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노동조합의 선거가 2015년 1월 말 진행되었다. 선거에는 세 팀의 후보조들이 나왔고, 2월 16일에 2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집행부가 세워졌다. 조합원 5,179명을 대상으로 1차에서 당락이 갈리지 않아 2차 투표까지 진행하였고 근소한 차이로 기존 집행부(18대)의 정책을 계승하는 위원장-사무국장 후보가 당선되었다.
2013년 임기를 시작했던 지난 집행부는 사실상 복수노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의 첫 번째 노동조합이었다. 집행부를 세운 후에도 소속 노조 조합원 수에 따라 노동조합 타임오프(WorkingTime-Off)가 할당되기에 근무를 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고단한’ 간부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출발시 과반수의 조합원 수는 확보하였지만 제2노조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와 조합원 가입, 탈퇴 경쟁으로 조합원과 함께하는 사업을 배치하기에 여력이 부족하였고, 이는 이번 선거에 나선 세 후보군들, 공히 공감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련의 현장활동가들의 토론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노사협조주의 집행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는 집행부의 사업행태를 현장에서 나름대로 평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집행부는 중앙정부의 지침이나 감사, 지적사항에 대해 맞서지 못하고 단협을 후퇴시키거나 우회로를 택하는 합의, 서울시(장)의 일방적인 연구용역을 통한 도시철도 통합 흐름에 편승한 ‘노동이사’ 자리 확보나 승진, 임금, 노동조건에 대한 희망어린 ‘선언’등 ‘협조주의’적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서울시와의 노정관계에 있어 유착, 밀월관계를 경계하고 18대 집행부를 ‘협조주의’집행부로 평가, 비판하면서 노동조합의 민주, 자주성을 회복하여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 싸워나가겠다는 후보군의 등장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조직선거로 진행되었는데에도 불구하고 기존 집행부를 계승하는 후보조가 근소하게 승리하였다는 점은 조합원의 민심을 가늠하게 해준다.
지하철 현장에 있으면서, ‘노사협조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현재 자본가 정치세력과의 협조를 당연시하는 풍토가 정착되어 있고 지하철 노동조합 간부들에게도 이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지하철에서는 1999년 서울지하철 총파업 후의 혼란한 상황에서 노사협조주의 집행부가 등장하였다. 이들의 주도로 2000년 서울시 투자기관 노동조합협의회가 제안하는 형식으로 서울시 노사정위에 ‘서울모델협의회’를 설치하면서 노동현안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시도하였고, 이러한 협조주의적 흐름 속에서 교대근무형태의 후퇴와 인원 축소, 성과급도입 등의 후퇴가 지속되었다. 그동안 집행부의 성격에 때라 서울모델의 참여여부가 달라졌다. 그러나 복수노조 이후 첫 민주 집행부는 서울모델을 활용하며 서울모델의 효과적인 운영방안을 노사정이 토론하는 ‘적극적인’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노사정 틀거리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무력감과 소외감을 주며, 실제적인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마저도 양보와 후퇴를 초래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이 정치투쟁의 주체로 나서는 것과 자본과 이들에 충실한 관료 및 정치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포섭의 판에 뛰어드는 것은 계급적으로 철저하게 다르다. 후자는 올바른 노동운동이 아닌 자유주의적 노사협조주의로서 경제투쟁과 함께 성장하는 정치투쟁의 맹아를 거세하는 타협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반자본주의적 정치 역량이 지속적으로 후퇴하고 질식하고 노동조합의 일부 상층이 기성 자본가 정치세력과 사이비 진보들이 활개를 치게 하는 판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집행부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채 안되었다. 그 사이 (“서울지하철 통합 혁신을 위해”) ‘서울특별시 지하철혁신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조합원들에게 물어본 바도 없고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절차도 없다. 서울모델 대표, 서울시 관료, 노조 측 전문위원, 사측 대표들이 ‘노사정 일체’의 행보를 시작한다. ‘경쟁력 제고와 합리, 효율성의 실현’이라는 지방정부 수장의 대선 선무(宣撫) 아래에서 조합원들과 분리된 노동조합 지도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노동자 참여경영’은 누가 노동이사가 될 것이며, 서울도시철도(지하철) 통합 1기사장으로 부임될 지로 귀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