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잠깐 숨 참아볼까요?” 찰칵. “나이스!” A 패션잡지사에서 일한 지 올해로 10년 차 된 사진작가가 바로 나, 정다솜이다. 어렸을 때부터 반짝이는 것을 카메라에 담는 걸 좋아했다. 짧은 순간에 피사체가 가진 특별함을 담을 수 있는 사진가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역시 다솜 작가는 찍었다하면 베스트컷이라니까?” 많은 업계 사람들은 내가 가진 미적 감각에 극찬을 보냈다. 분명, 나는 반짝임을 잡아낼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그랬는데, 시간이 갈수록 여러 옷과 액세서리를 찍는 일은 지루해졌다. 그것들은 분명 내 프레임 안에서 무엇보다 빛났지만, 점점 그 빛이 내가 원하는 반짝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미의 기준이 다르다고 하듯이, 사진가에게도 반짝임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후, 도통 아이디어도 떠오르질 않네’ 이번 6월 호에서는 특이하게 애완견과 함께 패션화보를 찍는 컨셉이었다. 애완견은 한 번도 찍어보지 않아서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검색창에 애완견을 검색해서 이미지를 이리저리 뒤적이고 있었다. ‘어라, 이 녀석 사진만 왜 이렇게 대충 찍혔지?’ 흰 털을 가진 백구는 사람 손에 들려 있었는데, 사진의 비율도 이리저리 늘려져 있었다. ‘누가 애완견 사진을 이따위로 찍는 거야?’ 초라해서 오히려 눈에 띈 사진이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사진의 밑에 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그 시점에 이르러서야 난 그 백구가 동물보호소에서 보호받고 있는 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백구의 사진 주위에는 수많은 다른 동물들의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사진 옆에 있는 상태창에 적힌 ‘보호 중’, ‘안락사 완료’라는 문구들이 마음을 쿵 내려앉게 만들었다.
‘저 아이들이 처음 찍은 사진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사진이 저렇게 대충 찍혀서야 될까?’, 나는 그때 심장이 뛰었다. 반짝이는 것. 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서사가, 가족을 기다리는 저 마음이 바로 내가 생각하던 반짝임이 아닐까. 나는 그 생각이 들자마자, 패션화보 사진작가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유기동물 입양가족 찾기 전담사진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무턱대고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찾아간 보호소에는 매일 20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새로 들어왔다. 동료 보호소 직원은 내게 말했다. “그거 알아요? 매년 동물이 10만 마리가 버려지거든요? 근데, 새로운 가족 찾을 수 있는 친구들은 얼마 안 돼요.” “왜 그렇죠?” “그야 대부분 보호시설에서 10일 정도 있으면 안락사가 가능해지니까요.”
나는 한 유기견의 사진이 온전히 보여질 수 있는 시간이 10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가족을 찾아주세요’ 페이지에 매일 10개의 유기동물 화보를 올리는 것이 내 목표가 되었다. 유기동물들이 화보의 주인공이 된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버려진 생명이 아니라, 멋진 모델이었다.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유기동물의 사진에는 파란색, 노란색 꽃가루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내견이었던 친구 옆에는 지팡이를, 사람을 무서워하는 고양이에게는 가면을, 군사견이었던 친구에게는 멋진 제복을 입혔다. 그렇게 내가 찍은 화보 사진들을 하나하나 홈페이지에 업로드할 때마다 홈페이지는 오색빛깔로 가득해졌다. 그저 흰 바탕에 아무렇게나 찍힌 유기 동물들의 사진은, 각 아이들의 특징이 담긴 무지갯빛 사진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유기동물을 입양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보리가 전혀 유기견같지가 않더라고요.” “아이가 사람을 무서워해서 가면을 쓴 사진을 보고, 제가 그 가면을 벗는 걸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하나씩 코멘트를 남긴다. 그래서 유기동물 보호소 홈페이지에는 더이상 ‘보호 중’과 ‘안락사’라는 문구들만 가득하지 않는다. 그 자리가 새로운 가족을 찾은 사람들의 따뜻한 메시지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리고 그 메시지로 사진의 서사가 완성되자, 이제야 나는 사진이 갖고 있는 반짝임을 깨달았다. “아 빛에 반사되어서 반짝이는 것만 반짝이는 게 아니구나. 중요한 건 사진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었어.” 이제 나는 더 이상 패션화보를 만드는 패셔너블한 사진작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숨겨진 반짝임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