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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팅 디지즈에서 탈출하기
RKC 2 인스트럭터 정건
도움 : 강상욱, <케틀벨 퀵 리절트>공동 저자
정형준 <케틀벨 퀵 리절트> 감수자, 재활의학과 의사
동물원에는 간혹 이렇게 전신 탈모증에 걸린 침팬지들이 있다.
관람객들은 털 뒤에 숨어있던 침팬지들의 근육을 보고 놀란다.
만약 마운틴 고릴라가 이렇게 털이 없다면 어떨까?
아마도 헐크 수준.
하지만,
이런 유인원들의 둔근(엉덩이의 근육)은 어떨까?
완전 밋밋하다. 절벽이다.
자세히 보면 아예 엉덩이 뼈 자체가 그저 길쭉하게 생겼다.
둔근이 꽉 들어찰 곳이 없다. 애초에 둔근이 발달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엉덩이는 어떤가?
위치도 훨씬 위에 있고 반구형으로 돌출돼 있다.
둔근이 훨씬 발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인간은 엉덩이가 두드러지는 동물이다.
영장류 170여 종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돌출된 반구형 엉덩이를 지녔다.
이런 엉덩이는 인간이 두 다리로 일어서서 그 자세를 유지하려고 하면서부터 나타났다. 아프리카에 숲이 아니라 사바나 기후지역이 생기면서 초원을 내달리게 되면서 발전했다. 하버드대 인류진화학 교수이자 맨발 전도사로 유명한 리버먼 교수는 “달리기를 빼놓고는 인간의[잘 발달된] 대둔근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다니엘 리버만 교수
발달된 엉덩이 덕분에 인간은 손의 자유를 얻었고,
두개골이 척추의 앞이 아니라 위에 얹히게 되면서 다른 동물들과 달리 모음과 자음 모두 발음할 수 있게 됐다.
(언어와 두뇌의 발달 등등.....)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가.
2010년 호주와 미국의 통계를 보자. 풀타임 직업의 2/3가 앉아서 일을 한다. 그들은 근무시간의 평균 85%를 앉아 있다.
다시 말하자면 호주와 미국의 직장인들의 2/3가 일주일에 적어도 35시간을 앉아서 일한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노동시간이 훨씬 더 길다. 그러니 앉아 일하는 시간도 훨씬 더 길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뾰족 구두를 신고 정장을 입은 채로. 물론 사무직보다 더 심각한 지경에 놓인 사람들은 운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일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은?
의자에 앉아서 이동하고, 의자에 앉아서 쉰다.
의자에 앉아서 졸고, 의자에 앉아서 TV 보고, 의자에 앉아서 놀고, 의자에 앉아서, 의자에 앉아서 먹고, 의자에 앉아서 얘기하고, 의자에 앉아서 데이트하고, 의자에 앉아서 파머를 하고, 의자에 앉아서 볼 일을 본다.
한국의 초중고등 학생들의 앉은뱅이 삶은 더 간단하다.
학교에서는 늘 앉아 있다.
학원에서는 쭈욱 앉아 있다.
집안에서는 (컴퓨터 앞에) 계속해서 앉아 있다.
그 결과는?
씨팅 디지즈에 걸린다.
▶ 앉아서 일하거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때의 운동량은 1.8MET. TV볼 때가 1MET이고 가볍게 조깅할 때는 7MET다. 앉아서 이동하고 앉아서 쉬고 앉아서 일만 하는 사람에게 실제로 필요한 칼로리 량은 매우 적다. → 비만 (마른 비만 포함), 대사 증후군 (고지혈, 고혈압, 고혈당, 당뇨).
▶ 앉아서 지내면 지낼수록 심장이 열심히 일할 기회가 적다. → 심혈관계 질환들.
▶ 앉아 지내면 지낼수록 뼈가 약해진다. 서서 움직이며 압력을 지탱해야할 뼈가 강해질 기회를 잃는다.
▶ 오래 앉아지낼수록 여성의 불임률, 유산률, 조산률 모두 높아진다. (남성의 발기력 저하, 불임, 전립선 등...)
▶ 단 하루일지라도 하루 종일 누워만 있다면 근육의 3%를 잃을 수 있다. → 그러니 어릴 때부터 날마다 평균 8시간 이상 앉아 지내면 어떻게 될까? 엉덩이 근육은 약화되고, 엉덩이 관절은 굳고, 몸은 엉덩이를 쓸 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엉덩이가 몸 중심으로 기능하지를 못하게 된다.
▶ 요통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원래 서서 움직이라고 설계된 인간이 매일매일 앉은뱅이 삶을 사는데 어떻게 요통이 없길 바라는가. 상식과는 달리 누워 있거나 서 있는 것보다 앉아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가장 크다.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그래프 : 앉아있을 때 가장 높다. 등받이가 있든없든
둔근은 당신이 몸을 세울 수 있게 하는 근간의 근육이다. 허리 근육 따위가 절대 아니다. 둔근의 힘이 없다면, '바르게 서자.' '바른 자세로 앉자.' 백날 다짐해봐야 소용 없다. 백날 잔소리 해봐야 헛소리다. 역학적으로도 척추라는 기둥의 주춧돌 노릇을 하는 것은 골반이고 둔근이다. 기둥이 기우는 것은 부실한 주춧돌 탓이지 의식이나 의지의 부족이 아니다.
▶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가 생기기 쉽다. 신진대사율은 떨어지는데 기운은 머리로 상기되기 때문이다.
원래 인체는 두 발로 서서 뛰어다니며 압력을 발바닥 밑으로, 기운을 복부와 엉덩이와 하체로 보내도록 디자인돼 있다.
엉덩이와 복부를 동시에 죽이고 있다.
그러나 앉은뱅이 삶은 발바닥 대신 엉덩이와 햄스트링을 하루종일 누르고 있다. (주로 저런 자세다.) 엉덩이 뿐만 아니라 복부도 죽은 상태에 놓인다. 대신 머리와 목과 어깨, 즉 가슴 위로 계속해서 에너지와 기운을 끌어 모으고 있는 상태다.
이제,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겠다.
모든 문제는 언내츄럴한 음식, 언내츄럴한 환경, 언내츄럴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내 입에서는 순식간에 "젠장"이란 단어가 튀어나온다.
언내츄럴한 음식, 언내츄럴한 환경, 언내츄럴한 라이프스타일은 거의 다 강요되는 것이다.
피할 수 있는 개인의 선택 폭은 아주 좁은 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한국의 도심에서 6년 가까이 채식주의자로 살았다. 그 중 3년은 엄격한 비건(유제품도 먹지 않는)으로 살았다. 그나마 덜 팍팍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도 자연식 먹기를 지킨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지구를 먹어치우지 마라"고 채식을 협박하는 짓은 완전히 무책임하다.
채식을 협박하기
그나마, 음식은 낫다. 악착같이 굴면 자연식이나 채식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다. (엄청 노력해서 악착같이 굴어야...)
그러나, 내츄럴한 환경은 더 어렵다. 이장희 씨처럼 울릉도로 가거나 스팅처럼 자기 소유 농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지구상에서는 점점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내츄럴한 라이프스타일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려면 말 그대로 밥줄이 끊기기 때문이다.
(소수만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앉은뱅이 삶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서 앉은뱅이 삶을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10시간 이상 구두 신고 정장입고 앉아서 일해야 하고... 운동화를 신는다해도 10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면 어쩌겠는가... 앉든 서든 월, 화, 수, 목, 금, 금, 금 밤낮으로 일해야 한다면...
심지어 안 그럴 수 있는 사람들조차 이 분위기에 휘둘릴 만큼 이런 시스템이 강력한 곳이 한국사회다.
일하는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짧아지고
비브람을 신고다니는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줄어든 근무시간에도 세르게이 브린처럼 편한 차림에, 아래와 같은 책상에서 일한다면,
씨팅 디지즈의 심각한 대부분이 줄어들 것이다.
나머지는 스스로 마음먹고 의지를 부려서 바꿀 부분만 바꾸면 되는, 금상첨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무상급식이나 제이미 올리버가 건드린 질좋은 급식 문제는 이런 문제에 비하면 정말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분명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지내야 하는, 저주받은 삶을 살아가는 세대가 중년과 노년 인구로 접어들 때는 지금보다 더 온갖 성인병과 근골격계 장애와 정신증이 창궐할 것이다.
2분대부터 봐도 좋다. Right here right now - fat boy slim의 노래
그러니,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식의 방안이다.
실제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신은 그리 오래 버텨내지도 못할 것이다.
우선, 계속 장시간 앉아있는 것보다는 확실히 조금이라도 더 서 있고 조금이라도 더 걷는 게 낫다. 거기다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일주일에 1번이라도 운동시간을 따로 내는 게 훨씬 낫다.
제발이지, 운동 시간도 내기 어려운 사람이 '괴물'처럼 강해지겠다거나
그래봐야 침팬지보다 힘 세지 않다.
심하게 날씬해지려고 좋은 "방뻡" 좀 없겠나 서치하고 문의해봐야 다 헛된 망상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살아가기 위해서 운동이 필요한 것이지, 뭘 더 플러스하려고 운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대인 대부분 앉은뱅이 인간으로 성장한 탓에 어떤 운동 종목을 하든지 중심을 중심으로 쓰지 못한 채, 팔다리만 고생시킬 것이다. 수영을 하든지 걷든지 뛰든지 골프를 치든지 헬스를 하든지 결국 모두 다 팔다리를 고생시키는 여러가지 비효율적인 움직임들을 재탕 삼탕하는 시간들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든 피해갈 수 없다. 당신의 몸의 중심을 중심으로 사용할 것이냐. 주변부를 중심으로 대체해 살아갈 것이냐.
그러니, 다행히 운동에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있는 당신이라면 쓸데없이 시간 낭비 말고 반드시, 우선, 중심을 되살리는 운동에 돌입해야 한다.
아래는 <보그>지와 스쿨오브무브먼트의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보그>지 : 비싼 돈을 내고 여러 운동을 시도해봤지만 늘 작심삼일이었습니다. ............
각자에게 맞는 운동이 따로 존재하는 걸까요?
<SOM> : 성격 혹은 성향에 따라 더 재미있고 하고 싶은 운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골프, 달리기, 등산, 요가, 무술, 웨이트 리프팅 등 종목이 다르더라도 제대로 된 움직임은 모두 통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운동이든 팔다리가 아니라 몸의 중심(특히 엉덩이)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몸 전체가 조화롭게 사용됩니다. 말 그대로 인체의 오리지널 디자인 (original design) 그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래 앉아 지내는 현대인들은 원래 인체의 설계 그대로 움직이는 법을 기억상실 했습니다. 그 상태로는 수십 년 동안 이러저러하게 여러 운동들을 해봐야 다 똑같이 비효율적인 움직임들을 반복했을 뿐 제대로 된 효과도 흥미도 가질 수가 없습니다.
▶ 앉은뱅이, 모니터 형 인간 삶의 종착지는 조기사망이다.
평균 하루 6시간 이상 앉아 지내는 여성이 3시간 이하로 앉아 지내는 여성들보다 37% 조기사망률이 높다.
스쿨오브무브먼트는 씨팅 디지즈에 대한 심플 솔류션을 제공한다. 앞에서 말했지만 결코 최선은 아니다. 최선은 가장 확실하지만 가장 어머어마하다. 완벽히 사회적인 문제다.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그나마" 당신의 몸을 살리는 방안이다. 우리는 "그나마" 라고 솔직하게 말하겠다.
하지만 "최고"를 떠벌리는 다른 것들= 파란 약들보다 백배 천배 나을 것이다.
SOM = 빨간 약
왜냐하면, 우리는 인체의 원래 디자인대로 움직일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출판사에 넣은 기획서 단계에서 우리 책의 제목은 <As your original design > 이었다. 우리는 씨팅 디지즈와 맞서 싸우는 책을 기획했었다.)
첫째, 하드스타일 케틀벨 운동은 중심을 중심으로 사용하게 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솔루션이다. 우리는 엉덩이를 엔진으로 중심으로, 몸통을 벽으로 다리(bridge)로 사용하지 않는 어떤 대체 움직임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드스타일로 복원하는 인체의 오리지날 시스템은
두 발을 토대로,
엉덩이를 엔진으로,
등을 다리(bridge)로,
배를 벽으로, 앰프로,
견갑대를 프로펠러로 사용하는 인체 시스템이다
둘째, 그러나 요가와 함께 갈 때만 모든 변화가 장기적이고 근본적일 수 있다.
요가는 앉은뱅이 삶 덕분에 자리를 잡게 된 '가짜 중심'(가슴 위 어깨와 목)을 효과적으로 풀어준다. 이것은 '가짜' 중심이라서 어느날 갑자기 앉은뱅이 모니터형 인류가 운동(심지어 걷기/등산)에 돌입하면 척추와 팔다리에 쉽사리 부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 '가짜 중심'을 이완으로 녹아내려야 한다. 그래야 몸의 중심을 원위치로 완전하게 내릴 수 있다.
또한 앉은뱅이 삶으로 굳어버린 관절들과 뻣뻣한 근육은 물론이고 마음까지도 이완해준다.
총체적으로 언내츄럴한 삶을 강요하는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은 끝없이 불쾌한 긴장을 강요한다. 당신이 이완 수련을 한다면 이런 긴장의 정글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정작, 진짜 정글 안의 생명체들은 이완의 중요성을 잘 안다.
첫댓글 선리플 후감상입니다 ㅋㅋ 1등!
오리지날 디자인이라는 말이 참 와 닿네요
정말 멋진 글입니다. 이 글을 쓰시느라 얼굴이 수척해지셨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기 때문이었음
항상 글 쓸때 무한반복용 좋은 노래가 있어줘야하는데 오늘은 common people 덕분에 잘 썼음 심지어 먼저 노래 번역부터해서 올리고 집필에 돌입함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사실이 널리널리 퍼져 사람들이 깨달아야합니다. 첫번째 동영상을 보니 재앙이라는게 따로 없군요..;;; 그러고 보면 고딩시절 실습때 쇠깎는다고 몇 시간씩 서있을때가 의자에 오래 앉아있을때보다 훨씬 (약해진 무릎이 적응하기까지는 무릎이 피로했지만) 몸상태가 좋았네요. 오래앉아있음 소화도 안돼고 거북해요. 암튼 SOM이 짱임(제가 찍은 사진이..영광입니다.ㅎ이럴줄 알았슴 많이 찍을걸그랬네요)
common people 짱!!!
와우!! 저 책상 정말 멋지네요. SOM 선생님들의 건강을 위해서 프론트의 의자를 치워야겠습니다.
앉은뱅이 질병의 원인으로 '사회 시스템'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부분에 동감합니다. 정말 좋은 글이군요..감사합니다.
씨팅 디지즈...오래 앉기는 고양이도 딱딱한 동물이 되게한다.
저는 이런 책상을 쓰고 있습니다.
http://www.autocomdesk.co.kr/product/product04.asp
가격은 좀 비싸지만 편의성, 내구성은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모두가 씨팅 디지즈에서 벗어나는 그날까지 SOM이여 영원하라~~!!
역시 훌륭한 글입니다.
앞으로는 복사 허용을 해 놓겠습니다. 출처를 꼭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출처를 꼭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우선 쏨엘 열심히 안빠지고 주2~3회 나오는걸로... 쌤 글을 읽고 나서 드는 제 확신~
잘 읽었습니다