나 스스로 부여한 것일지도..
서연)
■ 나누고 싶은 구절
“그레고르가 누이동생과 이야기 하는 것이 가능해 그녀가 그를 위해 해야만 하는 모든 것에 대해 그녀에게 감사의 말을 할 수만 있었더라도 그녀의 봉사는 한결 힘이 덜 들었으리라."
"그레고르가 지금 비록 슬프고 구역질나는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식구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 것 같았다. 적으로 취급해서는 안되거 꺼림칙함을 눌러 삼키고 참는 것이 별 도리 없이 참는 것이 가족이 마땅히 지켜야할 계명인 식구 말이다."
■ 소감
책 속 가족들 또한 그레고르를 돈을 벌어오는 기능으로 바라보았기에 그 기능이 대체 되었을 때,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짐 또는 우리가족에게 해가 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벌레로 변한 그가 없는 가족이 낫겠다 판단하게 된 것 같았다.
그 사람이 하는 일, 기능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람을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고르를 보살피던 동생마저 그레고리를 포기했을 때, 그레고리는 죽은 것 같다라는 나눔이 인상깊었다.
나의 인간관계 둘레 속에서도, 만나는 당사자 가족들의의 삶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생각했다.
정현)
■ 나누고 싶은 구절
"그는 동정과 사랑으로 가족에 대해 되짚어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사라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아마도 여동생보다 좀 더 확고했을 것이다." (p. 97, 더스토리 초판본 미니북)
■ 소감
끝까지 읽고 난 후 느낀 점은 그레고르에게는 비극인 일이었고 잠자 가족에게는 희극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해충으로 변한 그레고르에게는 개인의 삶이 없었다. 잠자 가족은 그레고르에게 의존해 살다가 결국 다들 자기 일을 찾았다. 그레고르가 안타깝다. 가족을 생각해 열심히 일했지만, 그 속에 자기는 없었다. 해충이 된 후 집에만 있지 않고 차라리 밖으로 나갔더라면 새로운 삶이 있지 않았을까.
지윤)
■ 나누고 싶은 구절
“가족들이 본질적으로 집을 바꾸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는, 아마도 전체 친척과 친지들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불행을 자신들이 겪고 있다는 생각으로 희망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가족들은 최대한 충족시키고 있었다.”
■ 소감
다른 책모임에서 이 책을 힘들게 읽었다는 분이 있어 편견이 있었던 터라, 제법 힘들게 읽었다.
‘왜 벌레가 되었지?’ ‘사람들은 이 벌레가 그래고리라는 걸 어찌 알았지?’ 궁금해하며 맥락에 집중했다.
이는 그리 중요한 사실이 아님을 깨달았다. 노동력의 상실한 인간이 어떤 존재가 되는지 생각하게 했다.
벌레로 변한 가족에 대한 반응, 점차 벌레로서의 위치가 편해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나마 오빠를 살피던 여동생이 저 벌레는 결국 오빠가 아닐 거라고 부정하는 걸 비난할 수 있을까?
돌봄에 지친 가족의 모습은 아닐지..
다혜)
■ 나누고 싶은 구절
“이 닳도록 일하고 지칠 때로 지친 식구들 중에서 뉴가, 꼭 필요한 것 이상으로 그레고르 걱정을 해줄 시간이 있겠는가(민음사 65p)
감동과 사랑으로써 식구들을 회상했더 그가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데 대한 그의 생각은 누이동생의 그것보다 한결더 단호한 듯했다.”(민음사 85p)
■ 소감
소통의 부재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
가족, 직장, 사회 그 누구와도 제대로된 소통없이 이 사회의 구성품으로만 살아가던 그레고르는 마치 톱니바퀴같았다.
그래서 수명을 다한 톱니바퀴는 바로 다른 부품으로 교체되어졌다.
특히 가족안에서도 그 존재감이 부품과 다름없음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11월 모임 안내
- 도서명 :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 진행 일시: 11월 22일 19시
- 모임 장소 : 미정
* 모임에 함께할 분 댓글 달아주세요.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