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안동 선비순례길, 제8, 제9코스 기행 및 완주기
▣ 1. 선비길 제8, 제9코스 걷기
다시 도산 온혜마을을 찾았다. 단풍 아름답던 숲들은 벌써 성글기 시작했다. 시나브로 가을이 서둘러 가는 때, 빛바랜 단풍잎
들이 하나 둘 힘 없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지난 주말, 남은 선비 순례길 8과 9 두 코스를 마저 걷는 날이었다. 안동 선비길
(퇴계예던길) 8코스는 온혜리 도산온천 앞을 들머리로 하여 용두산을 넘어 태자리 수운정으로, 9코스는 수운정에서 고산정
으로 유명한 가송협으로 이어진다.
용두산을 마주하고 퇴계 귀향길을 따라 걸었다. 퇴계 예던길 8코스 일부 구간은 바로 이 퇴계 귀향길과 겹친다. 도산 온혜리
는 바로 퇴계(退溪)의 안태본(安胎本)이다. 이곳엔 선생의 태실이 아직 있다. 선생은 과거길 이후 한양을 오갈 적에 늘 이 길
을 걸었다. 용두산 남쪽 산협에 자리한 용수사(龍壽寺)를 찾았다. 넓은 절터에 몇 안 되는 당우(堂宇)들은 그러나 규모는 컸다.
여느 사찰과 달리 석조각(石造閣)으로 된 종루가 인상적이었다. 남릉을 거슬러 용두산(龍頭山. 664,6m)을 올랐다."안동의 정
기 용두산에서 발원하다"라는 정상석 후면 표기문이 신선했다. 이 산은 문수지맥(*文殊枝脈) 안동권역의 주요 산으로 높이는
일천해도 일망무제였다. 크고 작은 겹겹의 산줄기가 사위를 두른 중에 짙은 산그리메를 이룬 봉화 울진을 지나는 낙동정맥은
청량산 너머 원동에서 하늘을 받치고 뻗고 있었다. 용두산을 넘는 선비길 8코스 다른 이름은 마의태자길이다. 선비순례길에
잊고 있던 옛 이름을 대하니 새삼스럽기도 했다. 마의태자(917 ~ ?)는 신라 마지막 왕(56대 경순왕)의 태자다. 19세가 되던
936년 나라가 망하자 그는 부왕(父王)과 함께 고려 개경으로 가지 않고 남아 신라의 부흥을 도모했었다. 하지만 끝내 뜻을 펴
지 못하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일생을 삼베옷으로 지냈다. 본 이름이 전하지 않는 그를 두고 후세의 사람들은 마의태자(麻衣
太子)로 불렀다. 그는 한 때 바로 이곳 용두산과 건지산과 국망봉 일원과 예안면 신남리 일원에서 신라 부흥 군을 이끌고 군사
훈련을 했다는 예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은 그 구체적인 기록이나 유적 등은 찾을 수 없다. 다만 산 아래 태자리(太子里)
란 부락 이름은 그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파른 용두산 동릉을 내려가 태자리 소정마을 수운정을 찾았다. 8코스 날
머리이자 9코스 들머리다.
수운정(水雲亭)은 매헌(梅軒 琴輔. 1521~1584) 선생이 지은 정면 4칸 측면 1칸 반 일자형 정자다. 퇴계의 고제 중 한 분인 그
는 사마시에 합격하였으나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오직 학문에만 힘썼고, 60세에 이르러 물과 구름을 벗하며 후학을 양성하
기 위해 이 정을 세웠다 전한다. 매헌이 산수가 좋다던 이곳은 용두산과 투구봉 사이 온은천이 흐르는 산협이다. 오늘날은 사
과 재배에 적지인 듯, 골짜기마다 사과밭이고 미쳐 수확을 못한 붉은 사과들이 아직도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있었다.
하상암반(河床巖盤)이 아름다운 온은천 개울을 찾았다. 오랜 세월 강물에 침식되어 반들반들한 하상의 화강암 암반들은 더
러는 반석을 이루고, 주위와 어우러져 작지만 아름다운 소경(小景)을 이루고 있었다. 일찍이 퇴계 선생은 이곳을 찾아 "층층
의 맑고 깨끗한 바위 웅덩이에(數層瀅淨石成窪)/ 차가운 물 맑고 맑아 일렁이는 물결 비단 같구나(寒水粼粼穀漾波)/ 개울가
푸른 나무들은 햇빛을 가려주고(綠樹兩邊遮白日)/ 개울에 갇힌 꽃향기 때 없이 그윽하다(幽香時度隔溪花)."라는 유 태자산
반석(遊太子山盤石)을 남겼는데, 그 시비가 반석 옆 바위 위에 세워져 있어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태자산은 지도에는 표기
가 되어있지 않으나 투구봉 아래 작은 산을 두고 쓴 이름이라 여겨진다. 태자 1리 고리재를 넘고, 고리천 개울 따라 가송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마을 앞이 바로 유명한 가송협(佳松峽)이다. 비래산(**飛來山)인 고산(孤山)이
이쪽에서 암벽을 이루어 섰고, 저쪽은 청량산 축융봉 줄기 끝 거대한 암벽이 병풍을 둘러 마주하며 협곡을 이룬 곳이다. 암벽
기슭의 고산정(孤山亭)은 이곳의 화룡점정, 옛사람들은 이곳을 일러 도산구곡 8경 고산곡(孤山曲)이라 불렀다.
▣ 2. 안동 선비순례길을 마치며-
안동 선비순례길은 퇴계예던길을 따라 걷는다. 모두 아홉 개 코스가 있고,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안동시 와룡면 도산면 예안
면 일원을 한 바퀴 돌아 나 있다. 이 길들은 퇴계선생이 스승인 농암 이현보 선생과 그의 8 고제는 물론 당시의 많은 선비들
과 함께 걷던 옛길이다. 지난 8월 3일, 와룡면 오천리 군자마을에서 시작되는 1코스를 시작으로 3개월여 만인 오늘 더디어 8.
9코스를 완주하며 아홉 구간 선비길 순례를 마쳤다. 완주 길 날머리에서 보는 가송협과 건너다보는 고산정은 언제 봐도 비경
이었다. 일동정사(日東精舍)라고도 불리는 고산정 또한 퇴계 고제인 성재(性齋. 琴蘭秀. 1530~1599)가 지은 정자다. 그 옛날,
퇴계도 이곳을 지날 적에는 그 수려한 풍광에 눈길을 떼지 못한 듯, 고산정을 바라보며 지은 시가 전한다."일동 주인 금군/ 물
건너에서 부르네 지금 있는가/ ---- 구름 낀 산 쓸쓸히 보며 홀로 한참 앉았네."란 시를 남겼다. 강 건너 고산정주를 향한 그의
제자사랑을 엿보게 하는 시다.
촬영, 2024, 11, 16.
*문수지맥 - 백두대간 봉화 옥석산(옥돌봉)에서 분기하여 낙동강 본류와 내성천을 가르며 예천 삼강나루에서 맥을 다하는 물
길 114,5km의 산줄기다.
**비래산 - 주위의 다른 산들과 산줄기로 이어지지 않고 저 홀로 솟아 있는 산.
▼안동 선비(예던) 길 8코스 들머리 / 도산면 온혜리 도산온천 앞
▼ 안동 선비길 8코스와 9코스 안내도
▼안동 선비순례길 안내도
▼도산온천 앞 온혜리 삼거리
▼문수지맥과 용두산 / 올라가야 할 산
▼ 운곡리, 용문정
▼퇴계 귀향길 개념도 안내판
▼용두산 용수사 일주문
▼용수사 입구
▼용수사 수월루
▼용수사 대웅전
▼용수사 석조 종각
▼ 용두산 등산로 안내
▼용두산 남릉
▼노루발 풀 / 상록다년초
▼용두산 남릉
▼용두산 문수지맥 굴티고개 갈림길
▼문수지맥 용두산(664,6m)
▼용두산 정상, 문수지맥 6구간 안내도와 이정목
▼용두산 정상석 후면
▼용두산 산정에서 본 청량산 / 멀리 낙동정맥이 보인다.
▼용두산 인증 - 1
▼ 용두산 인증 - 2
▼용두산 동릉 / 하산 길
▼ 삽주
▼용두산 동릉
▼8코스 표지판
▼은행잎에 물든 배나무 노란 단풍
▼도산면 태자 2리, 소정마을 사과농장
▼모과와 모과 단풍
▼소정마을 정류장
▼소정마을
▼태자리 안동 수운정 - 1
▼ 안동 수운정 - 2
▣ 안동 선비길 제9코스 서도길 걷기
▼도산면 태자 2리, 수운정 앞 제9코스 들머리 안내판
▼ 수운정 앞
▼태자리 학교 앞
▼태자리 온은천 반석과 퇴계 선생 '유태자산 반석' 시비 - 1
▼ 태자리 온은천 반석과 퇴계 선생 '유태자산 반석' 시비 - 2
▼유 태자산 반석(遊太子山盤石)
數層瀅淨石成窪(수층형정석성와)
寒水粼粼穀漾波(한수인인곡양파)
綠樹兩邊遮白日(녹수양변차백일)
幽香時度隔溪花(유향시도격계화)
▼도산면 태자 1리 마을 회관 앞
▼ 태자 1리 퇴계로 고리재
▼복분자 나무 마지막 잎새
▼태자리 고리재 정류장
▼태자 1리
▼가송리 입구
▼ 가송리
▼가송리 정류장
▼가송리, 낙동강 가송협 - 1
▼ 낙동강 가송협 - 2
▼ 낙동강 가송협 - 3
▼가송협과 고산정
▼필자의 가송협 담기
첫댓글 6코스에서 우여곡절을 격었지만
마지막까지 참여한 것은 정말 잘한 결단입니다.
9코스 퇴계선생 "유태자산반석(遊太子山盤石)"
시비에 대한 해석은 네이버와 다음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데
이를 멋지게 풀이한 실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간 정말 수고하셨고
완주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