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침략 가능성 점점 높아진다”…‘저출산 폭탄’ 곧 터진다는데 [저격] 권선미 기자(arma@mk.co.kr)입력 2023. 12. 9. 11:42
[저격-5] 14세기 유럽 지역에서 흑사병에 의한 정확한 사망 통계는 없지만, 학계에선 인구 10명 중 5∼6명이 사망한 지역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튀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해결해 아이 낳아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에 두드러진 사례 연구 대상국’이라며 한국의 올해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했습니다.
통계청은 지난달 29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우서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2067년 한국 인구가 3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통계청 인구추계(저위 추계 시나리오 기준)를 인용하며, 이는 한국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은 소멸할까?(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저출산으로 인한 한국의 인구감소 속도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빠르다”고 경고했다. [자료=뉴욕타임스]
심각한 인구절벽 시대에 직면한 한국이 맞이하게 될 상황은 어떠할 것인지, 극복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초등학교도 저출산 직격탄…내년 초1 사상처음 40만명 무너진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2017년생인 내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가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밑으로 내려갈 전망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40만6243명이던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7771명으로 5만명가량 감소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병원의 신생아실. 한국은 역대 최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주형 기자]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2016년생)의 경우 40만1752명으로 40만명을 겨우 넘겼습니다.
2017년 이후 저출산에 속도가 붙어 30만명 선조차 사수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이 되면 출생아 수가 27만2337명으로 30만명대 밑으로 추락합니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7년에는 지금보다 10만명 이상 입학생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히지만 사회부총리 부처인 교육부에는 저출산을 담당하는 국은 없고 관련 과를 1년짜리 임시 조직으로 신설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학생 수 감소는 도서·산간 지역 학생의 수업권 침해, 대학 경쟁력 하락을 불러올 것입니다. 노동력과 구매력 감소에 따른 장기 저성장 고착화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작용도 예견된 일입니다.
저출산, 이대로라면 2050년대엔 성장률 마이너스로 추락 우리나라의 출산율 세계에서 가장 낮고, 그 하락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초저출산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엔 성장률이 0% 이하로 추락하고 2070년엔 총 인구가 4000만명을 밑돌게 됩니다. 심각해지는 대한민국 저출산 [자료=연합뉴스]
저출산·고령화에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으면 2050년대에 우리나라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68%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입니다.
출산율을 집계하는 217개 국가·지역에서도 홍콩(2021년 기준 0.77명)을 빼면 최하위입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70년에는 연 1% 이상 인구가 감소하고 총 인구는 4000만명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90%에 이릅니다.
초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고용·주거·양육 불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출산, 안보 위협까지…합계출산율 남 0.78명 vs 북 1.8명 이러한 한국의 저출산이 북한의 남침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이 유능한 야전군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하지만 합계출산율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가 남침할 가능성도 있다”며 초저출산율이 한국의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 2040년 20세 남자인구가 14만명선으로 줄어 군병력 30만명 유지가 어렵게 됩니다. 이동하는 군인들 [자료=연합뉴스]
군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상비병력을 2017년 61만8000명에서 2022년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국방개혁 2.0’을 내놓았습니다.
군은 병력 감축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여군 확대 방안에 대한 집중 연구를 위해 ‘미래 육군 여군인력 활용성 제고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에 착수했습니다.
북한도 2028년 인구가 260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한국보다는 인구 감소율이 낮고 여군 비율이 높은 만큼 2040년을 전후해 상비군, 예비군수에서 한국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출산 기피 요소와 관련된 지표, OECD 평균 수준에 맞춰야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청년들의 출산 기피 요소인 ‘경쟁·고용·주거·양육 불안’ 관련 지표를 OECD 평균 수준에 맞추면 출산율이 최대 0.845명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대공원에 아이들과 아빠가 나들이를 나와 공원을 거닐고 있다. [이승환기자]
또 혼외출산비중, 육아휴직 실이용기간, 가족 관련 정부 지출, 실질 주택가격지수가 모두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되면 출산율이 각 0.159 명, 0.096 명, 0.055 명, 0.002 명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육아휴직 이용시간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올려도 출산율이 0.1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밖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질 측면의 일자리 양극화) 완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하향 안정,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과정 경쟁 압력 완화 등의 ‘구조 정책’을 중요한 저출산 대책으로 꼽았습니다.
노동개혁, 교육개혁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저출산 문제 해결 전문가들은 또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빠르게 추진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저출산·고령화와 관련된 우리나라 예산 과제만 9000개 가량 되는데, 중복사업이 많아 예산은 늘어나지만 효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자리를 개혁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저성장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일본이 30년간 저성장을 지속한 이유는 1990년대 초반 글로벌 성장 동력이었던 IT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산업 전환에 집중해 한계기업을 청산하고 혁신 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외국 정부는 혁신 기술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 정책도 강화해 점차 중국 의존도도 낮춰야 합니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한 정책발표회 및 기업 간담회를 열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일본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 있던 기업이 동남아시아로 가더라도 리쇼어링 기업으로 간주해 지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낮은 출산율의 주원인이 된 만큼, 공교육이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태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인구변화대응과장은 지난달 30일 전북도청에서 ‘인구, 대한민국의 미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인구포럼 기조 강연에서 “양질의 교육으로 지역에 사람을 모여들도록 하는 게 아이를 더 낳게 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지역의 특화된 교육정책과 양질의 일자리를 연계해 지역 인재 정착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한긍수 전북교육청 정책국장은 “지역에서 농촌학교 살리기 정책을 시행하고 에듀테크 환경을 구축하고 있지만 학생 유출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면서 “지역별 특화교육을 통한 명품학교 만들기로 학생들이 지역으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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